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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장, 갈담장의 추억_ 김용택
추억조차 사라져 갈 풍경_ 안도현 장터의 시인, 장터의 사진가_ 정진국 이흥재의 장터 사진에 담긴 미학_ 정진국 순간이 역사로 이어지는 이흥재의 장날 사진들_ 김용택 내가 본 이흥재_ 안도현 작가의 말 / 사진 설명 / 이흥재 작가 약력 |
金龍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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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저만큼 먼지 나는 신작로 길을 걸어가셨다.
어머님께서 차에서 내려 다부진 몸으로 닭을 흥정하시던 모습과 나를 보내고 신작로 길을 부산하게 걸어가시던 어머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머님이 가야 할 길이 정말 너무 먼 길로 느껴져 나는 힘이 팽겼다. 눈물이 퉁퉁 마른 발밑 땅에 떨어져 먼지들을 적셨다. _김용택, 「순창장, 갈담장의 추억」 중에서 장날만 되면 이 세상이 거기 다 있었다. 아쉽고 부족한 것은 거기 다 있었으며, 넘치고 풍족한 것도 거기 다 있었으며, 반질반질한 것도 투박한 것도, 불쌍하고 가엾은 것도, 잘나고 못난 것도, 큰 것도 작은 것도, 없는 것을 빼고 있는 것은 거기 다 있었다. _안도현, 「추억조차 사라져 갈 풍경」 중에서 거기에는 몇백 원 몇천 원은 당연히 깎게 마련인 흥정이 있고, 시끌벅적하고 얼큰한 취흥이 감도는 주막집의 하얗게 서린 김이 있으며, 갈치 꼬랭이 한 마리 사 들고 돌아오는 길의 푸르른 달밤의 정취가 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흥얼거리는 팔자걸음 속엔 지금껏 인생길이 그러했듯, 재촉할 것 없는 여유로움과 녹녹함이 담겨 있다. 밥상을 차려 놓고 밥을 담아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둔 채 아버지가 장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온 식구의 기다림이 있고, 쓸쓸함이 길게 그림자 드리운 고샅길의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흑백의 장날 사진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추억처럼 숨겨져 있다. _이흥재, 「작가의 말」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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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마주치는 낯익은 얼굴과 기억들
며칠에 한 번씩 사람과 물건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날은 사람들의 사교의 장이자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의 장소, 그리고 세상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뉴스 채널과 같은 역할을 하곤 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자 아들, 딸이었기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소식을 전했다. 물건과 정情이 동시에 오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장날은 겨우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생기를 잃어 가던 장날에 사진가 이흥재는 따뜻함을 불어넣고, 표정을 덧붙이고, 사연을 끌어내 눈앞에 생생한 장터를 재현한다. 장터를 오가는 한 명 한 명을 클로즈업해 카메라 앞에 세우고, 그렇게 그들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 어머니가 된다. 버스 뒷문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리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은 장바구니를 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고, 국밥집에 모여 앉아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듯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짓는 이들은 그리운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장날』 속 인물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평범한 이들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들은 제각각 사연을 지니고 다가온다. 물건을 고르다 말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 장터 바닥에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하는 상인들, 사이좋게 국밥을 나눠 먹는 노부부. 평범하지만 특별한 장날의 사진들은 박제된 옛 장터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사진 속 장터는 이야기의 무대가 된다 사진가 이흥재의 카메라에 담긴 장터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장터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레 사진가와 시인, 상인과 손님이 뒤섞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진가 이흥재는 ‘이런 장날의 사진을 통해 나는 단순히 이미 지나가 버린 것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나와 우리 다음 세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그려 보고 싶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장터라는 무대 위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면 사진가는 이들을 포착하고 두 명의 시인은 장날의 추억을 풀어내면서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연탄재 시인 안도현이 전하는 장날에 관한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울림을 준다. 어린 시절 장날에 얽힌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슴 찡한 이야기,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가는 장날의 기억들이 사진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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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인의 한 구절은, 장터의 왁자지껄한 수다 속에서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가 마치 바람결에 실려와, 우리의 귀청을 때리기라도 하는 느낌이다. 그러면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리는 우리의 눈길 앞에, 이 아주머니와 저 아저씨, 이 아이, 저 영감의 모습들이 한 장면씩 스쳐간다. 그 속에는 여전하지만 어딘가 동떨어진 것이기라도 하듯, 친숙하면서도 소원하게 느껴지는 그런 모습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여전함 또한 언제까지나 그러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진은 그 여전함이 혹시 마지막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조바심이 아니라면, 사진이 그토록 여전한 모습으로 다가오지도 못할 것이다.” - 정진국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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