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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
정원선
해토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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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이용악 詩 “두메산골”
그럴 리가 없잖여! 지전마을의 옛 담장길
길모퉁이 작은 식당 남대천변 어복식당
풍경의 옹호 무주 곳곳에 드리워진 정기용의 공공건축
인생을 팝니다 무주 5일장
어떤 계약 토속음식 어죽
한 자리만 맴도는 감돌고기 덕유산천德裕山川
마魔의 산 외구천동, 내구천동, 어사길, 백련사, 향적봉
죽어도 좋아 무주 반딧불 축제
천금千金의 국수 반딧불 축제의 숨은 즐거움
시네 콰 논sine qua non 무주산골영화제
놀자, 시간이 없다 초리 꽁꽁놀이 축제
빨강 치마 주름 아래 서창마을, 서창갤러리까페, 적상산, 적상산성, 적상산사고, 안국사
타전打電 봄의 길목
다감한 옛길 부남면 금강벼룻길과 무주읍 뒷섬마을 맘새김길 外
두문 마을의 불꽃 송이 낙화놀이의 요람이자 반남박씨의 세거지
그 사람 눈보라 속으로 돌아가네 그림쟁이 최북의 삶과 예술, 무주군 최북미술관
나오며 ‘그 사람’ 박길춘씨와 고마운 사람들
부록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저자 소개 1

시시각각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온라인 콘텐츠 기획과 서비스 일을 하면서도 5년 내내 꼬박 1년 중 3분의 1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보내고 있다. 서울 변두리의 한 시장골목에서 시계방집 둘째 아들로 태어난 저자는, '시계종합병원'이라는 간판을 단 시계방에서 아버지로부터 자연주의적 정밀함을, 어머니로부터는 인문학적 성실성과 대범함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죄다 습득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회상한다. 타고난 글솜씨를 살려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잡지에 글을 실었으나 쓰는 일은 즐거운 만큼 충분한 생활의 방편이 되지는 않았다. 이에 방향을 틀어 포털사이트 엠파스, 파란닷
시시각각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온라인 콘텐츠 기획과 서비스 일을 하면서도 5년 내내 꼬박 1년 중 3분의 1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보내고 있다.

서울 변두리의 한 시장골목에서 시계방집 둘째 아들로 태어난 저자는, '시계종합병원'이라는 간판을 단 시계방에서 아버지로부터 자연주의적 정밀함을, 어머니로부터는 인문학적 성실성과 대범함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죄다 습득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회상한다.
타고난 글솜씨를 살려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잡지에 글을 실었으나 쓰는 일은 즐거운 만큼 충분한 생활의 방편이 되지는 않았다. 이에 방향을 틀어 포털사이트 엠파스, 파란닷컴 등에서 뉴스 에디터와 기자로 일했다. 경제적으로 안온함을 얻었으나 대신 과도한 업무량을 요구받는 통에 숨을 돌리러 이 땅의 이곳저곳을 다니게 됐다.그것은 처음에는 관광이었으나 이후로는 여행이 되었고, 차츰 삶의 형식으로 뿌리내렸다.

제주도에 처음 내려간 이래, 삶의 거처를 그곳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고 이는 곧 신념으로 변하였으며, 도시의 더깨를 덜어내고 간결하게 섬 주민으로 살고자 변모하는 중이다. 제주의 찬란한 바다와 오름, 산과 길 뿐 아니라 섬사람들의 살아온 이력들, 섬의 지난한 눈물과 핏자국에도 더 깊이 공명하고자 계속 읽고 쓰고 찍고 공부하고 있다. 값싼 필름카메라 1대와 중고 DSLR 1대로 제주에 대해 2만여 장의 사진을 찍었으며 후보정(포토샵)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사진과 글은 홈페이지 http://www.noside.co.kr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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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0g | 135*200*20mm
ISBN13
9788990978387

책 속으로

감은 무주에서, 특히 지전마을에서 일종의 가로수, 또는 미학적 역할을 담당한다. 손주 낳은 딸내미 주려고 올해도 곶감을 내건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말했다. 유황 처리 안 하면 시커멓게 되는데 실은 그런 게 몸에도 좋고 맛도 더 나은 진짜 곶감이거든. 근데 거무죽죽한 곶감은 아무도 집어들질 않아. 팔려고 독성 있는 유황연기를 씌우자니 죄짓는 것 같어. 학생은 꼭 알아둬. 자연산은 예쁘지 않아. 그럴 리가 없잖여.
--- p.15~16

셈을 치르고 식당을 나설 때 엇갈리며 들어오는 장년의 사내가 양팔과 얼굴이 하도 검붉어 슬쩍 넘겨다봤다. 그는 양파자루 하나를 계산대 밑에 내려놓고는 선물이여, 담에 올께, 하고는 도로 나가버렸다. 나와는 반대쪽 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그를 뒤늦게 쫓아나온 사장님은 어느새 잘 보이지도 않게 된 남자의 등 뒤에 대고 뭐라뭐라 소리쳤는데 똑똑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한 그릇 먹고 가지 그냥 가냐 같은 정겨운 투정인 듯 했다.
벌써 한참 전에 그는 사라졌을 텐데, 사장님은 후다닥 뛰쳐나온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붙어 서 있다. 그 뒷모습에서 이상하게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당신의 모양새가 딱 어복식당 같아서.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러나 실은 아무데도 없는 진짜배기 시골 밥집, 낡고 허술하나 더없이 순순한 길모퉁이 작은 식당. 무주읍 당산리 남대천변 어복식당.
--- p.26~27

평소처럼 주민자치센터(=면사무소)에 서류를 떼러 왔던 부남면 주민들은 새롭게 솟아오른 건물 앞에서 기겁한 채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뭣이여. 무슨 일이여. 웅성거림은 잠잠해질 줄 모르고 구석구석 퍼져갔다.
그들은 보았다. 면사무소(=주민자치센터) 마당에 천문대가 서 있는 것을. 그 천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면사무소와 기존의 보건소 건물이 다리로 연결되었으며, 보건소 건물 한켠에는 이웃한 안성면처럼 목욕탕이 지어져 있다는 것도. 그나저나 뜬금없이 돋아난 천문대를 두고 주민들은 마주칠 때마다 입을 모았다. 2002년은 월드컵 4강 진출로 한반도 이남이 온통 시끌벅적했지만 부남면만큼은 화제의 중심이 단연 천문대였다. 우려, 기대, 놀람, 당혹……. 아이나 어른이나 노인이나 젊은이나 복잡한 감회를 숨기지 못했다.
--- p.32

이곳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야말로 유명인이다. 이름까진 외질 못 해도 그녀가 일하는 장소와 취급하는 상품을 대면 하나같이, 아! 하는 감탄사를 뱉어낸다. 뜨내기라면 모를까, 군민이라면 그녀와 함께한 추억이 최소한 하나씩은 있다. 그러니까, 임정애씨는 일종의 사회복지사다. 그녀가 하는 일이란 이웃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녀의 무대는 오일장이다. 시골에서 장터는 생활의 중심지, 시쳇말로 ‘인싸(인사이더 Insider, 무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류)’의 공간이다. 그런데, 임정애씨를 뻬고는 오일장을 논할 수가 없으니 그녀는 ‘인싸 중 인싸’, 즉 ‘핵核인싸’ 인 셈이다. 그녀 없는 무주 시장 이야기는 겉만 빤지르르한 구라, 뻔한 비유로 앙꼬 없는 찐빵이요, 꿀물 없는 호떡이다. 그러나 임정애 할머니를 논할 때 앞에 쓴 뻔한 비유는 그저 뻔하지만은 않아진다. 그녀의 본업이 호떡과 찐빵을 만들어 파는 일이니까.
--- p.55~56

그러다가 만났어예. 혼산객. 들어봤심니꺼? 혼자 오는 등산객을 기카드라꼬요. 저야 딱 혼산객이지예. 그 여자도 그랬심더. 우짜다 안성에서 동업령까지 같이 걷게 됐니더. 비슷한 연배였어예. 혼자 왔다 카는데, 오다가 물병을 떨어뜨랬능가 물 한 모금만 노놔달라 카더라고예. 어럽겠습니꺼. 안성장에서 싸온 오디도 좀 나눠줬니더. 제가 이렇게 말을 더듬고 하는데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더라꼬예. 그게 고마웠니더. 무주읍내서 식당일 하는데 쉬는 날이라고 혼자 놀러왔다 하대예. 그쪽도 말이 시원찮아서 물어보이 조선족이라 카고요. 눈 한 쪽이 좀 이상했어예. 왼쪽만 멀쩡하고 오른쪽은 거의 안 보인다 캤습니더. 그게 뭔가 서로 편안했던 것 같애예. 그런 게 있습니더. 나중에 보이 걔도 홀어머니가 키웠더라꼬요. 지는 아부지 밑에서 자랐거든예. 처지가 비슷하이 남 같지가 않았어예. 헤, 작가 선생님은 그런 거 잘 모르실 겁니더.
--- p.82~83

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일들은 모두 밤에 벌어진다. 당신이 관광객이라면 저녁만 먹고 훌쩍 떠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캄캄해지면 남대천 한가운데에서는 두문마을 주민들이 펼치는 낙화놀이 불꽃축제가 타닥이며 수면에 붉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가족들 소망을 담아낸 풍등이 한 점 한 점 솟아올라 막 태어난 별들처럼 여름밤을 밝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행사는 공무원 정재훈씨가 낮에 들렀던 산야에서 시작된다. 사전 신청을 받고 모여든 만 여 명의 어린아이 포함 가족들을 대절 버스에 싣고 한밤중 불빛없는 도로를 달려 호젓한 마을 뒷산에 부려놓는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가로등 하나 없는 냇가로 한참을 걸어들어가면 좌우로 늘어선 숲속에 푸른 빛들이 명멸하며 움직인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빛들은 더 많아지고 더 자주 더 길게 깜빡인다. 그때쯤이면 숲은 사람들이 내뱉는 탄성으로 가득해진다.
--- p.115~116

2013년, 무주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겠다고 산골영화제 집행위원회와 무주군청이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쳤다. 영화를 좀 안다던 외지인이나 관계자들은 꿈도 크다며 비아냥거렸고, 대다수 무주군민들까지 의아해하면서며 진위를 의심했을 정도다. 사정을 알고 보면 그런 반응이 이상하지 않은 게, 무주에서 마지막으로 영화가 상영됐던 때가 무려 36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름도 고색창연한 ‘무주 문화 극장’이 폐관한 1977년 이래, 무주에는 영화관이 없었고 그리하여 주민들은 한 세대가 지나도록 영화와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 p.143

영화제가 열리는 6월 초순은 서울에서는 이미 한여름을 방불케 하지만, 무주에서는 밤이면 최저기온이 10도 내외로 떨어져 패딩점퍼가 필요한 초봄에 가깝다. 그러니까, 무주는 서울이나 부산, 대구나 광주와도 조금 다른 낯선 세계다. 무주산골영화제는 당신에게 영화를 보여주기보다 초록으로 가득한 본연의 세계를 일깨워주는 일종의 증강현실이기도 하다.
--- p.147

무엇보다 서창마을을 통해 적상산에 오르는 즐거움은, 이 경로가 인간의 마을을 지나 가파른 벼랑길을 넘어 신의 땅(山)에 이르는 전형적인 단계를 밟아야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는 서창마을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날카롭게 우뚝 선 적상산의 호연한 풍광을 아울러 즐길 수 있는 까닭만은 아니다. 편의점은커녕 슈퍼 하나 없는 작은 동네 서창은 이웃끼리 깊이 어울리면서 사소한 불편을 나눔과 사귐으로 극복했는데, 이는 서창에만 국한되지 않는 두메산골의 습성이며 생존양식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서창과 내창, 치목마을은 물론 안국사까지도 도시와는 다르게 깊이 열려 있고 또 넓게 관계맺고 있는데, 때로 그런 풍경은 애초에 자연(혹은 신神)이 생명에게 부여한 자유이자 의무처럼 보인다. 우리는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 p.183

라제통문에서 월현마을까지 벚꽃터널 하늘하늘할 적에 주민들은 조촐한 축제를 연다. 뭐 사실, 축제라고 까지 할 정도는 아니고, 천막 몇 개를 세워 오다가다 먹을 수 있는 지역 먹거리를 내놓는다. 나물 말린 것도 팔고, 부침개도 팔며, 아침에 따온 첫 과일들도 말갛게 씻어 건넨다. 고개를 갸웃할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약사다. 천막은 노천약국이고, 앞서 말한 늦된 이들에게 당신들은 순봄을 판다. 몇 십 년 씩 계절을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자연어로 쓰여진 처방전을 발급하고, 한 번 데쳐서 먹으면 최고여!, 투약시 주의사항을 지시하기도 한다. 술은 조금만 잡숴~ , 때로는 아로마테라피 요법도 쓴다. 막 따와서 냄새가 달콤하니까 함 맡아봐. 여러 번 환자를 데려와 봤는데 부작용도 없고 반응도 열광적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신이 완치된 걸 감추고는 계속 데려가 달라는 파렴치한 X들도 있다.
--- p.195~198

내도리는 삼성의 故 이병철 회장이 원래 에버랜드를 지으려 했던 자리였다는 얘기가 있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뜻을 접고 지금의 용인에 놀이공원을 만들게 되었다고. 산으로 둘러싼 분지에 금강이 휘감아 도는 조건까지 놀이공원 입지로는 완벽에 가까웠겠다 싶지만 무산된 덕분에 내도리는 때묻지 않은 강마을의 원형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계절따라 곱게 아롱지는 섬마을의 순간은 인공의 테마파크 따위가 감히 꿈꿀 수 없는 지고의 풍경이기도 하다.
--- p.213

이 작은 마을은 극심한 변화(근대화), 돈의 유혹(기업도시 건설), 자본의 위협(골프장 매립)까지 수많은 위기를 겪어내면서도 고유의 가치들을 훼손하지 않고 끝내 고수했다. 이제 그 어르신들도 늙어간다. 학교도 사라지고, 아이들 울음소리도 줄어만 가는 산골마을은 자꾸만 외롭고 고요해지는데, 우리는 어떻게 당신들이 지켜낸 가치들을 간직하고 보듬어 다시 전해줄 수 있을까. 낙화놀이의 곱다란 불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꽃 씨앗을 한 줌 씩 안겨 저마다 마당에 심으시라고 강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 p.225~226

본인의 삶이 그리 순탄치 못하리라고 일찌감치 예감했던 것 같다. 혹은 체념했거나. 그의 본명은 식埴. 그러나 서른 즈음에 스스로 이름을 고쳐 북北이라 했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구석이며, 삭풍이 밀려드는 방향이기도 하다. 나중엔 그 이름마저도 다시 쪼개 칠칠七七이로 삼았다. 칠칠이, 칠칠맞은 놈. 자신을 멸칭으로 불러달라는 이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다. 애초부터 그는 세상과 등지고 돌아앉았던 거다. 기록과 서화에 남긴 다른 이름도 하나같이 그러하다. 본명 대신 부른 이름은 성스러운 그릇이란 원뜻과는 거리가 먼 ‘성기聖器’였고, 아랫사람을 하대할 때 쓰거나 국부를 에둘러 지칭하는 대명사에 접미사 재齋를 붙여 ‘거기재居基齋’를 쓰기도 했다. 말장난과 자기 비하는 최북의 삶을 아우르는 특징이었다.

--- p.231

출판사 리뷰

아시나요? 덕유산, 구천동, 리조트가 아닌 군민들이 살아가는 ‘리얼’ 무주를

무주에 우뚝한 것은 너그럽고 덕이 많다는 덕유산(1,614m)이지만 외지인들은 한때와 일면만을 쇼핑하듯 누리고 갈 뿐, 덕유산과 구천동과 리조트를 품고 있는 너른 산골마을 무주를 잘 모른다. 어느새 여행은 집과 목적지만을 잇는 점선간의 이동일 뿐, 동네의 이력이나 지역민들의 성격, 고이 간직해온 문화와 역사적 내력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기껏해야 맛집 주방장의 이력을 따지거나 특정 음식의 기원을 헤아려 보는 데서 그치는 단편적인 여행이 거의 전부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저 지나쳐 버리는 지방도로 역시 누군가의 앞마당이며 생업의 터전이고 또 정다운 출퇴근길이기도 하다.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는 우리가 발품 찍는 특정한 명소만이 아니라 그 원경으로 살짝 물러나 있는 마을 역시 꼭 한 번 들여다볼만한 세상임을 넌지시 일러준다.
인구 2만4천여 명의 조그만 군면읍인 무주는 대형마트도 놀이공원도, 고속버스터미널도 기차역도 없지만, 그 수많은 ‘없음’들 사이에서도 저만의 고유한 너나들이를 통해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내며 ‘불편해도 재미진’ 일상을 구축하고 있다. 오히려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매료된 사람들도 있어 무주는 부유하진 못하지만 이상하게 넉넉하고 여유로와 묘한 매력이 깃들어 있다.

흙담장을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의 사계절 살림, 어수선하지만 정직하게 만든 음식으로 주민들을 호명하는 천변식당의 내력, 50년간 오일장터에 개근한 찐빵할머니의 애틋한 개인사와 이웃 간의 에피소드, 거물 건축가이면서도 돈도 되지 않는 군 단위 지자체에서 10년 간 목욕탕이 있는 면사무소와 버스정류장, 천문대, 꽃피는 운동장을 지은 정기용 선생과 무주의 공공건축물, 덕유산에 매료된 등산객이 겪은 쓸쓸한 이별과 여운 깊은 후일담, 첨단이나 세련과는 거리가 먼 도시에서 축제를 만든 사람들의 뚝심, 추운 산골의 늦게 피는 벚꽃이 전하는 속 깊은 위로, 외눈박이 괴짜 화가 최북의 삶과 애환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는 살뜰하면서도 곡진한 무주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가 곰살맞기 그지없다.

사라져가는 풍경과 거기 붙박여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절절한 연애편지

못내 수줍어하며 저자의 인터뷰 요청에 어색해 했던 군민들은 그러나 무심한 듯 다정했으며 한편 무뚝뚝한 척 은근히 친절했는데, 그런 산촌민들의 묘한 성정은 [어복식당] 편 이외에도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 갈피갈피마다 드러나고 있다.

막상 당신들은 너무 친근해서 몰랐겠지만 눈앞에 수천 년 간 펼쳐져 있는 이 물씬한 산하(山河, 무주에서는 덕유산과 금강)가 우리 땅에 얼마 남지 않은 천혜의 유산이라는 것을 이 책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깨닫게 해준다. 거창하거나 세련돼 보이진 않아도 함초롬한 시골마을의 풍취와 질박한 토박이들의 ‘사는 재미’가 궁금해질 때,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를 펼쳐보길 권한다.

사람-장소-시대를 뒤집었다 펼쳤다 하며 입체적으로 제구성한 무주의 진면목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는 그런 오지마을을 내시경하듯 빼곡이 들여다보며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데도 없는 것 같은 일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매력과 산촌이란 배경에서 비롯되는 강퍅한 문화를 아울러 돋을새김한다. 장소와 인물과 역사를 골고루 파 들어가는 다채로운 17가지 꼭지, 눈에 확 들어오는 전면 사진으로 반딧불 일렁이는 촌동네의 고혹미를 포착하는 편집 등도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 말하고 싶다.

무진장은 이른바 ‘남한의 지붕’이라 불리는데, 그 지붕 속의 둥지를 튼 제비들처럼 티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군민들의 살내음 가득한 이야기를 저자는 기기묘묘 만화경처럼 풀어냈다. 때로는 내부자의 관점에서 때로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펼쳤다 뒤집었다 하며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산골마을의 살뜰하고 곡진한 생활 속에서 독자들이 패키지 관광이나 일회성 여행으로는 체험하지 못했을 무주의 진면목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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