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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작품해설 | 이경철(문학평론가·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 139

제1부
유채꽃 피는 3월부터 3개월 · 11
물풀 · 14
나는 지금 세곡동으로 간다 · 16
깃털 하나 · 18
고드름 · 19
흙비 · 21
죽전리竹田里에서 · 22
아무것도 아닌 · 28
종소리 · 30
수술실 앞에서 · 33
마음 · 34
아버지의 뒷모습 · 36
은행나무 아래 구두 수선점 · 38
매미소리 · 40
휴일 · 41
다림질 잘 하는 남자 · 44
가을에는 · 49
나이테 · 50
관심 · 52
그리움 · 53

제2부
지퍼를 올리며 · 57
또래 · 58
거미 · 60
그 이후의 여행 · 63
나의 공간 · 64
강남에 가면 자작나무가 있다 · 66
서울 허수아비 · 70
까치집 · 71
하수도 · 72
억새 · 74
목련나무에게 · 76
자화상 · 78
출근길 · 79
신新 법어, 함께 · 80
거울로 본 풍경 · 85
미세먼지 주의보 ?86
봄길 · 88
지문 · 90
추억의 건빵 · 92
선풍기 · 93

제3부
강이 보이는 마을 · 97
나는 도청기를 갖고 있지 않다 · 98
행복론 · 100
사실조사서 · 103
퇴직 · 104
양수리에서 · 106
구원 · 108
구시포 가는 길 · 110
거미줄 · 114
청계천 · 116
자작나무 앞에 서면 · 118
가을나무 · 120
피사의 사탑 앞에서 · 123
눈오는 저녁 · 124
시 · 126
순종 · 128
딱 한 줄 · 130
환절기 · 133
바람 시 · 134
회전문 · 138

저자 소개 1

충청북도 제천에서 출생하였으며 詩와 사진이 좋아 페이스북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 글과 사진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2007년 [문학미디어]를 통해 등단(詩)하였으며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한국사진작가협회 국제교류분과, 남북교류분과 위원을 역임하며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 이후의 여행』과 『휴일의 모자이크』, 『봄의 계단』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2019년 ‘문학미디어 문학상’을 수상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52g | 148*210*20mm
ISBN13
9788958243885

책 속으로

나이 육십이 되면
나는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나이 육십이 되면
슬픈 일보다 기쁜 일들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저 너머
가슴 일렁이는 일들만 있을 것이라고
저 깊은 마음의 바닷속에
진주같은 부드러움만 일렁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이 육십이 되면
사람이 그리워지고
나이 육십이 되면
35
정말 앞으로 가기 싫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왜 미처 몰랐을까 ---「마음」중에서

휴일 아침 거실탁자에서
아파트 창밖을 바라보니
울긋불긋 정읍 내장산 단풍만큼이나
요란한 아파트 마당숲이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풍경은 어디가고
베란다 난간이 눈에 들어온다
집이 가장 자유로운 곳이라고 자위하던
생각이 급반전 되어
창살 안에 내가 갇혀 있다
가장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곳이
가장 넓다고 생각했던 곳이
가장 좁은 공간이었던 셈이다 ---「나의 공간」중에서

강남에 가면
자작나무가 있다
역삼역 1번 출구
사람들이 외면하는 뒷길
야윈 녀석들 몇몇이 서서
겨울 이야기를 한다
한강 바람은 압구정을 거쳐
역삼동으로 불어와
녀석과 귀엣말로
도시를 하얗게 만들어 보잖다
아침 햇살에 더욱 빛나는 육신들
도시의 푯대가 되고
흔들거리면서 부대끼면서
고해성사를 한다
강남에 가면
자작나무가 있다 ---「강남에 가면 자작나무가 있다」중에서

건너 마을 둑방길 따라
잔칫집에 다녀오시는
어르신들의 하얀 두루마기 행렬이
너를 닮았다
이제 손사래질도 닳았나보다
일생 동안
그립지 않은 것들을 닦아내는 일이
그렇게도 힘들었니
허리마저 가냘프게 깎여
석양 무렵 네 앞에 서면
살아온 너의 삶은
더 진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억새」중에서

나를 세상에 풀어내는 일은
나의 고삐를 풀어내는 일이다
묵묵히 사막을 걷던 낙타가
주인도 없이
홀로 걷는 다는 것을 알아내는 일이다
나를 세상에 풀어내는 일은
사자가 되는 일이다
거리낌 없이 포효하며
오른쪽에서나 왼쪽에서나
가운데서나 내가 주인이 되는 일이다
나를 세상에 풀어내는 일은
낙타도 사자도 아닌
어린아이가 되는 일이다
가면을 벗고
온몸으로 꺄르르 꺄르르 웃는 일이다

---「그 이후의 여행」중에서

출판사 리뷰

“밤새 이파리를 다 떨구어 놓았다/바람이 그랬니/어둠이 그랬니/그리움이 그랬니/사랑이 그랬니/이슬이 그랬니//비명도 없이 순종하는 너의 삶에/숙연해지는 나의 아침”
- 「순종」 전문

솔직한 심사가 드러내는 죄 속의 구원, 좌절 속의 희망

이문연 시인의 처녀시집 『그 이후의 여행』 시편들을 쭉 읽어 내리며 솔직한 심사에 숙연해졌다. 신 앞에 고백하듯 시인의 삶과 마음을 아무런 가식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 시편들이 시인의 추억과 순수와 그리움, 그리고 중년에 이른 삶의 고단함과 구원과 희망을 일관성 있게 꿰나가고 있어 경건하다.

시인이 내 몸이지만 내가 다독여주지 못하는 곳, 그 외로운 등허리를 시로 다독여줬다고 시집 머리에 밝혀놓았듯 바삐 살아오며 우리가 미처 돌보지 못한 곳을 다독여주는 시편들이다. 해서 이번 시집 『그 이후의 여행』은 아등바등한 현실을 살아내며 다친 우리네 마음, 꿈과 미련과 그리움을 위무하고 구원하는 시집이다. 나아가 앞으로의 삶과 세상을 더 맑고 힘차게 가꾸는 시집으로 내겐 경건하게 읽혔다.

그런 이번 시집 시세계가 잘 드러나 있어 이 글 맨 위에 올린 「순종」을 보시라.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듯한 어느 날 아침 잎 다 떨궈버린 나무를 소재로 한 시다. 그런 나무를 보며 시인에게 든 마음을 ‘바람’, ‘어둠’, ‘그리움’, ‘사랑’, ‘이슬’ 등의 시어로 순차적으로 내보이고 있다.
이 시어들의 나열로 벌거벗은 나무와 시인은 차차 한 몸이 돼가고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우리네 삶에도 어둠이 있고 그리움과 사랑도 있지 않은가. 그런 쓰리고 그립고 아픈 속내를 비명도 없이 떨궈버리고 겨울에 순종하는 나무, 그리고 우리네 삶과 꿈은 매 한가지 아니겠는가. 그런 삶의 속내, 비명을 선명한 이미지로 잡아내며 숙연하게 들려주고 있는 시집이 『그 이후의 여행』이다.

“나무들도 겨울을 맞으려면 많이 앓는다/ 한 삶을 보낸다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운 것이랴/ 살아서 많이 갖고 있던 것들 내려놓는 소리일 테지/ 한 번 두 번 지었던 죄, 한 잎 두 잎 내려놓는 모습일 테지”
-「환절기」 전문

「순종」에 이어지는 속편 정도로 읽어도 좋을 시다. 사계절 환절기마다 나무들이 그렇듯 생로병사生老病死, 혹은 유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중년기로 이어지는 우리 삶 매듭 매듭에도 통과제의通過祭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걸 보여주는 시다.
그런 만물의 통과제의 때마다 시인은 죄를 나뭇잎 떨구듯 고해하며 털어내고 있다. 이런 저런 삶에 연유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죄, 그런 원죄 같은 죄를 털어내고 사謝하며 점점 성숙하고 깊어지는 게 이번 시집에 실린 시편들이며 시인의 삶이다.
- 이경철(문학평론가?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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