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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벽화를 새긴 혀 012 하루를 펼치다 014 햇살 016 속도 안에서 017 꿈의 갱도 018 탔으면 갈 일이지 020 내 안의 국어사전 022 주민등록증 024 집중 025 의자의 말 026 조름나물 풀 한 포기 028 발걸음의 힘 030 광고지의 하루 032 검은 비닐봉지 033 구두 한 켤레 034 긴 터널 036 결속 038 제2부 숲길이 환한 이유 042 살구씨 한 알 043 청개구리의 꿈 044 태아의 소리 046 호롱불의 미학 048 흙의 진화 050 당신의 잠든 모습 052 나목裸木 054 가슴 속 씨앗 하나 056 가족사진 057 단축번호 058 꿈꾸고 싶어요 나는 아직도 060 겨울 산을 오르며 062 선인장 063 다 어디로 갔을까 064 가을 풀잎 066 꿈이 자라는 집 068 제3부 겁 없는 웃음 072 개울 물 074 고향의 봄 075 깃털 076 단짝 078 그해 여름 080 나는 홀로 있을 때가 좋다 081 물레 082 가을 냄새 083 두 손을 모으다 084 동행 086 딸아이의 풍선 088 마음 안의 풍경 090 문패 092 바람의 입김 094 버려진 시간 096 동안거 098 진술陳述 099 제4부 불현듯 102 빗장을 열다 104 생각을 대신하는 도구 106 숨결을 나누다 107 삼태성三台星 108 순간의 짐승 110 숨은 얼굴 112 사춘기 113 인연 114 채찍 속의 힘 116 초록 숨 117 책장 118 회상 120 뻐꾸기 울음소리 122 열대야 124 해설 순수한 생산 의지의 시인 정신이 펼치는 현대적 감성의 언어 │심상운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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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를 새긴 혀
언어가 있기 이전 사람들은 마음 한켠 전할 말을 찾지 못해 동굴에 벽화를 새기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갇힌 혀는 부싯돌처럼 손끝에 피맺힌 줄 모르고 그어대도 한 올의 무늬조차 풀어내지 못할 때도 있다 밤이면 화덕 가에 둘러앉아 사냥해온 고기를 구우며 수화를 하듯 동굴에 가벼운 깃털을 새겼다 칡넝쿨이 얽히듯 생각과 혀가 뒤엉킬 때 사슴한테 겨누어야 할 화살촉이 바위에 꽂혔다 서로 눈빛을 끌어당기던 날 캄캄한 동굴 안에서 붉은 숨결을 토해내는 혀는 거친 짐승이었다 가끔은 서로 날 선 혀로 불꽃 튀는 분노를 새겼다 눈빛과 표정이 한데 섞인 혀는 말보다 무서운 소통의 힘을 지녔다 꿈꾸고 싶어요 나는 아직도 온몸에 햇살 받으며 가고 싶은 길이 있었다 혼자서 애써 길 나섰지만 햇살은 등을 따뜻이 감싸주지 않았다 차디찬 눈길에서 아무도 몰래 통증을 앓았다 스스로 찾은 그 길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때로는 가시덤불이 얽혀 있을 때도 있었지만 무당이 제 흥에 겨워 춤추듯 신이 났다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펼치던 날 머리 위에 쏟아져 내리는 눈 부신 햇살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한때는 가슴 속 세포들이 요동칠 때도 있었고 겁도 없이 뛰어든 길도 있었다 어쩌면 가도 가도 끝내 닿을 수 없는 길이 될지라도 오늘도 내일도 끝없이 가고 싶은 그 길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