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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부 물소 문진 | 나의 멸치 존경법 | 하늘잠자리 | 장작 패기 | 아름다운 소리들 | 제주 오름 | 돌절구 | 달팽이 | 도다리의 친절 | 발걸음 소리 2부 흰죽 | 두 친구 | 어물전에서 | 문간방 사람 | 이 가난한 11월을 | 블루스카이 | 다리 위에서 | 지붕을 고치며 | 수박 예찬 | 사랑은 은밀한 기도처럼 3부 두 번째 서른 살 | 비 오는 날 | 수련 | 감자 타령 | 상추쌈 | 나의 귀여운 도둑 | 부채의 미학 | 러시아 처녀들의 미소 | 작지만 얼마나 눈부신가 | 몇 가지 나의 버릇에 관하여 | 바다 4부 개밥바라기 | 냉면 | 별을 접는 여인 | 냄새의 향수| 4백만 원짜리 헌 우산 | 대추나무 | 도라지꽃 | 오동나무 | 흔들리는 섬 | 수줍음 타는 부처님 | 지팡이 5부 서른한 번째 장미 | 나의 일요일 | 비에 젖은 참새 | 앓으면서 자란다 | 아내의 꽃밭 | 큰애의 쪽지 편지 | 돌확 | 누나의 붓꽃 | 고향 사투리 | 쐐기나방을 보내며 6부 밤의 찬가 | 별 | 한 | 딸기 서리 | 평생도 | 누님의 마지막 말씀 | 나의 어머니 | 겨울 갈대밭에서 | 우리나라 정원 | 여우 사냥 | 자작나무야, 자작나무야 | 에덴 동산에도 뱀이 있다 해설 : 손광성 수필의 예술성 - 김우종 작품 연보 작가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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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에서 산사를 그릴 때도 그렇다. 고지식하게 절집 전체를 다 그리는 바보는 없다. 길이 다하는 곳에 일주문 하나만 그려 놓고 시치미를 뗀다. 저 울창한 숲 속에 산사가 있다. 지금은 녹음이 우거져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중략) 이렇게 우긴다. 그런데 이런 억지가 도무지 밉지 않다. 구차스러운 설명을 뛰어넘는 저 경쾌한 비약.”---p.17
“대체로 청각은 시각보다 감성적이다. 그래서 우리의 영혼에 호소하는 힘이 크다. 때로는 영적이며 계시적인 힘을 지니기도 한다. 향기가 그렇듯이 소리는 신비의 세계로 오르는 계단이요, 우리의 영혼을 인도하는 안내자가 된다. 그만큼 소리와 향기는 종교적이다.”(36 “빈 산에 떨어지는 산과 한 알이 문득 온 우주를 흔든다. 존재의 뿌리까지 울리는 이 실존적 물음을, 천 년 전에는 왕유(王維)가 들었고 지금은 내가 듣고 있다. 이런 소리는 빈 방에서 혼자 들어야 한다. 아니면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p.39 “(돌절구의) 선은 부드럽지만 고려자기처럼 애조를 띤 것은 아니다. 이조자기처럼 튼실하다. 절제하면서도 사람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그런 선이다. 가락으로 치자면 진양조는 아니고 중모리거나 중중모리쯤이나 될까? 웃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 삼화령(三花嶺) 협시보살 두 분 가운데서 왼쪽에 서 있는 애기보살의 웃음만큼이나 무구하다. 소박한 듯 단아하고 단아하면서도 속이 따뜻한 여인.”---pp.45~46 “달팽이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쁨을 노래하지도 않고 슬픔을 울지도 않는다. 매미에게는 일곱 해 동안의 침묵과 극기를 보상하고도 남을 이레 동안의 찬란한 절정의 순간이 있지만 달팽이에게는 그런 눈부신 순간이 없다. 그렇다고 종달새 같은 황홀한 비상의 기회가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가시며 그루터기며 사금파리 같은 현실, 맨살로 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이 그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육체의 고통이 때로는 영혼의 해방을 가져온다고 믿는 어느 고행승과도 그런 표정으로 그저 묵묵히 몸을 움직일 뿐이다.”---p.53 “속이 불편할 때면 가끔 흰죽으로 달랜다. 한때는 씹히는 것 하나 없이 뭔 맛으로 죽을 먹느냐고 타박하던 내가 문득 이 무골호인이 좋아지다니. 지나가는 변덕일까, 오래 유예되었던 결말일까.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시디신 세상을 소화해 내느라 거덜이 난 내 오장육부. 유모의 손길로 고루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이 부드러운 위무.”---p.67 “무엇보다도 11월은 혼자 여행하기에 좋은 달이다. 새벽 4시 반에 가방 하나를 들고 몰래 집을 빠져나와 흔들리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차창으로 펼쳐지는 빈 들판. 깊은 사념에 잠긴 산맥을 배경으로 줄을 지어 서 있는 앙상한 낙엽송의 숲들. 갈색 털실 뭉치 같은 몇 개의 까치둥지와 아득히 높은 가지 끝에 앉아 있는 검은 새가 있는 풍경. 이 까칠한 풍경 속에서 나는 공복과도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p.95 “서른은 모든 문장 성분을 제대로 갖춘 완결된 문장이다. 마음에 단물이 고이고 향기가 그윽해지며 때로는 곱게 단풍이 드는 나이, 조용히 떨어지는 하나의 꽃잎에도 잔잔한 파문으로 대답하는 호수의 수면 같은 나이, 그것이 서른 살이다. 서른 살은 고매한 철학보다 유행가의 가사가 때로는 진리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이다.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었고 신선들도 잃고 싶지 않았던 그 영원한 서른 살. 나는 지금 두 번째 서른 살을 살고 있다.”---p.132 “(바다는) 칼로 허리를 찔러도 금세 아물고 군함이 지나가도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바다는 무엇에 의해서도 손상되는 법이 없다. 사람들이 국경선을 긋지만 지도 위에서일 뿐이다. 무적 함대를 삼키고도 트림조차 하지 않았다. 어떤 지배도 인정할 수 없는 바다는 무엇에 대한 자신의 군림도 원치 않는다. 그는 항상 낮은 곳에 머물며 모든 것은 평등의 수평선 위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 바다는 기록을 비웃으며 역사를 삼킨다. 땅은 영웅들의 기념비로 더렵혀졌지만 아직 바다는 그런 것에 오염되지 않았다.”---pp.189~190 “오동나무가 없었다면 우리 국악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 되었을 것이다. 부드럽지만 감미롭지는 않으며, 맑고 깨끗하지만 되바라지지 않은 소리. 천 길 땅 밑에서 울려오듯 유현한가 하면, 어느새 은결 물방울을 튕기듯 경쾌하게 울리는 저 가을 하늘빛 같은 청아하면서도 조금은 서글픈 음색. 그것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기대할 수 없는 소리요, 우리의 정감에 그중 잘 어울리는 귀에 익은 음향이 아닌가 한다.” ---p.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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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수필 아티스트, 손광성의 대표작 모음
문예진흥원 우수 도서 선정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권장 도서 선정 한국 현대 수필 문학을 대표하는 손광성이 자신의 수필 세계를 총정리하는 선집 『하늘잠자리』를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했다. 『하늘잠자리』는 2005년도에 출간한 『달팽이』를 대폭 수정한 것이다. 『달팽이』에 실렸던 글 중 여섯 편을 덜어내고, 이후 발표한 새로운 글 열네 편을 보탰다. 또한 동양화가이기도 한 저자가 손수 그린 25점의 삽화도 서너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시 그렸다. 내친 김에 표제도 『하늘잠자리』로 바꾸면서 저자는 “이제 그만 가볍게 날아 보고 싶은 심정” 때문이라고 했다. “가을 하늘에 홀연히 나타난 한 무리의 하늘잠자리. 참 가볍다. 얼마를 덜어 내야 저만큼 홀가분할 수 있을까. 중력조차 따돌린 가붓한 부상. 내장을 토해 낸 듯 홀쭉한 배, 햇빛을 투과시켜 버리는 삽상한 날개. 어디에도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은 없다. 투명하다. 투명한 것들은 자주 침묵한다. 무엇을 더 해명하랴. 이미 속속들이 들켜 버린 것을. (중략) 하늘잠자리의 침묵은 그러나 고행승의 그것처럼 무겁지 않다. 맑고 밝고 가볍다. 이루려는 자의 침묵이 아니라 이룬 자의 침묵 같은 것.(24쪽) 이렇게 구성한 『하늘잠자리』는 30년도 넘게 이어져 온 손광성 수필 문학을 총결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글은 “요즘 흔치 않은 정통 수필로서”, 피천득이 “한 편 한 편이 모두 시”라고 했을 정도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특히 “수필은 말맛으로 쓰고 말맛으로 읽는다”는 저자의 주장처럼 그는 문장의 중요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수필이 신변잡기가 아니라 예술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형상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미사여구로 가득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이나 삭막한 사회적 문명적 조건 속에서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아픔과 고달픔을 치유하고 위안한다. 구판 『달팽이』에 실린 것이라도 몇 편은 제목도 바꾸고 내용도 더러 고쳤다. 검인정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편 문학평론가이자 전 경희대 교수인 김우종이 손광성 수필의 예술성에 관해 깊이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