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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EPUB
eBook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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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창비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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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정지
찬란한 착난
석류나무와 함께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오리나무의 측량술을 빌려서
있는 그대로,라는 말
먼 곳이 있는 사람
아홉 귀에 들다
물받이통을 비우며
곰취나물에 꽃니 자국
연못을 웃긴 일
차경
잊는 일
먹기러기
백이 날다
명옥헌
산색
파미르 고원
지게體
한 켤레의 구두
쌀암
서리가 돋는 아침
백일장과 짜장면
흉터 필경사
검은 혀
붉은빛
눈빛
가만히 맥박처럼 짚어보는 누군가
저녁의 소리
자작시
백경
지축을 지나다
파이프오르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비둘기 일가
칼새
기도와 잠
아침의 신부
망원동
시집의 쓸모
강화의 사랑
행복에 대한 저항시
날씨 없는 날씨
물의 뼈

골법(骨法)
세한도
죽은돌
제주
애월
아픈 섬
응달
점자별 1
점자별 2
점자별 3
수백 페이지의 혀를 가진 바람
수풀떠들썩팔랑나비의 작명가에게
수연 수진
우표의 맛
성냥갑 동물원
평강 눈종이 공장에 가고 싶다
물바퀴를 달다
터치
채석강
석양의 제국
풀과 양들의 세계사
신록의 말
뒷짐을 지고 크게 웃다
냉이꽃
저무는 돌

해설|송종원
시인의 말

저자 소개1

孫宅洙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와 『국제신문』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청소년시집 『나의 첫 소년』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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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0일
이용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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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5.12MB ?
ISBN13
9788936408664
KC인증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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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걷는 사람은 먼 곳이 있는 사람
잃어버린 먼 곳을 다시 찾아낸 사람
걷는 것도 끊는 거니까
차를 끊고 돈을 끊고
이런저런 습관을 끊어보는 거니까
(…)
나는 가야겠네 걷는 사람으로
먼 곳을 먼 곳으로 있게 하는 사람에게로
먼 곳이 있어 아득해진 사람에게로
―?먼 곳이 있는 사람? 부분


부산진 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
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
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
지게 쥐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겠노
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
진시장 지게체 아이가
(…)
일당벌이 지게를 지시던 당신처럼 나도
펜을 쥐고 일용할 양식을 찾는다
모이를 쪼는 비둘기 부리처럼 펜 끝을 콕콕거린다
비록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획을 함께 긋던 숨결이 들릴
것도 같다
이제는 지상에 없는 지게체
―?지게體? 부분


벗의 집에 갔더니 기우뚱한 식탁 다리 밑에 책을 받쳐놓았다
주인 내외는 시집의 임자가 나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차린 게 변변찮아 어떡하느냐며
불편한 내 표정에 엉뚱한 눈치를 보느라 애면글면
차마 말은 못하고 건성으로 수저질을 하다가
(책을 발로 밀어 슬쩍 빼면
지진이라도 난 듯 덜컥 식탁이 내려앉겠지
국그릇이 철렁 엎질러져서 행주를 들고 수선을 피우겠지)
고소한 복수 생각에 젖어 있는 동안
이사를 다니느라 다치고 긁히고 깨진 식탁
각을 잃고 둥그스름해진 모가 보인다
시집이 이토록 쓸모도 있구나
책꽂이에 얌전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기보단
한쪽 다리가 성치 않은 식탁 아래로 내려가서
국그릇 넘치지 않게 평형을 잡아주는,
오래전에 잊힌 시집
이제는 표지색도 다 닳아 지워져가는 그것이
안주인 된장국마냥 뜨끈하게 상한 속을 달래주는 것이었다
―?시집의 쓸모? 전문


뼈 빠지게 사노라 살지 못했는가
죽는 것은 습관이 아닌데 사는 것은 습관이 되어서
행복이여, 어쩌다 나는 행복에 대한 저항시를 쓴다
행복을 위해서도 저항시를 위해서도 이건 참 서글픈 일
이다
―?행복에 대한 저항시? 부분


나는 나의 시에 성대가 있었으면 한다
목을 파이프처럼 통과하면서 혀를 만난 말이
이와 입술 너머의 공기를 진동시켰으면 한다
공기를 만난 말은 공기 중으로 녹아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새의 속깃털을 후 불어주고
어느 귀퉁이 흔들리는 꽃잎사귀를 만나 한눈도 좀 팔고
책상에 앉아 이맛살 찡그리며 궁상을 떠는
시 같은 것은 이제 까맣게 잊고, 그예 시인도 잊고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데 그 말씀이나 찾아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한다
―?수백 페이지의 혀를 가진 바람?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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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여기 적힌 그대로, 그 있는 그대로에 힘입어 시 읽다 말고 나가 걸었지 뭐야. 걷는 사람은 먼 곳이 있는 사람이라 했지. 그리하여 길을 묻던 기억을 회복하는 사람이라 그랬지. 회복이라는 단어, 보자마자 나 왜 설레었을까 하니 꽃니 자국 같은 말인 거라. 곰취나물 그렇게 잡아당기다 간 거 대체 누구라는 이라니. 덕분에 취해서는, 엉겁결에 착해져서는 내가 내 걸음에 낯설어도 하게 되는 거지. 가만히 앉은 채로 넘어가는 저를 볼 줄 아는 산의 눈빛, 나는 그 산색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진 거라니. 풀리는 다리, 주저앉는 꼬리뼈…… 허나 시인의 종이가 나를 품고 시인의 바위가 나를 업지 뭐야. 냉큼 그만큼의 가벼운 실림이 싫지 않은 데는 그 덕분에 하늘을 빤히 올려다보게도 되어서지. 가을 하늘이 얼마나 푸르냐고 물어오니 나는 이미 말한 가을 하늘을 다시 보게도 되는 거지. 명품을 간파하는 눈이 생겼는데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고 정작 네 살갗에는 무덤덤…… 먼 데를 잃고 더 쓸쓸해져버린 사람에게 이 구절을 편지로 옮겨주는데 쓰라려, 쓰라립지 뭐야. 존재하지 않아도 좋은 무엇이 된 것만 같은 이 느낌, 붉은빛이라고 서둘러 써둘 참이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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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거위와 점등인의 별에서

스물다섯에 늦깎이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연극판을 기웃거리다가 철 지난 포스터처럼 뜯겨져서 거리를 떠돌아다닌 뒤의 일이었다. 상처투성이였다. 게다가 친구들은 졸업을 준비할 나이였으니 낙오병이라는 자괴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늦은 건 없어. 낙오한 자만이 볼 수 있는 풍경도 있겠지.’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나의 낙천주의는 경쟁을 외면하는 습관에서 온다. 남쪽 바닷가 소도시의 산골 마을에 짐을 푼 나는 무엇보다 만(灣)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교정으로 거느린 캠퍼스가 좋았다.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보면 섬을 품은 바다를 산들이 어깨를 겯고 호수처럼 아늑하게 품어주었다. 그 바다가 바로 임화의 시 「현해탄」의 바다였다.
바다가 캠퍼스라면 소라와 게들, 말미잘과 교우 관계를 맺으며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병들어 남행한 임화처럼 나는 치자향이 좋던 가포와 장지연 열사의 유택이 있던 현동과 덕동 바닷가를 떠돌며 자취 생활을 하였다. 일부러 도시 외곽을 선택해서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불편을 복으로 삼을 줄 아는 은자(隱者)의 후예라도 된 것처럼 은근한 긍지가 나를 제법 오똑하게 했다.
강의를 마치면 학교에서 야간 수위 아르바이트를 했다. ‘근로장학생’이라는 좀 멋쩍은 딱지가 붙은 나의 첫 임지는 대학원 건물이었다. 청소를 하시던 아주머니들이 퇴근을 하고 나면 아주머니들의 쉼터가 초소로 바뀌었다. 책상 하나와 목제 침상 그리고 낡은 갓등이 있는 오두막에서 나는 틈틈이 책을 읽고 습작을 하였다. 혼자서 하는 습작에 진척이 있을 리 만무했다. 나의 습작 방법이란 그저 더 많은 책을 읽고 좋은 시집을 만나면 필사해보는 것뿐이었다. 오른쪽 검지에 펜혹이 생길 때까지 필사를 하다 보면 뻐근해오는 어깨에 말의 근육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서로 길이가 다른 투수의 팔처럼 나는 글쓰기 신체로 몸을 바꾸는 변신의 고통을 달게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의 수더분한 선임들이었던 정문의 수위 아저씨들은 야경주독하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여기셨던지 출근과 동시에 수위실에 틀어박혀 소설책이나 파고 있는 나의 해태를 매번 눈감아주었다. 뜻밖에 내가 근무를 제대로 서나 안 서나 꼬장꼬장한 잣대를 들고 삼엄하게 감시한 선임은 따로 있었다. 학교 연못에 터를 잡은 그는 쉴 틈 없이 순찰을 돌았다. 도르래 소리 같기도 하고 마치 녹슨 철문을 열었다 닫을 때처럼 쇳소리가 나는 그의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는 진폭이 꽤나 커서 그가 바로 이 대학의 터줏대감임을 능히 알게 하였다. 하긴, 한밤에 조금이라도 수상한 소리가 나면 득달같이 그 요란한 호각을 불며 출동하였으니 내 수위 업무의 태반은 그가 본 것이나 다름없다. 가을밤 창문 밖을 온몸으로 하얗게 프레시를 비추며 걷는 그를 보면 적이 안심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심지어 깊은 수면에 빠져 있을 때조차 하얗게 깨어 있을 줄 알았다. 경비를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나 해야 할까.
그 경이로운 수위 선임은 거위였다. 노을이 지면 나는 뒤뚱거리는 거위와 함께 저물어가는 교정에 가로등을 켰다. 멀리 섬들에도 접선 신호처럼 불이 들어오고 하늘에도 개밥바라기 별이 켜지면 나의 대학도 어느새 점등인의 별이 되었다. 새벽이면 서리에 으슬으슬 입술을 깨물고 떨고 있는 별들에게 이제 질 때가 되었다는 신호로 스위치를 내리기 위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때도 거위는 나와 함께였다. 가로등 스위치 오르내리는 소리를 따라 천체가 회전하는 것 같았을 때, 늦깎이 대학시절의 열패도, 실패로 얼룩진 습작기의 낭패와 가난도 조금은 견딜 만한 것으로 바뀌어갔을 것이다.
수위실에서 나는 짬이 날 때면 대학원생 선배들의 구두를 닦았다. 어느 명절 앞날이었다. 고향 내려갈 준비로 다들 어수선할 때, 식사를 마치고 수위실에 들른 같은 과 조교 선배의 깨어진 구두코가 보기 참 딱했다. 상처에 연고라도 바르듯이 코에 까무스름 구두약을 바르기 시작한 것이 마칠 때쯤 해서는 구두 전체가 유리처럼 반짝거렸다. 아마 내게 세탁 기술이라도 있었다면 구겨진 옷주름을 수평선처럼 좍 펴주고 싶었으리라.
그 이후부터 대학원생들의 구두가 수위실을 ‘구두 병원’으로 만들었다. 소문이 퍼져서 행정실 직원들의 구두까지 순번을 기다리는 일이 일어났다. 생수병을 오려 만든 내 저금통엔 슬며시 놓고 간 지폐들이 모여 한 학기 장학금이 되었다.
어느날 수위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오가는 길에 가끔씩 부딪치던 행정실 직원이었다. 그는 오래 망설이던 말을 겨우 꺼내듯이 수줍게 점심을 같이 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영문을 몰라 하는 내게 그는 몇 년간 지켜보았는데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동생 같아서 그저 밥 한끼 사주고 싶었노라고 했다. 이름도 모르는 사내의 안경 너머에서 오는 그 깊은 눈빛을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 눈빛 속엔 당시 내가 한창 빠져 있던 백석의 「고향」에서 보았던 온기 같은 것이 배어 있었다. 타향에서 혼자 앓아누워 있던 시인이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고 노래한 의원의 그 온기 말이다. 나 역시 그의 눈빛에서 떠나온 부모와 고향의 흙냄새를 마주하였으리라.
그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밥을 대접받았다. 그 ‘밥심’으로 시를 쓰고 책을 만들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물론, 밤새 습작을 하던 나 대신 순찰을 돌던 그 극성스럽던 거위의 고마움도 잊을 수 없다.

2020년 봄 동탄 돌모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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