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저자의 말 005
들어가며 다인을 만나다 019 1장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다 027 2장 머리로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055 3장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다 065 4장 보고 느끼다 077 5장 진짜를 경험하다 089 6장 계절을 맛보다 117 7장 오감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다 143 8장 지금 여기 존재하다 159 9장 스물네 번의 계절을 지나다 175 10장 이대로도 충분하다 185 11장 이별은 반드시 찾아온다 221 12장 내면에 귀를 기울이다 233 13장 비 오는 날은 비를 듣는다 245 14장 성장을 기다리다 259 15장 긴 안목으로 현재를 살아가다 269 단행본 후기 280 문고본 후기 282 다도구 수업 284 |
Noriko Morishita,もりした のりこ,森下 典子
이유라의 다른 상품
|
계절은 차례차례 포개어지듯 다가와서 빈틈없이 이어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옛 달력에서 24절기로 나뉜다. 하지만 내게는 차를 배우러 다니는 매주, 매순간이 각기 다른 계절이었다. 작달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빗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더니 불현듯 방이 사라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쏟아지는 빗속에 있었다. 비를 듣는 동안 어느새 내가 비 그 자체가 되어 선생님 댁의 정원수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건 이런 것이었구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도를 계속하는 동안 그런 순간들이 적금의 만기일처럼 때때로 찾아왔다. 무슨 특별한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이십 대, 삼십 대, 그리고 사십 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는 동안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 컵에 한 방울 한 방울 물이 차올랐던 것이다. 컵이 가득 찰 때까지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물이 가득 차 표면장력이 높아지고, 어느 날 어느 순간 부풀어 오른 수면에 균형을 깨뜨리는 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바로 그때 물이 컵 가장자리를 타고 단숨에 흘러내리는 것이다. --- p.9 모두의 시선이 세세한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선생님의 손끝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디를 어떻게 봐도 특별한 동작을 더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버릇도 눈에 띄는 화려한 기교도 없이,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평소 가르치는 그대로 자연스럽고 담백하게 해 나갈 뿐이었다. ‘대체 뭐가 다른 거지?’ 산속에서 솟아나는 깨끗한 물은 유리처럼 무색투명해서 아무런 냄새도 특징도 없고, 목에 걸리는 느낌 없이 우리 몸에 산뜻하게 스며든다고 한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아무것도 빼지 않은, 그런 ‘물’ 같은 데마에였다. --- p.87 족자에서 바람이 불고, 물방울이 튀고, 달이 뜨고, 눈이 흩날린다. ‘역시 오길 잘했어.’ 다도 수업에 가면 꼭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왔다.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데마에를 반복하면서 화과자를 먹고, 도구를 만지고, 꽃을 바라보고, 족자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물을 느꼈다. 지금이라는 계절을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오감 전부를 통해 맛보고 상상으로 체험했다. 매주, 그저 한결같이. 이윽고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 p.142 나는 ‘꽃’을 얼마나 작은 테두리 안에서 보고 있었던 걸까. 다화가 없는 계절 같은 건 없었다. 따분한 계절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 p.158 ‘차 같은 건 나랑 안 맞는지도 몰라.’ 사실은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다도는 정해진 규칙으로 이루어진 세계인 반면, 그 자리의 흐름을 읽어서 상대의 움직임을 잠시 기다리거나, 두 가지가 겹쳤을 때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할지 즉시 판단하거나, 나중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일찌감치 치워 두거나 하는 식으로 융통성과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난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야말로 진짜 그 사람의 실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 p.199 |
|
단정한 손끝에서 완성되는 조용한 균형
20년간 독자의 마음을 울린 베스트셀러 《일일시호일》은 차를 잘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 반복 속에서 감각이 깨어나고, 계절의 냄새와 소리를 알아차리며, 삶을 서두르지 않는 법을 배우는 기록을 담은 책이다. 우리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잘하려고 애쓰지만, 이 책은 정반대로 말한다. 무거운 것은 가볍게 들고, 의미는 나중에 알면 된다고.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방향을 잃고, 믿었던 연인과의 이별로 마음이 무너지고, 남들보다 뒤처진 듯한 초조함 속에서도 노리코의 시간은 무심히 흘러간다. 다실에는 어느새 자신보다 더 오래, 더 열심히 차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앞서가지 못했다는 조급함과 비교의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듯 같은 자리에 앉아 물을 끓이고 차를 타는 시간이 쌓이면서, 삶에도 속도가 아니라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간다. 그렇게 그녀의 시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깊어지고 있었다. 고요한 다실에서 만나는 차의 시간과 정반대로 노리코의 삶은 여러 번 흔들린다. 늦은 나이에야 비로소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겨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던 무렵 아버지의 죽음이 찾아온다.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는 후회는 오래 남아 그녀의 마음을 붙든다. 그때 다실에서 배운 말이 떠오른다. 일기일회. 한 번의 만남은 단 한 번뿐이며, 같은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그녀는 후회 대신 지금의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느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듣는 동안 방도 시간도 사라진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비의 냄새와 공기의 온기, 숨소리와 심장 박동만이 또렷해지고, 세상의 소음과는 멀어진다. 정적 속에 비로소 마주하게 된 자기 모습을 통해 삶을 채우는 것은 거창한 성취나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돌아보면 다도를 계속해 온 세월은 특별한 결심이나 열정의 결과라기보다, 그만두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매주 같은 자리에 앉아 물을 끓이고, 차를 타고, 계절을 보내는 일.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감각은 깊어지고, 마음은 단단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넓어졌다. 컵에 물이 한 방울씩 차오르듯,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축적되고 있었다.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마침내 다명(茶名)을 받고 제자를 가르치는 자리에 선 노리코는 이제 안다. 인생의 의미란 애써 찾아낸 정답이 아니라, 그 고단한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한 뒤에야 덤처럼 따라오는 깨달음이라는 것을. 버티고 견디며 흘려보낸 시간들은 어느새 삶의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인생의 의미 역시 애써 찾은 답이 아니라, 그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덤처럼 따라온 깨달음이었다. 이 책은 특별한 성공이나 극적인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서서히 변해 가는 한 사람의 삶을 색다르게 보여주어 긴 여운과 함께 독자의 한켠에 자리 잡는다. |
|
마음 깊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작은 찻잔 속에 드넓은 하늘이 비치고 비가 내려 푸른 이파리를 적신다. 하루와 하루, 계절과 계절, 한 해와 다음 해를 지나며 정연한 반복을 통해 이윽고 무한으로 나아가는 물길. 이 거대한 순환 속에 우리의 매일이 있다. 이토록 뒷맛이 깨끗하고 개운한 독서가 대체 얼마 만인지! - 김하나 (『금빛 종소리』 저자)
|
|
천천히 차를 개고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 소리의 차이를 알아차리며, 차를 마시는 나의 마음까지 함께 돌보는 시간, 다도. 이 책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다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지친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는 감수성의 보물창고가 되어준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날이라도, 따뜻한 차와 함께하는 고요한 시간이 있다면 우리는 괜찮아질 것이다. - 정여울 (『데미안 프로젝트』 저자, KBS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
|
다케다 선생님의 말씀에 뜨거운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때 느꼈다. 노리코가 배운 건 차가 아니라 인생이었구나. 느닷없이 변덕을 부리는 인생을 견디며, 시도 때도 없이 낯설어지는 운명을 익히는 법. - 장성란 (영화 저널리스트)
|
|
저자가 기나긴 차의 시간을 통해 전하려는 것은 다도의 형태뿐만 아니라, 그 형태 너머에 존재하는 마음의 태도인 것이다. - 최영건 (『사랑으로 돌아가기』 저자,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