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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임자 없는 나룻배』가 유신키네마의 제작으로 영화화된 것은 1932년이다. 이 해 이규환은 일본 신흥키네마에서 영화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자작 시나리오 『임자 없는 나룻배』로 제작자 강정원을 감동케 하고, 다시 나운규를 심취하게 해 스스로 삭발하고 주연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이규환의 처녀 연출로 완성한 영화 또한 일제 시대를 통틀어 문제작이요 수작으로 꼽혔다.
이규환은 보다 차분한 리얼리즘의 영상 미학으로 1930년대 한국의 분위기를 그려 냈고, 나룻배 사공 춘삼을 통해서 일제하에 사는 겨레의 빼앗긴 설움과 생 현실의 어려움과 분노를 묘파했다. 여기에 수록된 『임자 없는 나룻배』는 1962년도에 화성영화사에서 제작된 영화 시나리오다. 감독은 엄심호이며, 이규환 원작을 곽일로, 유일수가 공동 각색한 작품이다. 이규환 원로의 원작 시나리오가 수록되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허나 원작 시나리오가 보존되어 있지 않고, 팔순의 고령이신 이규환 선생의 건강 사정으로 복원 작업이 어려웠다고 한다. 어떡하던 복원 시나리오가 후세에 남겨지는 것이 필자의 소망이다. 원작 시나리오와 각색 시나리오 사이에는 그 주제, 구성, 표현에 많은 차이점이 있다. 원작에서는 물난리로 이농한 농부 춘삼이 서울에서 인력거꾼을 하다가 아내의 입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절도를 하고, 체포되어서 감옥 생활을 하는 동안, 아내는 변절해 다른 남자와 간통하게 되고 실의에 빠진 춘삼(나운규)이 딸(문예봉)을 데리고 시골에 돌아가 나룻배 사공이 된다. 여기에서 아내의 변절-상실이 큰 의미를 갖는다. 원작과 각색이 거의 같은 끝부분-일인의 철도 부설로 나룻배 사공이 폐업하게 되고, 박 기사와 싸우다 철로를 도끼로 찍는 장면은 그대로 살아있다. 철로는 일제 강점의 심벌이다. 조선 땅을 강점하고 생업을 빼앗으며, 딸의 정조마저 유린하는 폭력의 상징이다. 1932년 당시는 철로를 도끼로 찍는 장면이 200컷이나 잘렸다. 『임자 없는 나룻배』는 일제 암흑기의 겨레의 참담함과 비분을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차분한 리얼리즘의 미학으로 표현한 기념비적인 문제작이 아닐 수 없다. _이영일(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