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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_ 그 자리 왼손과 오른손|주춧돌|거름이 된다는 것|난초와 풀꽃|다람쥐 똥|명태|서울역 눈사람 2부 _ 길 종이배|망아지의 길|우제어|어린 대나무 3부 _ 사랑과 동행하는 것들 못자국|기다리는 마음|비목어|의자|빈 들판|해어화|제비와 제비꽃 4부 _ 나의 의미 슬픈 목걸이|현대인|조약돌 이야기|풍경 소리|돌탑|기파조 |
鄭浩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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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결국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사랑은 사랑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사랑은 인간 삶의 절대조건입니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책이며 용서에 관한 책입니다. 동화의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고 용서를 실천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하여 내 인생의 사랑의 완성에 무엇이 진정 필요한 것인지 누구나 깊게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가의 말」중에서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외롭게 버려져 더 이상 아무 데도 쓸모없을 줄 알았으나 나는 곧 대웅전을 받치는 주춧돌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지금 나는 주춧돌이 된 지 벌써 몇 백 년이 되었다. 몇 백 년 동안이나 산사의 지붕을 받치고 있어도 조금도 무겁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내 존재의 기쁨이다. ---「주춧돌」중에서 그런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 풀꽃이 아침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날따라 햇살에 빛나는 노란 풀꽃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자 풀꽃을 미워하는 마음이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풀꽃이 참 아름답구나. 나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나는 꽃을 못 피우더라도 풀꽃이라도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으면 괜찮아. 나 대신 피어난 걸로 생각하면 돼.’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소 띤 얼굴로 풀꽃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습니다. ---「난초와 풀꽃」중에서 그날 밤. 서울역엔 눈사람들이 노숙자들을 찾아가 이불을 덮어주거나 여기저기 흩어진 종이박스를 주워 찬바람을 막아주는 일이 벌어졌다. 눈의 나라 임금님은 하늘에서 그런 광경을 보고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노숙자들 중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다가 일어나 눈사람과 같이 성탄송을 부르는 이도 있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품에 안겨서…….” ---「서울역 눈사람」중에서 “이 세상에 위험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곳은 없어.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용기만이 필요한 거야.” 나는 파도에 몸과 마음을 다 맡겼습니다. 그러자 가라앉지 않고 망망대해로 고요히 흘러갔습니다. 수평선 위를 날던 갈매기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빙긋 웃었습니다. 나도 그만 빙그레 웃고 말았습니다. ---「종이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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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함께 찾아오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사랑스러운 아이를 잃은 이후 자상했던 남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귀가가 늦어졌고 며칠씩 집을 비우기도 했다. 아내에게 심한 소리를 하는 일도 잦아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는 남편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감나무에 못질을 하기 시작했다. 애꿎게 나무의 살을 파고들게 된 못은 나무에게 괜스레 미안했다. 자신이 빨리 녹슬어 사라지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감나무는 못을 탓하지 않았지만 못은 나무가 안쓰러워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감나무에 박힌 못의 개수는 날이 갈수록 계속 늘어만 갔다. 남편이 또 다시 외박을 하고 온 날, 아내는 남편을 감나무로 이끌었다. 남편은 많은 못이 박힌 나무를 보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아내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남편은 다시 자상하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아내는 남편이 자상하게 대해줄 때마다 감나무에서 하나씩 못을 뺐다. 그리고 어느 날, 나무에 박혔던 모든 못들이 드디어 사라졌다. 아내는 못이 빠진 감나무를 남편에게 보여 주며 고마워했다. 하지만 남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못자국마저 없어져야 겨우 용서받을 수나 있을까….” 이 책의 표제작 「못자국」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상처와 사랑, 용서의 순환 과정을 상징적이고도 간결한 이야기를 통해 뚜렷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난초와 풀꽃」이라는 작품을 보자.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된 난초는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난초를 보살펴 주던 남자가 명예퇴직을 한 뒤로 난초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난초는 꽃을 피우고 향을 뿜어 남자를 위로하고 싶지만 영양분이 부족한 탓인지 난초는 하루하루 시들어 갈 뿐이다. 어느 날 난초 화분에 풀씨 하나가 떨어졌다. 난초는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화분에서, 부족한 양분을 풀씨와 나누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난초는 풀씨를 타박하지만 이내 외롭지 않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난초와 풀이 행복한 동거를 하는 가운데 풀씨는 점점 자라 어느새 꽃을 피운다. 난초는 그 모습을 보고 시샘이 나 꽃이 빨리 시들어 버리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어느 햇살 좋은 아침, 난초는 풀이 터뜨린 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 대신 꽃을 피운 풀에게 진정한 축복을 보냈다. 바로 그 순간 난초는 자신도 모르게 꽃대를 뻗어 올리더니 며칠 후에 꽃을 피운다. 온 집 안에 가득한 향기의 정체가 궁금했던 남자는 꽃을 피운 난을 보며 탄성을 터뜨린다. 「난초와 풀꽃」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생겨나는 감정의 변화와 진정한 사랑을 품었을 때 일어나는 기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외롭고, 타인을 시기하며 질투하는 동안에는 할 수 없던 일도 사랑의 힘으로 해낼 수 있음을 전한다. 『못자국』에 실린 24편의 동화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할 때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을 함으로써 기쁨과 행복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고통이 찾아오기도 한다. 아니, 사랑한다는 것은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일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대로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사랑할 때만이 우리는 자유롭고 완전해진다 24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하나같이 보잘것없는 존재들이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성을 대변해 온 시인의 시선이 그것들에 가 닿은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존재일지라도 사랑하고 용서하면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에 새겨진 무늬 가운데 가장 뚜렷한 것이 사랑의 무늬다. 그립고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웠지만,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영혼이 정화되고 맑아짐을 느낀다. 그리고 사랑은 많은 것을 용서하게 만든다. 타인을 용서하고 과거를 용서하며 나를 사랑할 줄 몰랐던 어리석은 나를 용서하게 한다. 그래서 시인은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고. 이 책 『못자국』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는 우리에게 정호승 시인이 내놓는 대답이다. 그는 언어로 사랑을 그려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풍경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