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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a Dru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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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머리글과 연관해 읽힌다. 여기서 머리글은 위에 이미 등장했고, 그럼으로써 포괄적 주제 또는 담론의 틀에 자리 잡았다. 머리글은 책을 읽는 독자를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 역할도 하지만, 페이지에서 차지하는 위치 덕분에, 어떤 기준틀을 창출하기도 한다.” --- p.7
“글줄 들여 짜기 값을 바꾸면서 동시에 글자 크기도 바꾸면, 단락 사이의 종속 관계는 더욱 뚜렷하게 표현된다. / 글줄을 한 단계씩 들여 짤 때마다 본문은 점차 더 자세한 논증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를 뒤덮듯 공간을 점유하는 첫 문단이 괄호가 되고, 그 안에서 상세 설명이 이우러지는 듯한 모양이다.” --- p.14 큰 글자는 진술의 권위를 드러낸다. 이 글은 심지어 자신에게 틀 지우는 글마저 지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다. --- p.15 “이 책은 철저히 자기 자신에 관한 책이 되는 데 최대한 근접한다.” --- p.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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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문화 이론가 제라르 주네트(Gerard Genette)는 1987년 펴낸 『문턱(Seuils)』에서 ‘파라텍스트(Paratext)’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그렇게 책은 본문과 본문이 아닌 것으로 나뉘고, 본문이 아닌 것은 그것이 안에 있는지, 또는 밖에 있는지에 따라 다시 나뉜다. 하지만 1쪽의 “첫머리에 배치된 말은 공간을 규정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주네트가 그은 경계를 여러 층위로 나누고, 어떤 층위는 더욱 분명하게, 어떤 층위는 더욱 흐릿하게 만든다. 질문이 쏟아진다. 무엇이 제목이고, 무엇이 제목일 수 있는가. 무엇이 본문이고, 무엇이 본문일 수 있는가.
이제껏 대체로 형식이 내용에 봉사해왔다면, 이 작은 책이 다진 공간에서는 형식이 내용과 어깨를 견준다. 책, 더 세부적으로는 글쓰기, 편집, 조판 등에 관해 곱씹을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저술가, 서지학자, 디자이너, 개념 미술가는 물론 그래픽 형태를 띠는 다이어그램을 사유케 하는 메타언어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