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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서운하게 하는 것 모두 안녕히
김민준
자화상 2018.12.04.
베스트
한국소설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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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숲 /6
슬픈 나 어제의 지금 /22
우리의 마지막 바다 /110
바다거북은 태어나자마자 어딘가를 향한다 /140
소설가 K의 일상 /192
작업노트 /232

저자 소개 1

이야기를 씁니다. 인생에서 지키고 싶은 문장 몇 가지는 분명하게 지니고 있는 애매한 사람입니다. 때때로 지나친 공허함에 스스로를 가두어 두지만 소설을 쓰고 있으면 영혼의 목소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서 조금은 더 오래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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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240g | 117*186*16mm
ISBN13
9791189413187

책 속으로

“나는 아무래도 어둠인가 봐.”
“왜 그렇게 생각해?”
“주변은 온통 어둡고 내게는 실체가 없으니까.”
---「숲」중에서

만약에 네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곳이 비록 이 세상 밖에 존재한다 할지라도
너에게 갈게.
---「숲」중에서

“고칠 수 있어. 고칠 수 있을 거야.”
떨리는 그 눈동자와 음성을 통해 전해지는 기분은 되레 확고했다. 그는 이런 나를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 물론, 그 사람에게 느끼는 실망만큼 미안함 또한 컸다. 징그럽게 변해버린 연인을 보며 그래도, 마지막까지 함께 발버둥 치려 애써준 것만으로 그는 나에게 충분히 고마운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는 속으로 다른 말을 기대하고 있었던 거다.

‘네 삶은 고장 난 게 아니야. 너는 망가지지 않았어.’
---「슬픈 나 어제의 지금」중에서

그럼에도 온-라인, 이라는 우주에서는 왜곡되고, 생략되어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아마도 그것은 ‘다정함’이라는 의미, 울고 있는 누군가의 등을 살포시 다독여주는 깊이 있는 연민. 나는 한 번도, 그 우주에서 진실을 마주해본 경험이 없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어쩌면 진실이란 무관심으로 도태되어버린 그 다정한 시선 속에서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슬픈 나 어제의 지금」중에서

구석구석 아무도 들여다봐주지 않아서 먼지가 쌓여 있던 내 속마음을 열어주었던 것도 당신이고, 친절하게 끌어안아 줬던 것도 당신이었지요. 나는 당신으로 인해 꽤나 고단한 시절을 그럭저럭 잘 버텨올 수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우리의 마지막 바다」중에서

아마도 마음에도 국경이란 게 있나 봐요. 한 번 선을 넘으면 다시는 함부로 돌아올 수가 없는 그런 경계가 있나 봐요. 나는 우리가 아직 가까이 있지만, 그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국경 같은 거 말이에요.
---「우리의 마지막 바다」중에서

때때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란, 사람 마음에 깃든 긴장과 불평들을 잠재우는 데 탁월한 행동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맛이란, 작은 자유를 선사하는 것과도 같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복잡한 감각들로부터 벗어나, 오직 ‘맛있다!’라고 하는 쾌락의 영역 속에 머물게 하는 것. 따라서 명장의 맛이란 손끝의 기술이 아니라, 먹는 이의 고단함을 치유하고자 하는 인간애(人間愛)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바다거북은 태어나자마자 어딘가를 향한다」중에서

“아들아, 괜찮다. 때때로 놀라운 기적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식어가는 연기 속에서 일어나기도 하니까. 살아가다 보면 네 가슴 안에 한때 품었던 그 불꽃이 새까맣게 멎어버리는 순간도 있을 거란다. 감당하지 못할 자책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도, 잊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네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온기로 삶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바다거북은 태어나자마자 어딘가를 향한다」중에서

“어른이 되면 무언가를 접할 때, 각자 자기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라는 게 생기거든. 그걸 거스르면 굉장히 찝찝해. 그냥 그래서 그런 거야.”
무서워 보이는 여학생들이 다소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크게 외쳤다.
“우리도 각자 좋아하는 방식이 있거든요!”
“그래? 그럼 너네도 어른이야.”
---「소설가 K의 일상」중에서

이 밤의 고요함을 배경 삼아서 나 역시도 가슴 안에서 혼자만의 소설(小說)을 써 내려갔다. 손등에 닿은 시린 표현들, 내가 머물고 있던 그 텅 빈 골목의 밤이 언어적인 인연과 인과에 근거하지 않는 초월적 우연으로 엮일 때, 나는 비로소 내 창백한 손등 위로 작은 손톱자국 하나를 새겨보았다. 비스듬하고 어렴풋한 공허空虛 그것은 어떠한 비명도 없이 머물다 아주 조금씩 내 눈매로 다가오는 것이다. 작고 희미한 손톱자국 속에도 깊이는 있다.

---「소설가 K의 일상」중에서

출판사 리뷰

잔잔한 감동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다섯 편의 짧은 소설


소설집을 여는 첫 번째 작품 「숲」에서는 평생을 이슬방울 안에서 살아온 작은 물고기와 그런 물고기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는 이름 모를 존재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아무래도 어둠인가 봐.”
“왜 그렇게 생각해?”
“주변은 온통 어둡고 내게는 실체가 없으니까.”

“우리는 더 가까워질 거야.”
“이슬 안의 작은 물고기야. 나를 위해서 왜 이렇게 무리하는 거야. 나는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이름 모를 존재는 이슬 안의 작은 물고기에게 쓸쓸함을 위로해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의지하라며 끊임없이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서로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둘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마치 「어린왕자」를 읽는 듯한 잔잔한 감동을 준다.

두 번째 이야기 「슬픈 나 어제의 지금」은 원인 모를 피부병으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내면에서 시작한다. 남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팔아먹고 살던 기자였다. 하지만 병을 얻은 후로는 혼자만의 시간, 느리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오로지 인터넷 창으로만 세상과 소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 전의 그를 아직 기억하고 있던 누군가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면서 남자는 말하기 시작한다.

“과감히 나를 드러내면 모든 게 낮잠처럼 어렴풋이 지워져버렸으면 좋겠다.
흰 빛의 노출로 촘촘히 바래진 필름 속 사진 한 장처럼.”
세 번째 이야기 「우리의 마지막 바다」는 헤어지는 연인의 이야기를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지금 너랑 이렇게 걷고 있어서 너무 좋다고. 세상에 그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겉으론 표현하지 못하고 다툴 뿐이다. 내가 과거에 그랬고,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그럴 것만 같은 이야기를 김민준 작가의 목소리로 솔직하게 조용하게 털어놓고 있다. 마음에도 국경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더욱 와닿는다.

네 번째 이야기 「바다거북은 태어나자마자 어딘가를 향한다」는 초밥 명인을 꿈꾸는 이로하의 이야기다. 자신의 일에 있어 더 잘하고 싶고 욕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이로하의 스승이자 아버지는 자신이 지켜온 것을 고루하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갈고 닦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로하는 그런 아버지와 기꺼이 꿈을 찾아 초밥이 아닌 사진가를 꿈꾸는 아들을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물론 그 세 부자를 읽어 내려가며 자신을 돌아볼 것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소설가 K의 일상」은 허구의 인물 K가 등장해 진행되는 짧은 소설이다. K는 진득한 소설 한 번 써보라고 권하는 교수님, 작가라고 하니 서점 순위 몇 위까지 올라가봤냐고 짓궂게 묻는 사람들 사이에서 산다. 그들이 직업을 물어도 소설가라고 답하지 않는다. 설명하려 할수록 사람들은 그를 판단하고, 재고, 틀에 가두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이제 자신과 자신의 글을 위한 길을 떠난다. 그에게 ‘외출’은 단순한 집밖을 나서는 행위가 아니라 소설가의 책무를 이행하러 떠나는 길이다.

“이번 한 달만 버티면, 몇 년 만 더 고생하면,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 우리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들에는 시간제한이 있는 게 아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일들은 언제 어디에서 즐비하다. 우리는 그러한 상념들로부터 영원히 졸업할 수 없다. 그러니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보다는,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한 이유들에 대해 고심해보는 편이 더 나았던 것이다. 앞서 누군가에게 말했듯이, 이미 나는 어른이었고, 행복은 나중에 오는 게 아니니까.”

“어떤 한 단락을 완성하기 위하여 나는 하루를 그 느낌에 가까운 태도로 살아간다.”

K는 소설가로서의 자신을 누구보다 굳게 믿고 정확히 판단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글을 쓴다. 이것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일까? 그 답은 누구도 모르지만, 아마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김민준 작가 역시 소설과 K와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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