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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PART 1 죽는다는 것 그것은 나쁘지 않다 13 나그넷길의 세월 17 순간을 정지시켜 23 고독의 정수 27 예배당이 바벨탑인지 두드려 봐야 한다 33 살아서 만난 당신 37 옷이 지닌 시적 은유 43 고흐의 고백일까? 47 겨울나무에 어리는 적막 53 별의 속삭임 57 현재와 선물 63 등등 PART 2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89 침묵이라는 시 93 그럼에도 불구하고 98 빛의 노크 103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 107 응시 113 깊고 고독한 사랑의 심연을 터치하는 작품 「연인들」 117 기다림의 세월 121 당신이 작품을 완성하세요 126 살짝 죽음을 생각해도 좋은 시절 131 서늘한 생각 137 등등 PART 3 아름다운 축복의 시간 169 가슴 찢어지는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173 간절하십니까? 177 그녀를 기억합니다 181 홀로이면서 숲이라는 우리 185 오베르 교회 189 의심하는 도마와 도마의 치유 193 아름답고 시적인 블루 197 여든한 송이 매화 201 슬픔의 시간 207 노란색-놀랑색 211 등등 도판목록 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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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우울한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이 오고 있는데 말이지요. 꽃이 피거나 새순이 돋지 않아도 숲은 이미 변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움이 트려는 몸짓을 시작한 거죠. 가까이서 보면 조그마한 돌기들이 살짝 부풀려 보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그것들이 함께 모여 전체적으로 아주 조금 들썩인다고나 할까. 겨우내 삐쭉했던 산이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형언할 길 없는 봄 분위기가 스미어든 거죠. 색의 변화도 있어요. 저게 뭐지 하며 의심하게 만드는 색으로 변화의 빛이라고나 할까, 역시 형언키 어려워요.
너무나 익숙했던 소소한 일상들이 사라졌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낯선 문장이 선생이 되어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다가서지 말라니요. 우린 평생 가까이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들인데요. 정겨운 사람들과 차를 마시는 작은 행복조차 마음 놓고 하지 못합니다. 공원에서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나도 눈 맞춤은커녕 멀리 돌아서 지나갑니다. 모두 다 아는 얼굴이라 주일 예배를 드리긴 했지만 함께 밥도 못 먹었습니다. 마치 한겨울에 문을 열어 놓은 것처럼 서늘한 기분이었어요. 쇼펜하우어가 그랬어요. 자신의 불행을 이기는 방법은 남의 더 깊은 불행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뭐 그다지 품격 있는 사유는 아니지만 저절로 전염병 그림을 찾아보게 되니 사실 같기도 합니다. --- p.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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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는 사람이 만든 나무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아름다워지고 깊어집니다. 그래서 수많은 미답의 길이 생겨납니다. 그 길은 사람의 핏줄처럼 그림을 숨 쉬게 하고 존재하게 합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열려라 참깨!’ 주문만 알면 스르륵 열립니다.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 앞에서 느리거나 고요하거나 깊거나 오래오래 평생 글을 사랑해서 읽고 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림의 속삭임이기도 하고 그림 속 길에 대한 여행기이기도 하며 크리스찬이 읽기에 좋은 명화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