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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시간이 걸릴 뿐이야
김치헌 저
진명출판사 201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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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작하며 / 1장 잃어버린 빛 / 2장 일본에서 배우고 자립하다 / 3장 세계의 맹인 학생을 위해 / 4장 맹인유학생과의 추억 / 5장 자립의 길을 세계로 / 후기 / 해설

저자 소개

저자 : 김치헌
네 살의 어린 나이에 천연두에 걸려 실명.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에서 유학하며 안마, 마사지, 지압사, 침사, 구사 면허를 취득했다.
「사회복지법인 국제시각장애자원호협회(ICB)」를 창립한 장본인이며, 후에 NPO법인 「시각장애자국제협력협회」를 창립한다.
맹인유학생들의 교육을 돕고,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시에 제1호 해외 치료원을 개설, 케냐에서 안마기술 강습회를 여는 등 계속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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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72g | 130*188*20mm
ISBN13
9788980104673

책 속으로

저는 맹인유학생으로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어 공부는 조금 했었지만 회화 경험은 전혀 없는 채로 1968년 4월 6일, 갑작스레 일본어의 홍수 속에 몸을 던진 것입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이나 상대의 몸짓을 볼 수 없는 저는 유일한 대화수단인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입국이 매우 엄격하고 더구나 신체 장애인의 입국에 차별적인 규정까지 있던 시대에, 제도나 수속·행정담당자의 몰이해와 마주 선 일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그러한 저를 자기 자식처럼 보살펴주신 고 손순오 씨 내외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정말 많은 분에게 글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제가 은혜를 갚을 차례입니다.
그런 차에 ‘A 씨에게 받은 은혜를 반드시 A 씨에게 갚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만약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도와도 충분히 A 씨에게 은혜를 갚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조사하던 중에 “일본(Japan)으로 유학을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어떤 맹인학생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이것이야말로 나의 보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맹인유학생을 양성시키는 사업입니다. 외국의 우수한 맹인유학생을 일본 맹학교에 입학시켜 일본의 ‘안마, 마사지, 지압사, 침사, 구사’ 자격을 취득시키고 귀국 후에는 자국의 시각장애인 지도자로 키우는 것입니다.
이 사업으로 양성시킨 맹인유학생은 30년간 13개국 지역에서 50명에 이르고 그 중 과반수는 귀국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타이완(Taiwan)을 제외하고 먼 모국으로 돌아간 전 맹인유학생들로부터 “자국에 활동 거점이 되는 치료원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본에서 배운 기술을 살릴 수 없습니다.”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고생하며 일본에서 삼사년이나 배운 기술을 살리지 못하게 되면 본인은 물론 지원해주신 많은 분에게도 면목이 없을 것입니다. 맹인유학생들이 모처럼 얻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해서든지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Asia)와 아프리카(Africa)에 있는 나라들을 방문해 안마에 대한 설명회와 기술 강습회를 열었습니다. 그 후 인도네시아(Indonesia)와 케냐(Kenya)에서 차례로 시각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이뤄 왔습니다.
그리고 2001년에 「해외에서 치료원을 개설하고 기술 지도를 한다.」,「해외의 시각장애인단체와 정보교환 등의 교류 사업을 한다.」를 목적으로 한 「시각장애자국제협력협회(약칭 ICA=‘아이카’)」를 창립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Jakarta)시에 제1호 치료원을 개설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지팡이에 의존하며 잘도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러한 저의 행보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저의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머리말 중에서

“음식을 넘기지를 못해서 매일 숟가락으로 따뜻한 꿀물을 줬단다. 스스로 몸을 뒤척이지도 못해서 욕창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자세를 바꿔줬지. 점점 말라 뼈와 가죽만 남기에 분명 죽을 거라 생각했단다. 다만, 호흡만은 항상 안정적이어서 거기에 자그마한 희망을 걸었었어.”

내가 여섯 살이었을 무렵인가? 아직 시골에 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여름밤, 마당에 놓인 평상 위에서 뒹굴고 있었더니 어머니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네 상대는 어디서 이렇게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보고 있을까?’라고 말이다. 왜인지 이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설마 내가 일본에서 게다가 일본인과 결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현실은 일본인 아내와 이미 40년 가까이나 생활하고 있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기에 재미있다.

아이는 자주 그림책을 가져와 나의 손을 잡고 동물이 있는 곳을 짚으면서 “아빠 이거 뭐야”라고 물었다. 이쪽이 보기엔 단순히 평평한 종이 위다. 알 리가 없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는 한심한 아버지, 정말 괴로웠다. 아이는 아버지의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손을 잡고 그림책 위에 놓으면서 질문을 한 걸 것이다. 그래도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뭐라 해도 아이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는 게 정말 괴로웠다. 이러저러한 놀이를 함께할 수가 없었다. 캐치볼 등 예를 들면 끝이 없다. 아이를 갖고 눈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에 갔다. 창구의 한국인 담당자에게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으니 수속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자 담당자는 나에게 이러저러한 질문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일본으로 공부하러 가는 사람은 대학뎱수나 대학원을 수료한 사람이다. 학력이 높은 사람이 연구를 위해 가는 거지 당신처럼 고졸에 게다가 눈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울컥했다. 너무나도 분해서 눈물이 쉴 새 없이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고맙다'는 말만 해야 했던 그가 어느 날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미 그의 꿈을 이뤄져 있었다.


많은 이에게 받은 은혜를 다른 이에게 베푸는 것으로 갚고자 한 저자는 시각장애인이 다른 이에게 의지만 하며 사는 것이 아닌 혼자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말 그대로 저자는 30년간 13개국에서 50여 명의 맹인유학생을 양성했으며 지금도 꾸준히 그 꿈을 이루고 있다. 실명으로 빛을 잃었던 그가 스스로 빛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담담한 어투에서 강인하고 곧은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말한다. 길 없는 길을 걸었다고.

어쩌면 우리네 삶 또한 길 없는 길을 걷는 것과 매한가지 아닐까.
보이지 않는 답답함과 괴로움을 담담히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열정적으로 하루를 살았다. 원래부터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시력을 잃기 전 네 살의 꼬마 아이는 자신의 눈으로 보았던 세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스스로 견디지 못해 목 놓아 우는 일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울고 난 후 더욱 단단해지곤 했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가 아닌, 그동안 '내' 안에 잠자던 '열정'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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