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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인들의 생활 방식은 지금 우리와 별로 다를 게 없었어. 실제로 타임머신을 만들어 석기 시대로 갔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곳에서 눈총 안 받으며 자연스럽게 다니려면 지금 입고 있는 옷차림으로는 어려워. 제일 먼저 닳아 빠진 청바지를 준비해 와서 갈기갈기 찢어 봐. 너희 엄마가 수십 번 갖다 버리라고 잔소리할 정도로 오래 입어서 너덜너덜해진 그런 청바지면 딱이야. 적당히 찢었다고? 더 찢어야 돼. 더 심하게 갈기갈기 찢어 봐. 그런 다음 거기에 진흙까지 묻히면 석기 시대에 동굴에서 입는 최신 유행 옷이 되는 거야. 그리고 너희들이 산 지 얼마 안 된 유명 상표 운동화도 아깝지만 버려야 할 거야. 달 분화구 위를 걸을 때나 쓰면 모를까, 너희들이 뽐내며 신고 다니는 요즘의 신발들은 오래전 그 시대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거든. 너희들이 즐겨 부르는 걸 그룹 노래도 완전히 잊어버려. 너희들 엄마가 그렇게 싫어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떡이 된 머리카락’은 네안데르탈인들과 피테칸트로푸스(자바 원인을 이르는 말)들 사이에서는 아주 멋진 스타일일 테니까. 샴푸를 쓰지 않아도 되고 미용실에 갈 필요도 없는 스타일이지.
자, 이제 몽둥이를 한 개 집어 들고는 진흙탕에 몸을 약간 담그고 나와서 너희 조상들 틈에 한번 섞여 보는 거야. 그런데 그 전에 몇 가지 기본적인 충고를 할 테니까 잘 들어. 먼저, 윗몸을 되도록 꼿꼿하게 펴려고 해 봐. 괜히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찾는 자세나, 혼자 거실의 큰 화분을 옮기다 허리를 다친 사람처럼 구부정할 필요는 없어. 동굴인이라고 해서 그렇게 몸을 반쯤 굽히고 걷지는 않거든. 동굴인이 그들의 사촌인 고릴라들처럼 걸었다거나 땅바닥에 손가락을 짚고 걷는 걸 좋아했다고 말하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니까 믿지 마. 동굴인을 무시하지 말라고. 사실 걷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그때 이미 동굴인들은 ‘원시 인류’로 불릴 만큼 두 발로 걷는 게 아주 익숙했단 말이지. 다음으로, 먹을 수 없는 모든 걸 무서워해야 돼. 먹을 수 없는 것이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벼락이 치고 눈이 내리는 모든 자연 현상들을 말하는 거야. 비가 오는 이유는 신들이 울고 있거나 오줌을 누고 있기 때문이야. 바람이 부는 이유는 신들이 졸려서 하품을 하거나 더워서 부채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벼락이 치는 이유는? 어떤 일로 화가 난 신이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거지. 다시 말하면 너희가 너희 동생처럼 아주 순진해져야 하는 거야. 그리고 온갖 신들이 주변에서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야 되고, 너희가 숨 쉬고 걷고 할 수 있는 것도 다 신들의 보호 때문이라고 믿어야 된다는 얘기야. 태양이나 비 같은 건 1등급에 속하는 신들이고, 약한 바람이나 뭉게구름 같은 건 2등급에 속하는 신들이지. 등급에 없는 다른 신들도 수없이 많아. 그러니까 너희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무시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거야. 정말 조그만 개미 한 마리가 군사 작전 중인 신일 수도 있거든. 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뭉쳐진 가스 구름이라는 사실은 몰라도 되지만, 별빛을 보면서 가끔 엄청 겁먹은 표정이나 몸짓은 꼭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또 땅의 구조에 대해선 몰라도 되지만, 땅이 아주 조금만 흔들려도 정말 진심으로 떨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센스는 있어야 해. 땅이 왜 흔들릴까? 신이 소화불량에 걸려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너희들이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피시방, 비디오 게임, 해변에서 하는 공놀이, 새로 나온 영화 따위도 잊어버리는 게 좋아. 선사 시대 생활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너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유일한 일은 누군가가 너희를 잡아먹지 못하게 하는 거야.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깨끗한 동굴을 찾는 것, 그리고 땅거미가 질 무렵에 하늘과 오로라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일 따위야. 마지막 충고를 하지. 배가 고플 때는 나뭇가지 하나와 돌멩이 하나를 집도록 해. 그리고 돌멩이로 나뭇가지를 뾰족하게 만들어. 정말 오래 걸리는 일이니까 끈기가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마. 큼직한 햄버거나 치킨을 먹고 싶다고 간절히 빌면서 하면 조금 덜 힘들지도 몰라. 그 일이 끝나면 드디어 ‘먹을 것’을 찾아 나서는 거야. 짐승 말이야. 소의 조상이면 더욱 좋아. 몇 명의 다른 동굴인들과 힘을 모아서 사냥을 해야 할 거야. 참, 그 시대의 짐승들은 전혀 순하지 않다는 걸 항상 명심해. 녀석들은 축사나 목장 같은 데서 살아 본 적이 없고 사람이 주는 먹이를 고분고분 받아먹어 본 적도 없거든. 자기가 소인지 늑대인지도 모르는 이놈들은 널 냉큼 들이받아 배에 구멍을 낼지도 모르고, 네 손가락이 맛있는 풀잎인 줄 알고 이빨로 깨물지도 몰라. 그러니 항상 조심하라고. ---본문 중에서 |
인류 최초로 불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
눈 나쁜 원시인의 엉뚱한 모험 이야기!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일까요? 사람들마다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불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 일이겠지요. ‘2011 화이트 레이븐 상’을 받은 멕시코 동화 《불 사냥꾼 아쿠이카》는 석기 시대에 관한 역사적 지식과 간접 경험을 전달해 줄 뿐 아니라, 모험의 즐거움이 가득한 이야기책입니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는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고, 지구에 생명체가 어떤 모습으로 생겨났는지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비교해 가며 간략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알려 줍니다. 진화를 거쳐 인류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원시인들의 생활 모습이 유머 가득한 비유와 함께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주인공 아쿠이카는 지구의 마지막 방하기가 시작되던 신생대 4기 석기 시대에 살았던 원시인입니다. 아쿠이카는 지독하게 눈이 나빠 부족 사람들로부터 ‘쓸모없는 놈’이라고 무시당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번개 치는 날, 불 사냥꾼 ‘오믈렛’이 불타는 나무에 깔려 죽게 되자, 부족 사람들은 대회의에서 아쿠이카를 새로운 불 사냥꾼으로 뽑습니다. 사람들의 강요에 떠밀려 아쿠이카는 남들이 하기 꺼려하는 불 사냥꾼이 된 것이지요. 자칫 실수하면 불에 타죽게 될지도 모르지만, 아쿠이카는 용기를 내어 번개를 맞아 불타는 나무에서 불을 옮겨 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맙니다. 마른풀 더미에 옮겨 붙은 불은 부족 사람들을 위기에 빠트리게 되고, 아쿠이카는 결국 부족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원시 시대에 부족에서 쫓겨나게 되면 사나운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아 죽거나 굶어죽기 십상이지요. 생존의 절박한 상황에 몰린 아쿠이카는 다시 부족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렸을 때 엄마에게 들은 ‘마법의 불타는 돌’을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불을 만들어 내는 돌만 구한다면 부족으로 돌아가 영웅 대접을 받으며 살게 될 거란 꿈을 가득 품고서 말이지요. 도중에 팔을 다친 칼라, 말을 못하는 다카, 유난히 키가 작은 루포, 한쪽 다리를 잃은 밍코를 만나 함께 험난한 모험을 겪게 됩니다. 이들 또한 아쿠이카처럼 저마다 신체장애를 가진 탓에 저마다 자기 부족에서 쫓겨난 사람들이지요. 이렇듯 작가는 원시 시대를 무대로 다섯 명의 독특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역사나 과학 이야기가 아닌 문학 작품으로 창조해 냈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오늘날 인류의 기원이 된 원시인들의 생활상을 현대인의 생활과 연결시켜 웃음 가득한 눈으로 엿보게 꾸몄습니다. 다섯 명의 인물들이 저마다 신체장애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각자 가지고 있는 독특한 능력과 지적 능력을 발휘해 위기 상황 때마다 서로 돕고 어려움을 이겨냅니다. 그리고 험난한 모험을 거쳐 ‘마법의 불타는 돌’이 아닌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즉 불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게 됩니다. 그 불로 아쿠이카 일행은 빙하기의 추위와 야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되지요. 이처럼 이 책은 인류가 불 만드는 방법과 그 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관해 독창적이고 유머 가득한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고 힘을 모아 인류에게 불 만드는 방법을 전해 준 아쿠이카와 친구들의 모습 속에는 야생동물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한 인류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 즉 지혜와 협동심으로 거대한 자연을 슬기롭게 이용하고,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켜 왔는지 함축적으로 잘 담겨 있습니다. 이들이 불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와 과학 지식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장애와 차별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 수상 내역 2011 화이트 레이븐 상 수상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