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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기림의 글_ 임 보

1부 뿌리시·37편

화장실 15
명자꽃 16
줄장미 17
살구 18
동해바다 19
효孝는 애기똥풀처럼 20
짝 21
오이 22
아버지의 손 23
생명수 24
불영사佛影寺 25
봄의 여신 26
백모란 27
배추 28
등나무 풍경 29
결혼기념일 30
개나리 31
뿌리 32
손 33
홍매 34
가을은 35
매화를 품으렸더니 36
책씻이 37
바쁜 여생 38
살구 39
오복五福을 누리소서 40
3월의 봄나들이 41
나의 젊은 친구들 42
우동 맛 43
홍시 44
밀어 45
성공의 비결 46
향을 사르며 47
매화 48
바람 49
시 50
남성의 상징 넥타이 51

2부 꽃시·9편

참배〔梨〕 55
아버지의 선물 56
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 57
청어 58
모녀 일대기 61
벙어리장갑 65
세모에 68
밥심 70
조사弔辭 71

3부 낭송시·27편

군자란 77
아! 어머니 78
어머니의 시낭송 80
어머니의 질시루 82
백두산 천지 아리랑 84
물 긷는 남자 86
산도라지꽃 88
청춘靑春 90
멋진 여자 멋진 남자 92
눈물의 음악회 94
자화상 96
북성포구에서 98
회화나무 가로수 길 100
박연폭포 101
신춘 음악회 102
내일을 위한 기도 103
꿈처럼 흐르는 세월 104
신의 집 포탈라궁 106
우이도원牛耳桃源 108
배우자 110
구마루 무지개 낭송회 112
절정 113
고향 집 뽕나무들은 다 무사하신가 114
통일 그날이 오면 116
행복한 여자 118
추억의 나일강 유람 120
소홍주의 신랑 121

4부 노래·15편

그대의 향기 125
오솔길 126
태극기 128
구마루 언덕 129
천년의 사랑 130
늦가을 132
어머니 사랑합니다 133
결혼하는 신랑신부에게 134
시꽃 136
겨울꽃 137
가을 내 사랑 138
색동옷 추억 139
인생은 하룻밤 꿈처럼 140
무심천 꿈길 141
외손녀 142

해설│ 143 유기체적 시 세계_ 임채우(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청주 출생(1944), [한국수필] 수필(2003), [서울문학] 시(2004) 등단. 한국문인협회 낭송문화진흥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우리시회 회원, 서울시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한국수필작가회 회원, 시사랑노래사랑 운영위원, 방송대문학회 고문, 실버넷뉴스 기자(초대문화예술관장 역임), 동양서예협회 초대작가로 활동했다. 백송문화제 용산백일장 수필부문 장원 수상(2001)-작품 「결실」, 한국방송통신대학 통문 수상(2005)-시 「백두산 천지 아리랑」, 한국현대시 작품상 수상(2020)- 『꽃시』의 수상 경력이 있다. 출간작으로는 부부시집 『반려자』(2006)
청주 출생(1944), [한국수필] 수필(2003), [서울문학] 시(2004) 등단. 한국문인협회 낭송문화진흥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우리시회 회원, 서울시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한국수필작가회 회원, 시사랑노래사랑 운영위원, 방송대문학회 고문, 실버넷뉴스 기자(초대문화예술관장 역임), 동양서예협회 초대작가로 활동했다. 백송문화제 용산백일장 수필부문 장원 수상(2001)-작품 「결실」, 한국방송통신대학 통문 수상(2005)-시 「백두산 천지 아리랑」, 한국현대시 작품상 수상(2020)- 『꽃시』의 수상 경력이 있다. 출간작으로는 부부시집 『반려자』(2006) / 수필집 『인생의 등불』(2009), 부부시집 『꽃바람』(2010), 민문자 제1칼럼집 『인생에 리허설은 없다』(2014), 민문자 제2칼럼집 『아름다운 서정가곡 태극기』(2016), 소정 민문자 제1시집 『시인공화국』(2020), 소정 민문자 제2시집 『독신주의』(2020), 소정 민문자 제3시집 『공작새 병풍』(2020), 소정 민문자 제4시집 『꽃시』(2020), 소정 민문자 제5시집 『금혼식』(2021), 소정 민문자 제6시집 『화답시』(202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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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2쪽 | 125*203*20mm
ISBN13
9788994645575

출판사 리뷰

뿌리의 시

식물의 뿌리는 대지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수분과 영 양분을 흡수하여 생명체에 공급한다. 뿌리는 대개 줄 기나 가지처럼 기다랗거나 굵지 않고 마치 인체의 모 세혈관처럼 무수하게 많은 잔뿌리로 되어 있다. 뿌리 의 시는 그 자체로 완결된 시라기보다는 일상 중에 떠 오르는 시적 단상이나 이미지이다. 아직 시적 완결성을 덜 갖췄지만, 앞으로 자족적인 완전한 시로 발전할 가 능성이 있다. 이것은 숙성이 덜 된 시인의 생각이나 경 험의 날 것이다. 시인은 일본의 하이쿠와 비슷한 형태 나 2단시, 4단시, 시조 유형의 짧은 시를 뿌리의 시로 분류하고 있다. 시인이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이나 시 적 상황을 짧게 피력한 다음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뿌리의 시를 쓰고 있다. 뿌리의 시의 기능은 모세혈관과도 같은 섬세한 촉수 를 일상에 내려 일차적으로 시적인 것을 붙잡는 데 있다. 시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구상 단계에서 떠오르 는 이미지 하나, 풍경 하나, 기억의 한 토막을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언어화한다. 이 중에 몇을 제외하고는 시인도 이것이 완결된 시라고는 보지 않은 듯하다. 그 근거는 뿌리의 시에서 붙잡은 시적 모티브가 독자적으로 완결된 시로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단계에서 반복되거나 확장하여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A : 애오이와 오이소박이 바라보며 오이지도 못 만들게 쇠어버린 누렇고 거친 노각께서/중얼중얼

내게도 애오이마냥/오이소박이처럼/오이지 같은/푸르고 맛깔나는 시절 있었다
― 「오이」 전문

B : 가슴 여는 봄빛/홍매 꽃가지

반가워라/님이 오는 소리/ 부끄러워라 /붉은 마음 두근두근
― 「홍매」 전문

C : 고희를 넘어섰는데도/욕심은 줄지 않아/ 시를 보면 시를 하고 싶고 그림을 보면 그림을 하고 싶고/ 이 동네도 기웃 /저 동네도 기웃

― 「바쁜 여생」 전문

위의 인용 시는 뿌리의 시 가운데 비교적 일정 수준 의 시적 성취를 보이는 것들이다. A는 2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활인으로서 자연을 바라보는 여성적 시각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애오 이, 오이소박이, 오이지도 담그지 못하는 노각이 등장하여 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젊음을 부러워한다. 시집 전편에 짙게 깔린 세월의 무상감 내지는 지나간 청춘을 아쉬워한다. 이 모티브는 이후 시에 제재를 달리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B는 3연 2행시이다. 3장의 시조처럼 보이나 정형시 는 아니다. 봄을 맞이하여 홍매화가 피었는데, 홍매화 의 붉음이 임이 오는 소리에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이 시는 1연과 2연이 ‘ㅣ’ 모음으로 끝나는 명사 로 소리를 끌면서 여운을 남기고, 마지막 연은 첩어 부 사를 사용하여 계속 움직임이 지속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운율적 요소를 배려한 뿌리의 시는 이후 낭송시와 노랫말로 발전하는 초유의 형태로 보인다. C도 B처럼 3연 2행시의 예가 되겠다. 이 형식은 시상 이 단출하고 의식과 상상력의 통제에 매우 유력하다. 이 시도 1연과 2연의 끝을 용언의 연결어미를 사용하 여 시상을 이끌고, 3연은 부사 ‘기웃’을 행을 바꾸어 반복시킴으로써 동작의 연속과 운율을 배려하고 있다. 이후 운율 지배적 형식으로 진화하는 전 단계의 모습 이다. 의미적으로는 끝없는 예술세계의 지향이라는 모티브가 제시되어 있다. 이 밖에도 뿌리의 시에는 가족사적인 것, 계절에 관 한 것, 시 자체에 관한 것 등의 일상 중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것들은 다시 말하거니와 그 자체로 시적 완성도가 높은 것도 있지만, 대 체로 날 것 그대로여서 사고가 평범하고 일반적이다. 이는 뿌리의 시가 완결된 시로 행세하기보다는 다음 단계를 예비하기 위해 시상을 붙잡는 단계로, 뿌리의 시에 나타난 모티브가 이후 시에서 재사용되거나 확산 하여 나가는 것이 그의 시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줄기의 시

뿌리의 시가 시적 발상의 초기의 모습이라면, 줄기의 시는 시적 완결성을 보이는 단계이다. 뿌리의 시가 일 반 서정시의 관례에 준하여 진화한 모습이다. 시인은 이 단계를 ‘꽃시’라는 중간 제목으로 9편을 수록하였 다. 이 9편을 분류해 보면 가족사 중심의 시가 6편, 나 머지 3편은 일상에서 소재를 취하여 언어화한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줄기는 풀꽃이나 꽃나무라는 유기체에 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대개 풀꽃이나 꽃나무의 주 된 관심사는 꽃이나 열매에 집중된다. 시인 또한 창작 과정에서 이 부분을 제일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듯하 다. 줄기의 시는 뿌리의 시에서 발견한 모티브를 발전시키고 있다든가, 일상사를 산문적으로 전개하고 있 어, 뿌리의 시에서 보여준 시적 간결미와 집중력을 오히려 상실하고 있다. 이 시인의 주된 관심사가 낭송시와 노랫말에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 시집의 특징 중의 하나가 가족사 중심의 시편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사 중에서도 ‘사부곡思父曲’ 과 ‘사모곡思母曲’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가족 중심의 사고에 익숙해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가족사는 대개 부모를 중심으로 성장기의 추억담 이 제공되는데,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처럼 백수를 바라보며 아직도 집안 대소사 에 중심이 되어 있는 어머니에 관한 추억이 대체로 한 정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어 나타난 다. 이를 일컬어 동일 모티브의 변주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음악이나 미술에서 하나의 주제를 변주해서 확산 시켜 나가는 수법과도 유사하다. 동일 모티브의 변주를 통해서 그의 시 세계가 어떻게 확산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방법론적으로 뿌리의 시, 줄기의 시, 꽃의 시, 열매의 시에 서 동일 모티브의 변화 양상을 살필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면, 이 작업은 유효적절하다. 그러나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주 모티브가 지배하는 시 편 넷을 고를 수 없었다. 부득이 지붕을 오르는데 사다리를 중간에 옮겨 타는 수법으로 간접 비교도 유효하 리라 생각한다. 뿌리의 시에서 줄기의 시로의 확산은 사부곡에서, 줄기의 시에서 꽃과 열매의 시로의 변주는 사모곡에서 찾아봄으로써 그의 시의 변화 양상을 모색하기로 한다.

A : 쌀 튀밥 튀길 때 ‘펑’ 소리에 놀랄까 일곱 살 여린 내 귀 꼭 막아주던 두 손/ 아버지 손바닥의 촉감/지금도 내 얼굴 절반이/그 푸근하고 정겨운 손안에 감싸여 있는 듯

― 「아버지의 손」 전문

B : 눈보라 치는 날이면 이미 반세기 이전에/ 세상 떠난 아버지가 몹시 그립다
쌀 튀밥 튀길 때 ‘펑’ 소리에 놀랄까/일곱 살 여린 내 귀 두 손으로 꼭 막아주던 아버지
중학교 시험 발표하는 날 아침/“낙동강 오리알처럼 뚝 떨어져라!”하고 미소 짓던 아버지
시오리 등굣길 추위 걱정에/순모純毛 머플러 만지작거리다 사다 준 융絨/머플러
아버지가 그리운 날은 고이 개켜둔 정情 펼쳐든다

― 「아버지의 선물」 전문

A는 뿌리의 시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완결된 시라 기보다는 일상 중에 떠오르는 단상이나 과거의 기억 한 토막을 시적 이미지로 붙잡아 놓은 것이다. 일찍 돌 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원체험이 ‘손바닥의 촉감’으로 시인의 무의식 속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B는 줄기의 시 가운데 하나로 5연 2행시이다. 1연과 5연의 시간적 배경은 현재이고, 2·3·4연은 과거이다. 과거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에피소드 3개가 현재라 는 액자의 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재는 아버지 의 추억에 대한 개회사와 폐회사 구실을 하고 있다. 사 랑하는 아버지의 추억을 떠올리는데 적어도 어떤 의식儀式과 같은 것이 필요할 만큼 막연한 거리감이 존재하 고 있다. 시인이 어린 나이에 이별한 아버지이기에 성인 이 되어서 그에 대한 추모는 어머니와 같은 세세한 정 에 밀착되어 있기보다는 제사라든가 또 다른 행사처럼 의식화되어 있어, 1연과 5연 같은 개회사와 폐회사가 무의식적으로 동원되었다고 생각한다. 제목을 보더라 도 뿌리의 시에서는 ‘아버지의 손’이라 하여 손이 유발 하는 촉각을 감각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으나, 줄기의 시에서는 ‘아버지의 선물’이라 하여 선물이라는 개념 화된 사물로 다분히 의식意識의 소산이다. 3개의 에피 소드 측면에서 보자면, A가 고스란히 B의 2연에 앉힘 으로써 동일 모티브의 변주다. 이 변주 하나로는 아버 지에 대한 추억으로 빈약하여 에피소드 2개를 추가하 고 있다. 혈육의 정에 대한 감각적 원체험인 A가 B로 옮겨지자 2행시라는 형식에 맞추다 보니 아버지에 대 한 정감이 오히려 감소해버렸다. 결국 이는 뿌리의 시 의 원체험이 줄기의 시에 동일 모티브로 다시 나타나는 것이, 즉 시적 단상이 완결된 시 형식으로 변용되는 것 이 긍정적인 시의 확산 내지는 발전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완결된 시의 형식을 취하는 순간 원 체험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의 시

시는 말로 되어 있다. 소쉬르의 기호학에 의하면 말 은 기표記標〔소리, 시니피앙〕와 기의記意〔의미, 시니피에〕의 결합이다. 기표만 있고 기의가 없다면 맹목이고, 기표가 없는데 기의만 있다면 이는 무의미하다. 그런데 시의 경향이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말의 두 가지 측 면, 즉 소리와 의미의 어느 한쪽을 상대적으로 강조할 수는 있다. 소리를 강조하면 시의 형식적 요소, 리듬이 라든가 운율을 중시하는 시가 되겠고, 의미를 강조하 면 시의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히 여기는 의미 전달 체 계가 된다. 전자가 두드러졌던 시로 낭만파 시인들의 시라든가, 민요시, 시문학파가 이에 속할 것이고, 후자 가 두드러진 예로는 근대 이후 주지주의 시파나 산문 시가 이에 속한다. 이상적인 시의 모습은 말의 두 요소 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시를 낭송한다는 것은 말의 시그니피앙을 지극히 강 조하는 행위이다. 시의 의미 전달도 중요하지만, 음악 적 요소에 의해서 조성되는 시적 정감을 음성이라는 청 각적 기능으로 전달함으로써 그 행위의 목적을 달성한 다. 요즘은 시낭송 전문가가 부쩍 늘고 협회를 발족 시 켜 일련의 예술 행위로 격상되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 기를 시를 쓰는 시인은 시의 아버지요, 낭송가는 시의 어머니라고 한다. 시인 입장에서 자기가 쓴 시를 낭송 가들이 민들레 씨처럼 세상에 퍼뜨린다니 싫어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어떤 시인들은 시 낭송이라는 것을 그리 탐 탁지 않게 여긴다. 모더니즘 이후 현대시는 청각적 기 능보다는 시각적인 것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문시의 경우 청각적 전달에 한계가 있다. 시 낭송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시 위주의 전달에 유용한 시의 유형이 따로 존재하며, 시의 의미도 낭송 과 동시에 즉물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행사시, 기념 시, 추모시라면 모를까 시 일반을 낭송한다는 것은 무 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가 시집에서 제3부 낭송시로 분류한 부분이 ‘꽃의 시’에 해당한다. 실로 풀꽃이나 꽃나무에서 가장 심미 적인 관심이 돋보이는 부분이 꽃이듯이 시인 또한 낭송시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어머니의 사랑 을 노래하는 ‘사모곡’은 수적으로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줄기의 시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 한 시 「청어」, 「모녀 일대기」, 「세모에」, 「벙어리장갑」 등 이 꽃의 시에 오면 낭송시로 변모하여 단아한 형태로 시 「아! 어머니」, 「어머니 시낭송」, 「어머니의 질시루」, 「고향 집 뽕나무들은 다 무사하신가」로 나타난다.

올망졸망 사남매

청상靑孀의 몸으로 금자동아 옥자동아 꽃으로 보여라 잎으로 보여라 논밭 일구시며 애태운 평생 효행과 지조와 자식 사랑 이웃의 모범되었어라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와도 정감어린 말씀 나누고 무쪽 하나에서 송편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 추구하시는 정성 남다른 솜씨 간직하신 어머니 온갖 어려움 이겨내신 싯푸른 의지 진실하고 근면한 청렬한 삶 꺼지지 않는 배움의 열정 행복은 언제나 자신의 가슴속에 있다는 말씀 평범 속의 비범 눈매 서늘한 기품 자손마다 상금으로 주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빈 가슴에 안겨준 푯대 그 모정 힘든 인생길 잘 달려왔다고 또 잘 달리라는 어머니 마음 그 등불 언제까지나 우리 가슴속을 밝히리라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 「아! 어머니」 전문

이 시는 뿌리와 줄기의 시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던 어 머니에 대한 추억, 어머니의 굴곡 많은 삶, 어머니 긍정 적인 심성, 온갖 풍상을 이기신 어머니의 기품 있는 모 습, 피붙이에 대한 애착, 어머니에게 바치는 효도하는 마음 등등이 한 편의 낭송시로 집약되었다. 뿌리와 줄 기의 단계를 거쳐 드디어 한 편의 낭송시로 찬란하게 꽃을 피운 것이다. 이 시는 이전 단계와 비교해 볼 때 청각적으로 정감 에 호소하는 시의 기능이 대폭 강화되었다. 같은 내적 독백 위주이지만, 우선 형식적 요건으로 시의 낭송에 적합하게 균등한 3연을 갖추었고, 각 행의 끝이 관념 적인 명사로 음성적 악센트가 집중되어 있으며, 비교적 전달 메시지가 단선적이라는 점이다. 의미적으로는 어 머니의 삶을 기리고, 훌륭한 덕성을 이어받아 그 어머니를 내내 마음에 담겠노라는 송덕頌德 내지는 찬송讚 頌의 시이다. 이 밖에도 여행시에 속하는 낭송시 「백두산 천지 아 리랑」, 「박연폭포」, 「신의 집 포탈라궁」, 「추억의 나일강 유람」 등은 낭송시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보인다. 여행시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서경적 요소를 감각적 언어를 동원하여 높은 수준의 구체성을 확보한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열매의 시

시인의 시가 가곡의 노랫말로 쓰인다는 것은, 자신 의 노작이 널리 일반인에게 회자되는 계기가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노랫말이라는 엄격한 형식에 맞추어야 한 다는 부차적인 작업이 요구된다. 이 작업은 시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간단히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아 니다. 누구나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밥 딜런이 될 수는 없다. 만개한 낭송시가 절정에서 꽃이 떨어져 열매를 맺듯 노랫말로 어떻게 진화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한평생 홀몸으로 논밭 일구시고 어버이 섬기며 청렬하게 사신 어머니 평범 속의 비범, 눈매 서늘한 기품이여 금자동아 옥자동아 꽃으로 보여라 잎으로 보여라 주문 외시더니 성큼성큼 백수가 다가오네요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사랑합니다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와도 정감 어린 말씀 나누며 목화솜처럼 포근한 이웃 사랑 아름다운 솜씨, 향기로운 덕행으로 남다른 존경 받으신 우리 어머니 세월아 가지 마오 세월아 가지
마오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사랑합니다

― 「어머니 사랑합니다」 전문
(민문자 작시, 이종록 작곡, 김신혜 Sop. 이종록 가곡 34집 17번)

이 노랫말은 악곡의 형식에 맞추기 위해 똑같은 길이 의 2연이 필요하다. 용언의 연결어미와 감탄과 친근감 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각 연 의 끝 행을 반복 후렴구로 정치하는 형식적 제약을 극 복해야 사랑하는 어머니를 기리며 애틋한 효심을 드 러내는 노랫말로 존재할 수 있다. 이 노랫말에는 반복 된 동일 모티브가 드러나는데, 위의 꽃의 시 「아! 어머니」의 1연 “금자동아 옥자동아/ 꽃으로 보여라 잎으로 보여라”가 이 노랫말 1연 4행과 5행에 그대로 삽입되 었다. 전자의 2연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와도 정감 어린 말씀 나누시고”가 후자의 2연 1, 2행에 다시 쓰였다. 전자의 3연 “평범 속의 비범 눈매 서늘한 기품”이 후자의 1연 3행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꽃의 시 부분이 복제되어 노랫말에 자구의 수정 없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가리켜 굳이 표절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자기 시 안에서 자기 복제이기 때문이 다. 그는 자기 안의 모든 시적인 자원을 동원하여 노랫 말을 만들고 있다. 일전에 시인의 노랫말이 월간 《우리詩》에 게재되었 는데, 교정 작업을 하면서 한 시인께서 후렴구의 “그리워라 그리워라”, 또는 다른 노랫말의 “보고파라 가고파라” 등은 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작시한 「가고파」 의 아류나 표절이라고 심하게 반발한 일이 있었다. 이 런 현상은 일반적인 시의 개념을 노랫말에 적용한 부당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가령 시조 문학에서 종장 첫 구 절에 의례적으로 쓰였던 “어즈버, 아이야” 등의 감탄사 나 호격의 관용어를 후대 사람들이 생각 없이 쓰고 있 다고 하여 표절이라고 항의하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전통적인 시조 문학에서 관례로 허용되는 관습적 범위 안의 언사일 뿐이다. 노랫말도 마찬가지다. 노래가 가 지고 있는 음악적 요소를 형식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는 후렴구나 일부 관용구에 대해서는 노랫말이라는 전제 하의 허용된 범위가 있다. 이것을 가지고 저것을 따지 는 것은 상호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말로 답할 수밖에 없다. 지면 관계상 일일이 거론할 수는 없지만, 노랫말 「그 대의 향기」, 「오솔길」, 「가을 내 사랑」, 「색동옷 추억」 등 은 뿌리와 줄기의 시에서 맛볼 수 없었던, 고도의 압축 과 시정이 넘치는 언어가 리듬에 실려 있다. 이 언어들 은 악곡의 가사라는 제약 속에서 오히려 어느 때보다 도 생기발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노랫말이 가장 빛 을 발하는 순간은 악곡에 맞춰 성악가의 음성으로 청 각적 전달이 이루어질 때이다. 이것을 시라는 이름으로 지면에서 시각적인 음미만으로는 그 맛이 반감되리라. 결론적으로 그의 시는 낭송시와 노랫말에 이르러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 시인께서는 여느 시인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자부하기에 충분 하다. H. D. 소로우가 그의 『월든』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내가 그들과 다른 것은 각자 다른 북소리에 발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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