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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1. 사천만갯벌 -매향비에서 격납고까지 경남 갯벌의 절반이 사천에 경남에 셋뿐인 조선시대 조세 창고 지금껏 서 있는 석장승 네 쌍 민중의 미래세상 염원을 담은 매향비 일제강점기 비행기 격납고 지구의 역사 새겨진 대섬 02. 창원 주남저수지 -일제강점기 피땀 어린 근대농업유산 저마다 다른 산남·주남·동판저수지 붓과 옻칠이 출토된 다호리고분군 일본 연초왕 무라이가 만든 저수지 근대농업유산 주남저수지 03. 논 논두렁 봇도랑 둠벙 -노동과 추억이 공존하는 생명터 고달픈 노동의 산물 100년 전 낙동강 하류 일대는 논에 생물이 많은 까닭 논두렁·봇도랑·둠벙 논에 어린 정서와 문화 04. 옛적과 오늘날의 인공습지 -백성 피땀 담긴 저수지, 생명을 일구다 밀양 수산제 돌수문 진주 강주연못 일제가 만든 저수지들 요즘은 수질 정화용이 대세 05. 배후습지의 전형 -진주 장재늪·서원못·연못 일대 남강이 만든 배후습지의 그윽한 풍경 작지만 전형적인 배후습지 배후습지가 낳은 홍수 관련 설화들 비운에 간 조지서를 위한 신당서원 06. 창녕 우포늪 -‘어우러져 살아라’ 토평천이 낳은 교훈 ‘국내 최대 내륙습지’의 함의 신당마을에 남은 독특한 기와집 ‘물슬천’, 그리고 ‘우포’와 ‘누포’ ‘팔락정’과 ‘가항’ 으뜸 쓰임새는 인간이 얻는 위로 07. 마동호갯벌 -역사·문화유적·생태계 모두 풍성한 보물창고 해방 이후 전국 최초 간척 생김새 독특한 거산리지석묘 경남 최대 규모 갈대밭 지구의 역사를 켜켜이 담은 암석 ‘마’암면과 ‘동’해면에서 따온 마동호 08. 검포갯벌 -장구한 역사 속 겹겹이 쌓인 ‘삶의 흔적’ 작은 가야? 센 가야! 고성반도의 고대 중개무역 수문장들의 유택 내산리고분군 중세의 마을숲과 현대의 금강중공업 09. 사라질 뻔했던 마산만 봉암갯벌 -다양한 생물 삶터로 경남 연안 첫 습지보호지역 갖은 욕설 내뱉던 개발업자 마산만에 남은 마지막 숨구멍 물고기조차 살지 못했던 마산만 해역 도심 속 생태교육 현장 면적 적어도 사는 생물 많은 갯벌 10. 매립과 보전이 맞서는 갈등의 광포만 -사천만 잿빛 대지에 피어난 생명의 보고 1999년 새로 생겨난 지명 사천만 매립과 광포만 대추귀고둥이 지킨 갯벌 우리나라 제일 넓은 갯잔디 군락 11. 김해 화포천습지 -노무현 대통령을 길러낸 넉넉한 들녘 빼어난 습지 경관 광주 노씨 김해 입향조의 모정비각 고향으로 돌아온 최초·유일 대통령 대한해협을 건너온 황새 봉순이 호미 든 관음보살 두 분 12. 인공 남강댐에 생겨난 자연 습지들 -사람 발길 끊기니 물총새 둥지로 물풀 고향으로 남강댐=진양호의 역사 상습 수해 지역 진주 인공댐에 들어선 자연 생태 대평·사평·금성·완사·오미·까꼬실의 습지들 대평리 신석기시대~삼국시대 유적 13. 고지를 지나 바다로 가는 가화천 물길 -인간사 희로애락 담고 산을 넘는 남강 물길 낙남정맥을 넘어 사천만으로 220년 전에도 있었던 방수로 뚫자는 주장 진주 유수리 백악기 화석 산지 가화천 일대 사람살이의 자취 사천만에 미친 악영향 14. 함안 성산산성과 아라홍련 -700년간 작은 씨앗 품은 생명의 어머니 가야 옛터 함안 성산산성 쓰레기로 버려졌던 목간 산꼭대기에서 나온 연씨 함안천과 무진정 15. 함안 연꽃테마파크와 옥수홍련·옥수늪 -대접받아 마땅한 토종 연꽃의 1100년 고향 옛 습지에 들어선 새 습지 1100년 전 그대로 옥수홍련 옥수홍련의 초라한 고향 우리나라 연근 최대 산지 함안 16. 창녕 용지 -수많은 애환 말없이 보듬은 산정 억새평원 의병장 곽재우와 창녕 화왕산 산정습지에서 출토된 호랑이 머리뼈 억새 태우기 놀음의 참극 생명들 보금자리 억새평원 17. 양산 영축산 단조늪 -1000m 고원에 어린 옛 사람들의 고단한 몸부림 우리나라 최대 규모 고산습지 지역민들 생계 잇던 터전 옛 모습 그대로 단조성 단조성이 고마운 단조늪 18. 양산 천성산 화엄늪 -원효스님 화엄벌 전설과 KTX 원효터널의 공존 한국 불교의 성지 화엄벌 한국 불교의 자존심 원효 화엄벌과 화엄늪의 상생 공군부대 떠난 자리 원효늪 19. 밀양 재약산 사자평 -아름다운 억새 물결도 역사의 아픈 흔적 재악산과 재약산 신령스러운 우물과 사자평 한 때 크게 다쳤던 습지 버드나무와 진퍼리새 손바닥만 한 고사리분교 일제가 스키장 만들려다 생겨난 억새밭 20. 창녕 비봉리 패총 -태풍 덕분에 세상에 나온 8000년 전 사람살이 태풍 매미의 악몽 비봉리 양·배수장 유수지 창녕비봉리패총전시관 습지의 원형과 인간 삶의 바탕 낙동강 둘레가 두루 편한 삶터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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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사람들이 먼저 살기 시작한 데는 배후습지가 아니라 자연제방이었다. 주남저수지 일대를 두고 말하자면 낙동강 쪽은 높이가 해발 10m 안팎인 반면 주남저수지 쪽은 3m정도밖에 안 된다. 주변보다 볼록 솟은 자연제방에서는 농사도 어렵지 않게 지을 수 있었고 안전한 거처도 손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100년 전만 해도 그랬다. 주남저수지 쪽이 아니라 낙동강 따라 남북으로 길게 놓여 있는 자연제방에서만 농사가 안정적이었던 것이다. 강이 가까우니 논농사였으리라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실은 밭농사가 대부분이었다. 자연제방 농토는 모래가 많은 사질토여서 물을 머금기가 쉽지 않았던 때문이다. --- p.34
검포갯벌은 3분의1 정도가 살아남아 있다. 3분의2는 매립되어 배를 만드는 조선공장 차지가 되어 있다. 금강중공업이다. 금강중공업이라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른다. 그러나 ‘천해지’라 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으면서 경기도 안산 꽃다운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숱한 생명을 바다에 수장시킨 세월호, 그 세월호를 사실상 소유했던 기업이 천해지다. 천해지는 세월호 참사의 주범 유병언 일가의 핵심 계열사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성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2014년 10월) 2015년 12월 GH컨소시엄(금강레미콘+천해지 협력업체)들에 680억 원에 팔리면서 다시 금강중공업으로 한 번 더 바꾸었다. --- p.120 가화천은 바닷물의 영향 아래 있(었)다. 붉은발말똥게에 더하여 새롭게 이름을 얻은 총알고둥·비틀이고둥이 살고 갯가에서는 갯질경이 등이 자라는 것이 상류에서도 확인되었다. 민물이 왕창왕창 쏟아져 내리는 지금도 이처럼 바다 생물이 산다. 더불어 가화천에는 버들강아지도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버들강아지는 민물 습지에 있을 뿐 소금기가 있는 바닷가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는 해마다 봄이면 잎보다 먼저 꽃이 피어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다. 또 가화천 하류에서는 밀물이 드는 때에 맞추어 배를 띄웠다.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그랬다. 어물 같은 바다 산물을 싣고 상류로 올라와서 부려놓고는 돌아갈 때는 들과 산에서 나는 산물을 배에다 실었다. 배가 닿는 나루터 근처에는 당연히 주막도 있었다. 질그릇을 굽는 가마도 있었다. 산간과 바닷가로 두루 팔려나갔을 것이다. 이번에 축동면 반용리 729-1(반룡길 26-174) 언저리에서 가마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대는 차진 황토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 사이로 그을음이 검게 끼인 흙구덩이가 보였고 주변에는 질그릇 조각이 여럿 흩어져 있었다. --- p.182 사자평을 대표하는 습지식물로는 물억새가 으뜸으로 꼽힌다. 수미봉이 멀리 보이는 기슭에서부터 건너편에 이르기까지 너르게 무리를 지었다. 한가운데로는 깊은 산중답지 않게 물이 끊어지지 않고 흐른다. 양쪽 비탈에서 물을 받아 모래나 자갈도 함께 굴린다. 이것이 표충사에서는 약물로 솟아나고 그 아래에 모여서는 단장천을 이루어 흐른다. 물론 습지식물은 물억새 말고도 많다. 나무로는 먼저 버드나무가 있다. 바람 따라 파도치는 억새평원을 배경으로 삼아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다. 평원 한가운데서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곡선미를 뽐낸다. 이런 깊은 산중에서 버드나무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풀로는 억새 다음으로 진퍼리새가 꼽힌다. 억새밭에도 있고 나무숲 아래에도 있다. 줄기는 집단을 이루면서 우묵하게 자라고 뿌리는 원뿌리와 곁뿌리의 구분이 없이 수염처럼 많이 뻗어나 자란다. 이것들이 흙도 꽉 움켜쥐고 물도 흠뻑 머금는다. 진퍼리새 뿌리가 이런 역할을 멈추면 흙도 물도 비탈 아래로 죄다 쓸려 내려간다. 사자평을 계속해서 습지로 유지시켜주는 1등공신인 셈이다. --- p.251~252 |
경남 곳곳 물 머금은 땅을 발품 팔아 찾아다닌 여정
수많은 세월 인간과 습지가 교류하며 쌓아온 풍성한 이야기를 담았다 풍경 사진처럼 아늑하고 차분한 자연의 모습. 그동안 ‘습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사람들은 이런 습지가 생명을 얼마나 많이 품고 있는지, 철새가 얼마나 찾아오는지, 자연정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늘 이야기했다. 이 책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이야기이다. 이미 습지에 대한 책을 낸 적이 있는 저자는 『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가 습지에 대한 개안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습지를 중심에 두고 다양하게 뻗어 나간다. 습지가 있는 지역의 역사, 그 땅이 습지가 된 지형적 배경, 습지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들… 그렇게 풀어 나가다 보니 인간과 습지가 어떻게 교류해왔는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습지와 그 주변에 사는 사람의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더라는 것이다. ‘분명 논이지만 오리 200~300마리가 떼로 헤엄치고 있을 만큼 물이 깊고 그득하다. 제방에 있던 할매 한 분한테 일부러 물을 넣어 무논으로 만들었느냐 물었다. 그랬더니 “어데가! 사철 물이 나는 논이라 나락농사배끼 못하네. 채소 같은 밭농사는 지을 수 없으니”라 일러주었다. 이처럼 주변이 논으로 바뀐 뒤에도 물이 솟거나 흘러들어 고이는 들쭉날쭉한 지대는 논두렁 바깥에 남았고 사람들은 이를 옥수늪이라 했다’ 주남저수지, 우포늪. 경남 사람들이 떠올리는 대표적인 습지다. 관광지 역할도 하며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유명한 습지와 함께 관심에서 빗겨난 습지도 이 책에서는 소중하게 다룬다. 댐 건설로 마을이 물에 잠겨 뜻하지 않게 생겨난 습지, 농촌에서 흔히 보는 논, 작은 봇도랑 등. 이런 습지 또한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귀한 곳이다. ‘남강댐은 습지도 새로 만들었다. 골풀·세모고랭이 같은 물풀이 물과 뭍의 경계에서 자라고 마름은 물 위에 떠 있으며 말즘은 물속에서 흐늘거린다. 조금 위에는 버들이 부풀어 올라 있고 좀 더 높은 확실한 뭍에서는 조그만 소나무가 군데군데 자란다. 갯버들이나 물버들은 습지의 육지화를 일러주는 지표이며 소나무는 거의 육지가 되었다는 지표다’ 이 책을 읽으면 습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할 거라 자신한다. 그윽하고 잔잔한 풍경 속에 작은 생태계가 꿈틀거리고 그곳과 교류하며 쌓아온 인간과의 시간, 습지는 소중한 자연일 뿐만 아니라 풍부한 인문학적 자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