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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공모
또 하나의 얼굴 봉인된 슬픔 슬픈 반전 핏빛 낙인 도주 소멸 속죄의 양날 작가의 말 End Credi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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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석.
단정한 세 글자 이름 뒤에는 항상 매국노라는 더러운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장사치의 아들이 장사치가 되는 것처럼 매국노의 아들은 매국노가 되는 것이 세상 이치였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심장은 뛸까? 숨은 쉴까?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었다. 민석은 갑작스레 치미는 두통에 창문을 열었다. 그대로 10여 분만 더 있었다면 구토를 쏟아 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민석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우아한 음악이 그의 귓가를 휘감았다. 혜림의 연습실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였다. 민석은 커튼 너머로 혜림을 바라봤다. 혜림은 한창 연습에 골몰하고 있었다. 유연한 팔놀림이 공기를 가르자 달콤한 바람이 그녀를 감쌌다. 덕분에 얇고 하얀 연습복이 그녀의 몸에 밀착됐다.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정경이었다. “이래서 널 놓지 못하나 봐. 너무 아름다워서.” 연습실에 들어선 민석은 가만히 혜림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사각거리는 그녀의 옷자락이 그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래서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못하나 봐. 너무 달콤해서.” 민석의 고백에 화답하듯 그녀가 미소지었다. --------------- “서혜림!” “민석 씨는 황국에서 가장 총애하는 조선인이잖아. 내가 그런 민석 씨하고 격을 맞추려면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아서.” 혜림의 갈색 눈동자가 그를 빤히 응시했다. 민석은 그제야 제 감정을 눌렀다. 곧게 뻗은 속눈썹에 가려진 슬픔을 읽어 낸 까닭이었다. “그만 해.” “나…… 무대에 갈 거야. 더 이상 너한테 짐 되기 싫어.” 그의 가슴팍에 그녀의 슬픔이 젖어들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날 지키고 싶어질수록…… 넌 점점 더 못되질 거잖아. 그런 너는…… 내가 싫어. 그러니까 나는 이제 내가 지켜. 그리고 그렇게 해서 너도 살릴 거야.” 혜림은 다부지게 입술을 앙다물었다. 울음을 참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볼에는 여전히 속절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민석은 그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녀의 눈물이 그의 입술에 닿았다. 그는 제 입술에 달라붙은 짠내에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읽었다. 민석은 그녀에게 남은 아픔을 거둬 내기라도 하듯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얼렀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