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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서문 깊은 산속 오두막
초판 서문 산에 사는 기쁨 1 산에 사는 바보 서울에 온 주름조개풀 콩 여섯 알 벼농사를 짓는 기쁨 가을 잔치 어디까지 내 집인가? 별이 키우는 풀 자급자족 똥오줌 살리기 꿈은 하늘로부터 지게질 명상 아이누와 자연 바다와 친구가 되는 길 2 발에는 흙, 얼굴에는 미소 산이 차리는 밥상 여행하는 새의 가르침 농사와 경전 햇살 거두어들이기 손 연장이 주는 기쁨 텃밭 힐링 센터 불목하니와 농부 어떻게 떠나야 하나? 손님으로 오시는 한울님 어리석은 인류 산은 바다의 연인 화보 더 바랄 게 없는 산속의 삶 3 땅이 웃는 날 불을 피우며 땅이 웃는 날 삶의 계율 이런 기쁨도! 다래 따기 품 넓히기 한 시인과의 대화 바보 이반의 나라 좋은 하루 4 친구들 쌀바구미의 기이한 행동 돌과 바위 밤을 까 주는 청설모 집쥐와 지혜 겨루기 황홀한 사랑 수행자처럼 사는 뱀 이름 모르는 파리 덩치 큰 산짐승을 만났을 때는 함께 밥을 먹는 땅벌 멧비둘기 명상 산에 사는 세금 진드기의 고단한 삶 부러운 노랑턱멧새 태풍이 데려온 고추잠자리 작은 새들에 절하다 말벌과의 싸움과 화해 5 봄여름가을겨울 1일 1엽서 내게 온 님 살아 있는 용 우리 논 한 자연주의자의 기도 작은 것들을 위한 별 숨길 수 없어요 광복절에 꾼 꿈 일어나 보네 풀은 힘이 셉니다 시골과 도시의 차이 38선이 사라지면 노래하는 나무 하나님에게 묻다 흙이 이르기를 하이쿠 열다섯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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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여름까지 늘 왁자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여름 내내 밤마다 반딧불 구경을 할 수 있는 것도 논농사 덕분이다. 개구리와 반딧불이가 논에 기대어 살림을 꾸린다는 것도 논농사를 지으며 알게 됐는데, 그런 것을 어디서 돈을 주고 살 수 있으랴! 싱싱하게 자라는 벼는 또 얼마나 내 눈길을 사로잡았나! 푸른 벼 속에서 어김없이 벼 이삭이 팰 때, 그리고 그것이 고개를 숙이며 누렇게 익어 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얼마나 흐뭇했던가! 그런 것을 어떻게 돈을 주고 살 수 있으랴!
--- p.41, 「벼농사를 짓는 기쁨」 중에서 하루는 얼마나 자비로운가! 어제의 일을 묻지 않는다. 잘난 놈 못난 놈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하루이틀이 아니다. 무엇을 그리든 자유인 1440분이라는 화폭을 하루는 죽을 때까지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 하루에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무거운 짐을 져도 지게질은 쉽다. 어쨌든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목적지에 닿는다. 하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는 쉽지 않다. 그 한 발 내딛기가 잘 안 된다. 그것이 더 많은 수입이거나 더 높은 지위가 아니고 삶의 질이거나 인격일 때는 더욱 그렇다. --- p.91, 「지게질 명상」 중에서 이제 그 벌도 더는 오지 않는다. 겨울이다. 지금부터 3개월쯤, 아니 그 이상 땅벌을 볼 수 없으리라. 하지만 그는 살아남아 내년 늦가을에도 다시 내 밥상에 오리라. 와서 철 안 든 어린아이처럼 내 밥상을 마구 휘젓고 날아다니리라. 그가 그러기를 나는 빈다. 왜? 그래야 아침마다 해가 뜨고, 밤이면 달이 뜨기 때문이다.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기 때문이다. --- p.276, 「함께 밥을 먹는 땅벌」 중에서 봄여름가을겨울! 한 해의 다른 이름이다. 여래如來의 다른 이름이다. 하나님/하느님의 다른 이름이다. 내 눈에는 그렇다. 그 귀한 것이 누구에게나 온다. 가리지 않고 온다. 어리석고 욕심 많은 내게도 온다. 우리는 모두 봄여름가을겨울 안에서 산다. 사람만이 아니다. 나무와 풀, 새와 나비가 그 안에서 산다. 호랑이와 나무늘보가 그 안에서 산다. 하루살이와 호리병박벌이 그 안에서 산다. 그 모든 것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의 젖을 먹으며 산다. --- p.311, 「1일 1엽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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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지혜 너머 자유의 세계로 끝없이 걸어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산과 더 깊이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 있기를! 모든 것을 비우고 산으로 간 저자 최성현의 마음은 세상 어떤 부자보다도 풍족하고 자유롭다. 그가 부르는 삶에 대한 찬가를 읽다 보면 느껴질 것이다. 그 마음의 바탕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는 것을. 그는 흐르는 개울물을 보면서, 달래를 캐면서,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 온몸과 온 마음을 자연에 충분히 기대 보면 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기쁨은 분명히 있고, 그것들이 다른 어떤 기쁨보다 크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하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오가는 길손은 물론 마루 밑으로 굴러드는 나뭇잎 하나, 발밑을 기어 다니는 벌레 한 마리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하며 산다.” (15쪽) 저자는 자신의 논밭이나 정원, 지구를 곧 ‘나’로 여기는 감각과 소양을 연마하며 권력과 부귀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바보 이반의 나라를 꿈꾼다. 편리하고 쾌적한 도시 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문명의 혜택을 등지고 살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그들에게 삭막한 도시에서 빠져나오라고, 산에 와서 한번 살아보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느끼는 산에 사는 기쁨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할 뿐이다. 봄눈이 내리는 날, 곧 온 세상을 뒤덮을 수십 가지 풀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볼 뿐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다가오지만 좀처럼 집 밖을 나가기 힘든 세상이다. 꿈 같은 산 생활을 대비하는 준비물과 같은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맑고 청명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바보 이반의 더 바랄 것 없는 산속의 삶 “숨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다” 최성현의 나이가 스물여덟이 되던 해, 그의 삶은 한 권의 책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본의 자연농법 사상가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에 저자는 깊이 공감했고, 진정한 기쁨을 느꼈다. 최성현은 주저 없이 산으로 향했다. 그의 산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저자는 땅을 갈지 않고 풀이나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자연농법의 경작 방식을 취했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농사법이다. 지구 위 모든 동식물은 인간의 친구다. 단잠을 방해하는 쌀바구미, 온 집을 뒤져 가며 먹을 것을 찾아내는 집쥐, 아침저녁으로 수십 차례 피를 빠는 쇠파리, 입가에 묻은 과일즙을 핥는 땅벌, 감자밭을 망쳐 놓는 멧돼지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일상을 방해하고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 산속의 모든 일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쪽에 속하는 것처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산속 모든 생물과 하늘, 땅, 물, 바람, 해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은 저자의 마음은 이토록 간절하다. 자연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가득 담긴 이 책에서는 숲이 우거진 삼림욕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빽빽한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도 산과 나무가 보이는 듯하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농부의 땀 냄새가 나기도 하고, 추운 겨울날 장작불에 구운 밤과 고구마의 단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의 대자연을 벗하여 살아가며 즐거워한다. 산 생활의 진정한 기쁨이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