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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고 싶다
윤경옥
북앤피플 202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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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유년의 기억

술래잡기 / 그 아이, 첫사랑 / 영희 / 우리 할머니 / 대추와 호두 / 할아버지 / 아기 마음도 모르고 / 우리 집 황소 / 수돗물 / 네팔 소년 / 물음표 / 어느 봄날 /무엇이었을까 / 꿈 / 완두콩 / 숨은 그림 찾기 / 이사

2부 접어둔 편지

접어둔 편지 /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고 싶다 / 아버지 / 우리 경이의 일기 / 저녁에 / 어머니 / 어느 젊은이의 죽음 / 콜베 신부 / 오월의 밀밭에 종달새 되리 / 대성리 벚꽃길에서 / 매화나무였구나 / 오월의 벚나무 / 자화상 / 다시 태어난다면 / 하늘로 간 연이 엄마 / 가엾은 붉은머리오목눈이 / 가을날의 은행잎 / 지인이 선물한 화분 / 황태

3부 자전거를 타는데

자전거를 타는데 / 산 / 봄 / 하얀 목련 /누가 먼저 / 이팝나무 / 비 오시네 / 봄비 오신 뒤 / 풍경 / 오월 / 유월의 아침 / 벚나무 열매 / 살구 / 옥수수 / 수박 / 오리에 대한 단상

4부 길 위에서

저 산 너머로 / 금붕어 / 여의도 소방서의 까치 / 진달래 핀 봄날에 / 봄 풍경 / 가벼움에 대하여 / 봄이 가네 / 여름밤 /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 길을 잃어버렸을 때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가을 / 첫눈 / 겨울 산에서 / 수묵화 전시회 / 그 해 겨울을 건너 / 길 위에서

발문(跋文): 동심으로 돌아본 세상-복거일

저자 소개 1

尹景玉

1957년생으로 인천 인일여자고등학교,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1979년 서울 신림중학교 국어교사로 부임 후 2011년 서울 성원중학교에서 퇴임했다. 1987 서울특별시장 표창장 1994 서울특별시교원연수원 교육연수상 1999 서울특별시 교육감 표창장 2009 강원대 교육대학원 졸업, 전문 상담교사 자격 취득 2012 대통령 근정포장 2020 시집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고 싶다』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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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84g | 128*210*8mm
ISBN13
9788997871490

출판사 리뷰

동심으로 돌아본 세상
- 복거일(시인)


시를 쓰려면, 어른이 되어도 마음 한구석엔 어린이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언제 처음 들었는지, 누가 처음 했는지, 이제는 기억에 없지만, 시나 시인을 생각할 때면 가끔 떠오르는 얘기다.

여기서 시인은 ‘예술가’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있다. 마음 한구석에 동심을 품어야, 예술 작품을 낳을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예술가들이 흔히 어수룩한 면을 지녔는지도 모른다. 마음에 어린이를 품은 것은 경쟁이 극심해서 잠시도 마음의 끈을 늦출 수 없는 분야에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토머스 스턴즈 엘리어트는 존 던과 코울리지에 대해서 “뮤즈의 황홀한 자태를 엿보지 않았으면” 세속적으로 성공했을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나이 들어서 시를 쓰는 것은 그래서 성취다. 시들의 문학적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 따지는 것은 다음 일이다. 일단 시를 쓴다는 것이, 평생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마음 한쪽에 동심을 지녀왔다는 것이, 언뜻 생각하기보다는 알찬 성취다. 내 생각이 그러하므로, 나는 나이 들어 시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는 사람들에게선 그들의 행적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선 그들의 작품들에서 동심을 찾곤 한다.

시를 쓰는 것을 넘어 자신을 시인으로 규정하는 행위는 당사자에겐 중요한 뜻을 지닌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천명하는 행위다. 그것은 비교적(秘敎的) 특질이 살짝 어린 경험이다. 윤경옥은 이 점을 잘 인식한 듯하다.

민들레 노란 꽃이 사방에 피어
밤길 환한 봄밤이거나
달빛이 더욱 푸르고
귀뚜라미 오래도록 우는 가을 저녁이거나
멀리서 ‘보리밭’ 노랫소리 유장하면
그건 나의 아버지
그가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었더라면.

‘보리밭 사잇길’이 아니라
작고 낮은 집들이 겸손하게 엎드린
골목길을 슬쩍 휘청이며 걸어오시는데
우리는 맑으면서 우렁우렁한 노랫소리가
골목을 울리는 게 부끄러워 몸을 숨기고
일장춘몽의 한세상
아득한 꽃향기 같았던 아버지

포로수용소 담 밑에도 제비꽃,
가끔 그의 기억 속에 돋아나고
세월은 창문 너머로 지나갔는데
외줄 타듯 고단했던 짧은 생을 건너
아버지, 어디로 가셨을까
오늘 밤에도 별 하나가
우리를 내려다본다
「아버지」 전문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워하는 시들은 나이든 사람의 가슴에 깊이 스민다. 자식 키워 보고서야 부모 마음을 알게 되고 무엇을 해드리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회한이 아리게 인다. 특히 가난하고 힘이 없던 자신의 부모를 부끄러워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그랬던 자신을 부끄러워하게 된다.

시인은 “외줄 타듯 고단했던” 아버지가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었더라면” 하고 아쉬워한다. 고생한 부모를 생각하면, 고생 덜하고 좀 여유 있는 삶을 누렸기를 바라는 것이 상정인데, 그녀는 “맑으면서도 우렁우렁한 노랫소리”를 골목에 울리던 아버지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이 선언이 아니라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관한 선언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그래서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나이 지긋한 시인이 동심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다. 어린이의 눈으로 보고 어린이의 가슴으로 느껴서, 일어난 시심을 주로 풍경에 투사했다. 좋은 안내자를 따라 고적을 탐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맨 먼저 만나는 작품은 아버지의 기억을 담은 시다. 자연스럽다고 할까? 필연적이라고 할까?

엄마에게
야단맞은 날

나는
철이네 굴뚝 옆에 숨는다.

아궁이의 따스한 불빛

하늘에 별이 총총하도록
엄마는 나를 찾지 못한다.

언제나 나를 찾는 술래는
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

하늘의 별빛보다
아궁이 불빛보다 더 따스한
술래가 된
우리 아버지.
「술래잡기」 전문

아버지의 기억 다음엔 첫사랑의 기억이다. 문득 마음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를 때
아이들 이름이 작은 활자가 되어
눈앞에 팔랑팔랑 날아다닌다.

선생님이
그 아이 이름을 부를 때
갑자기 그 애 이름은
크고 진한 고딕체가 되어
둥실 떠오른다.

순간 가슴이 졸아든다.
내가 본 것을, 내 마음을
남들도 보았을까봐.
「그 아이, 첫사랑」 전문

시구의 발꿈치에 탄력이 느껴져서, 다시 읽어본다. 어린소녀의 마음에 움튼 첫사랑이 풀섶의 꽃처럼 다가온다.

시인의 목청은 높지 않다. 표제시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고 싶다」는 시인의 희망을 직설적으로 담아냈는데, 나직한 목청 덕분에 담긴 뜻이 잘 들어온다.

우리는 모두 왜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
마침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생각한다.
‘내가 되고 싶은 나’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고 싶다.
때로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심겨진 나무가 되고 싶다.
그 자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바라보고 싶다.
때로는 그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작은 철새가 되고 싶다.
우리 모두, 우리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고 싶다.

글을 여러 편 모아 책을 낼 때는, 시집이든 소설집이든 수필집이든, 맨 처음에 가장 자신이 있는 작품을 배치하고 마지막에 다음 가는 작품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인은 평생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마지막 작품인 「길 위에서」를 읽으면, 고적을 찾은 수학여행을 끝내고 학생들을 무사히 학교로 데리고 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라, 내 얼굴에도 미소가 앉는 것을 느낀다.

거진 항구에서 화진포로
우리는 철새처럼 가고 있는데
포구에 머무는 어부들은
텃새의 아침처럼 분주하다

바위 위에 바위 같은 가마우지
자맥질하여 물보라를 일으키고
불 꺼진 가로등 위에 새 한 마리
작은 불빛처럼 길을 내려다본다

잎을 떨구고, 떨고 있는 벚나무 곁에
솔숲은 수묵화처럼 검푸른 겨울인데
긴 다리 건너가며 뒤돌아보면
삶은 길처럼 이어져 평온하다

바닷마을 카페에서는 커피를 끓이고
우리는 커피 향이 풍기는 사소한 일상에
위로받으며 안도하며
걸었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간다

입단대회에 나갈 때는 실력이 비슷했던 아마추어 기사들이었는데, 입단해서 직업기사가 된 친구는 갑자기 바둑 실력이 는다고 한다. 거의 모든 분야들에서 그런 현상이 나온다. 시집을 내면, 시인 대접을 받고 본인의 문학적 자세도 원숙해질 것이다. 시인의 다음 시집에 기대를 걸어본다.

- 이 시집의 발문(跋文)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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