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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전갈이 있습니다.”
“네?” 송이는 스튜어디스가 건네주는 종이를 펼쳐보았다. ( 1등석으로 오겠습니까? - 류크 ) 류크? 그 남자가 어째서……? 송이가 멍하니 눈만 깜빡거리자, 스튜어디스가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제안했다. “1등석으로 옮기시겠어요?” “음, 그렇게 하죠.” 좁디좁은 일반석에서 1등석으로 가자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송이는 스튜어디스를 따라 1등석으로 갔다. 뒤로 완전히 젖힐 수 있는 크고 편안해보이는 의자가 송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류크도.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어, 저기, 어떻게 된 거죠?” 류크는 푸른색의 와이셔츠와 검은 색의 정장 바지를 걸쳤는데, 푸른색과 녹색의 두 눈동자로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어 지구의 차원인처럼 보였다. 물론 옷차림이 저렇고 눈동자를 같은 색으로 보이게 해놨다고 해서 평범해 보이는 건 아니었다. 날카롭고 차가워 보이면서도 깊이 있어 보이는 귀족적인 이목구비에 몸매는 날렵하면서도 강인했는데, 잘생긴 남자들을 좋아하는 송이에겐 눈요기에 아주 충분했다. 사실, 충분한 정도를 지나쳐 황홀하다고나 할까. “명령받았습니다.” “네?” 류크는 눈에 가득 미소를 담고 말했다. “샨의 반려께, 친구분의 안전을 명받았습니다.” “하나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요?” 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그럴 필요 없어요. 이번 여행은 혼자 다니려고 한 거거든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다닐 테니 위험할 일도 없고요.” 친구를 생각해주는 하나의 마음 씀씀이는 고마웠지만 송이는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 다닐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더군다나, 뭐랄까…… 겨우 두 번째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지만, 송이는 눈앞의 남자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왠지 모르게 꺼려질 뿐. “그러니 이만 돌아가주세요.” 류크는 송이의 단호한 요청에 이렇게 되물었다. “제가 싫으십니까?” 송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류크는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 대신 실망의 기색이 걸려 있었다. “경호를 싫어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제가 싫은 겁니까?” “그, 그럴 리가요. 그쪽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제가 왜 싫어해요. 아니, 오히려 좋아하죠. 어제 절 구해주셨으니. 아니 엊그저께구나.” 송이는 잠시 횡설수설하다가 헛기침을 했다. “암튼간에, 싫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단지, 전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선호하거든요. 다른 사람이랑 같이 다니는 건, 서로 잘 알고 절친하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이에요. 서로 보고 싶은 게 다르거나 그러면 싸우거든요.” “전 여행 동료가 아닙니다. 경호를 해드리고 싶을 따름입니다. 방해할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도움이 되어 드리겠다는 겁니다. 아무리 유럽이 안전지역이라고 해도 통계적으로 매년 사고는 납니다. 손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해드리죠.” “사고요?” “작년에 프랑스에서 20대 후반의 한국인 여성이 납치, 강간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기사로도 났는데 못 보셨습니까?” 송이는 목 뒤의 솜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그, 그래도 이, 이제까지 여러 곳엘 다녔는데 별 일이 없었어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야지요. 제가 곁에 있으면 위험할 일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항상 무겁게 짐을 꾸리고 다니신다고 들었습니다. 짐을 대신 들어 드리지요. 미리 조사를 해뒀으니, 길잡이에 가이드도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경호원, 짐꾼, 길잡이에 가이드까지? 송이는 류크의 제안에 혹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본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