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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보름달이 뜨는 밤엔 조심해 언제나 여름인 곳의 비밀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도 연습의 범위 뜨거워질 용기 차가워질 각오 어른의 연애 연습이 끝난 후 몰랐으면 좋았을 일들 나만 지키며 살다 보면 남는 건 나 혼자 늦게라도 알게 돼서 다행인 것들 돌아가는 길 연애 연습을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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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언제 할 거예요?”
혹시나 마음을 들킨 걸까 나는 당황스러웠다. 오세준이 안 보일 때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거나 일부러 세준이 자주 간다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거나. 속 보이는 짓을 두루 해 놓고 집까지 찾아온 그의 말에 정말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대답이냐고 하려다 그건 내 스스로도 너무나 가증스러워서 나는 한 발 물러서서 그를 보기만 했다. 하지만 오세준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한 번쯤 해 볼 수도 있잖아. 연습해 봐요. 나랑, 나랑 해요.”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한 번쯤 해 볼 수 있는 거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세준은 그 상대로 적합할 것도 같았다. 여행을 떠날 테고, 자연스럽게 헤어질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 번쯤 해 본다 치고. 오세준 씨는 왜요?” 나는 슬쩍, 긍정의 의미를 담은 질문을 던졌다. “바보 아냐?” “뭐가요?” “남자가 여자한테 연애하자는 건, 좋아해서지.” “전 안 좋아하는데?” “싫어하지는 않잖아요. 그걸로 난 충분해요.” “뭐요?” “만나 보고 연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요. 소은 씨가 아니다 하면 깨끗하게 물러날게.”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손을 내밀었다. 뭔가 계약을 하는 사람처럼 거리를 두고,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무슨 소리냐고 정색을 해야 하는데 나는 멍하게 오세준을 보기만 했다. 그 순간, 아주 잠깐 세준의 입술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 “타지크족은 남자와 여자가 사귀기로 한 첫날 꼭 이마에 뽀뽀를 해요. 평생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는 주문.” “진짜요?” 아, 뭔가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했어야 하는데, 진짜냐니.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 긴장감이 사라지고 피식 웃음이 나는 순간, 다리에도 힘이 풀린다. “뭐예요? 타지크족은 진짜 있지 않나?” “있어요. 그리고 손등에 손바닥에 이마에 키스하는 걸로 인사해.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 각각 다르게.” “아.” “사람 남자와 사람 여자는 어떻게 인사하는지 알아요?” 나는 알고 싶지 않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어느새 다가왔다. “이렇게.” 주춤 물러서려는 순간 오세준의 입술이 다가왔다. 어! 하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얕은, 하지만 긴 입맞춤이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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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로맨스의 대가 진소라,
그녀가 전하는 연애 이야기 그 두 번째 「연애 연습」 연애, 연습하면 잘할 수 있나요? 여자와 사랑에 대해 톡톡 튀는 시선과 깊은 통찰력으로 언제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진소라의 9번째 장편소설. 엄청난 가부장적 집안에서 자라 결혼에 대해, 남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반소은이 꽃미남 여행가 오세준을 만나 연애 연습을 하게 되면서 주변을 살피게 되고 타인을 이해하면서 연애라는 게임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는 성장 소설이다. 연애를 글로 배우고 눈으로 익힌 후 상상으로 극한을 체험한 삼십 대 우리들. 그러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오는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다. 드라마나 책 같은 수많은 연애 교본을 통해 연애를 글로 배우고 눈으로 익힌 것도 모자라 가족들의 삶을 통해 극한을 체험한 반소은, 아니 삼십 대 여자들이 연애를 망설이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정해 주는 대로 결혼을 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세대를 보고 그 아래서 그녀들은 많은 공부를 하고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즉 페미니즘을 주창하며 자란 첫 세대이다. 그녀들에게 남자는 함께 공존해야 하는 인류라기보다 자신들을 억압하는 존재이자 싸워 이겨야 하는 적이다. 그러니 남녀 관계에 있어 연애는 승리를 해야 하는 전투일 뿐. 연애가 싫으면 연습으로 합시다. 운전면허 연수처럼. 조수석에 숙련된 운전자가 앉으면 연습 면허로도 운전할 수 있잖아요? 모든 남자들의 사적인 접근을 킬해 버리는 반소은 앞에 조심스럽게 등장하는 오세준은 소은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맞춰 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두 사람의 연애는 진소라 특유의 대사법과 재치가 넘치는 상황 전개가 더해져 눈을 뗄 수 없도록 로맨틱하다. 가끔은 닭살이 돋으면서 이런 사랑을 받아 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