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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5
제1부| 그 여자 가슴 속에는 501호, 그 여자-꽃차 13 501호, 그 여자-세월 14 501호, 그 여자-손톱 15 501호, 그 여자-분리수거 16 501호, 그 여자-어깃장 17 501호, 그 여자-사진 18 오늘의 운세 19 가을 일기 20 추석 풍경 21 구월 22 가을이 간다 23 장날, 작두콩 2 4 털보백화점 25 우리 동네 북부시장 26 제2부| 그 바람 부는 곳으로 일기예보 29 흰 눈 30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새 옷 31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어머니의 넋두리 32 그거 참말 미안합니다-엄니께 34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왜 이렇 36 나는 왜 37 미안해요, 엄니 38 당신을 닮았나봐요 39 바느질을 하다가 40 냉이꽃 41 빨간 구두 42 선물이 도착했다 43 내 마음의 풍경 44 제3부| 아무리 길이 멀어도 삶은 47 여행 48 양심론 49 새 50 그리움, 비에 젖다 51 살다 보면 52 NEVER 53 지천명 54 콩레이 55 전을 부치며 56 아들을 보내고 57 엘리제를 위하여 58 배롱나무 전설 59 그날 60 제4부| 어느새 꽃물이 든다 그대에게 63 봄눈 내리는 날 64 통도사, 봄 65 봄 길 66 봄날의 초대 67 느낌표 68 도라지꽃 피다 69 낮달 뜨는 오후 70 받아쓰기 72 어떤 부고 74 잠 안 오는 밤 75 안티푸라민 76 나, 비록 78 동전 79 염색 80 제5부| 겨울이 내게로 온다 가을비 83 괜찮다 84 가을, 밤은 깊어가고 85 전시회 86 어느 가을 87 홍시 88 가을이 가는 길 89 겨울이 내게로 90 겨울비가 내린다 91 동지 92 겨울소묘 93 겨울소묘 94 해설_오종문 정형 속에 핀 그리움과 전라도 방언의 게미 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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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은 꽃차 한 잔 주실래요?
꽃다발 주문하고 꽃차가 우러날 때 그 여자 가슴 속에는 꽃씨 하나 싹이 튼다 --- 「501호, 그 여자-꽃차」중에서 새하얀 무명을 좋아하는 그 여자 발 모양을 그려서 가지런히 포개 놓고 바늘귀 노려보면서 입술을 오므린다 이마를 자꾸 덮는 흰머리 쓸어 내며 다초점 안경테를 올리려다 내리다가 저만치 도망간 세월 혼잣말로 꾸짖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창문을 열고 보니 얼굴이 시리도록 느닷없이 부는 바람 ‘세상에, 독살시럽게 춥다’ 그 목소리 그립다 --- 「501호, 그 여자-세월」중에서 오래 전에 시작된 사소한 습관 하나 가끔씩 때때로 손톱 끝을 깨무는 어쩌면 한결 같은 행동 오십 년을 넘겼나봐 설명하기 어려운 아홉 살 어린 나이 부끄러운 사건은 고개를 숙인 채로 날마다 깨물었나봐 아픈 줄도 모르고 수치심에 갇혀서 문드러진 손끝에 분홍빛 매니큐어 꽃잎처럼 수 놓고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속닥이며 웃는다 --- 「501호, 그 여자-손톱」중에서 남겨진 음식물을 통에 담아 칩을 꽂고 태우는 쓰레기는 봉투 가득 여미고 재활용 물건은 따로 또래끼리 나누고 -쓰레기를 그렇게 버리시면 안 되죠 -남 상관하지 말고 당신이나 잘 하믄 돼 -교회도 다니시면서…… 어이없어 웃는 여자 종량제 봉투 값이 아무리 비싸기로 까만 비닐 가득 채운 양심도 내던지고 향수를 온몸에 바른 여자 눈 흘기는 그 여자 --- 「501호, 그 여자-분리수거」중에서 4만 원이 있으면 서방을 갈아 친다 팔순을 코앞에 둔 할망구의 독설에 벼르던 대거리를 하고 몸살 앓는 그 여자 노망이 들었는지 아무 때나 어깃장 나이도 상관 없고 성별도 구별 않고 아뿔싸, 나도 늙어서 저리 될까 무섭다 --- 「501호, 그 여자-어깃장」중에서 한복을 곱게 입은 사진을 내려놓고 줄을 긋는 칼끝이 섬뜩하여 멈출 때 손 잡고 웃고 있는 너 말이 없는 그 여자 어금니 앙다물고 인화지를 벗긴다 모서리도 빈틈없이 달라붙은 접착제 내 얼굴 작게 도려낸다 저고리도 오린다 일기장에 누웠던 조각난 기억들 옷고름 풀어 놓고 히죽히죽 웃더니 완납된 채무변제 증명서 택배상자 꾸린다 --- 「501호, 그 여자-사진」중에서 일이 복잡해져도 당황하지 마세요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어요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공부 운이 왔네요 가을 향기 취하는 천만 송이 국화축제 꽃길을 걸으면서 꽃차를 마십니다 그래요, 그런 날도 있네요 꿈속 같은 그 공원 스치는 사람들도 반가운 이웃 되고 잊혀진 이름조차 한 송이 꽃이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꽃향기가 따라와요 --- 「오늘의 운세-천만 송이 국화축제」중에서 노오란 들길에 코스모스 피었습니다 억새꽃 촉촉이 아침 이슬 머금으면 내 마음 구름을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뜨겁게 쏟아지던 그 햇살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골목을 쓸고 갈 때 불현듯 친구처럼 찾아와 손 내미는 외로움 울 밖 감나무의 얼굴이 붉어지면 내 안의 그리움은 사과처럼 익습니다 비 갠 뒤 쌍무지개 떴습니다 감사할 것 뿐입니다 --- 「가을 일기」중에서 아침부터 도시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하나 둘 골목을 빠져나온 승용차가 북새통 사거리에 모여 선물을 고른다 코너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숨 가쁘고 고달픈 기억은 모두 지우고 제각기 부피가 다른 그리움을 꾸린다 부푼 가슴 고향으로 발걸음 재촉하지만 주어도 모자라는 그 은혜 그 정성과 한가위 달빛 같은 사랑 견줄 수가 있을까 --- 「추석 풍경」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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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 속에 핀 그리움과 전라도 방언의 게미!
이순자 시인은 이제 과거의 그리움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그래서 다시는 열어볼 수 없도록 촘촘하게 못질해두고, 자신이 믿는 세계에 아껴둔 눈물까지도 다 바치며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자유로운 영혼으로의 삶을 살고자 하는 순간, 그리움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낄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던 삶이 어느 순간 박제되고, 그 시간은 너무나 멀리까지 와 버렸다. 그래서 시인은 그리움에 새로운 색감과 감성을 더해 드라마틱한 느낌과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움을 담으려 노력했던 시간과 막상 기억에 남은 것은 온통 새까만 사진처럼 그때 바라본 빛과 어두운 실루엣뿐이다. 그 빛은 세상의 색들이 아닌 꿈을 꾼 듯한 느낌을 주고, 해가 비추는 기억 속에서는 한없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오종문 시인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나의 삶은 그리움이다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도 주고 받는 말소리도 내겐 따뜻한 그리움이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것도 그리움이고 엄니의 하소연도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이 내게 와서 집을 짓는다 그 그리움 때문에 나는 시를 쓴다 . 2019년 9월 이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