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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CHAPTER 1 ~ CHAPTER 14 5년 후의 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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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 중에서]
“야, 이채완! 너 진짜 인간미 없다. 어쩜, 끅! 같이 마셨는데 이렇게 너만 멀쩡하냐? 다음에 다시 마셔! 내가 술 하나는 끝내주게 잘 마시거든? 그러니까 다음에, 누가 더 잘 마시나 다시 붙어보자고!” “문달희.” “응?” “네가 잡고 있는 거…… 전봇대야.” “뭐……?” 달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똑바로 응시했다. 흐릿했던 초점이 얼추 맞춰지자 그제야 하얀 전봇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맙소사! 만취한 상태였지만 솟아오르는 부끄러움은 감출 수 없었다. 순간 온몸에 열이 후끈 달아올랐다. “나, 나도 알아! 넌 여기 있…….” 달희는 급하게 몸을 획 돌렸다. 하지만 발이 꼬이는 바람에 제 발에 걸려 앞으로 중심이 쏠렸다. 철퍽! 그녀의 몸이 흙바닥으로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 모습에 침착함을 유지하던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놀란 그는 재빨리 달려와 그녀를 일으켰다.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그녀의 코 아래로 쌍코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수건을 챙겨 나오지 못한 그는 급한 마음에 입고 있던 와이셔츠를 재빨리 벗어 그녀의 코피를 닦아냈다. “괜찮아?” “아야…….” 딱딱한 바닥에 부딪친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다 그대로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달희야…….” 규칙적인 숨소리와 함께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잠이 들고 만 것이었다. 채완은 그녀의 코를 와이셔츠로 깨끗이 닦은 뒤 앞에 있는 전봇대를 쳐다봤다. 전봇대를 붙잡고 열심히 중얼거리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내내 굳어 있던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밝아진 순간이었다. 그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잠이 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나…… 한국에 오길 잘한 것 같다.” 오랫동안 그의 마음을 짓눌러왔던 무언가가 처음으로 가벼워진 것 같았다. 원점이 바로 여기인 걸까? 혼란스럽던 마음이 어느 샌가 설렘으로 바뀌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