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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녀가 나를 보고 웃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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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로맨스토리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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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저자 소개 1

출간작 『허그 미 (Hug Me)』, 『다시 만날 테니까』, 『연애의 감격』, 『우리의 연애』, 『비로소 너와 나이기를』, 『밤의 멜로디』, 『손끝에 연애』, 『사랑, 너에게 분다』, 『따뜻하게 안아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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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27일
이용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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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인쇄 기능 제공 안함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0.78MB ?
ISBN13
9791105185747

책 속으로

차가 고속도로에 올라가기 무섭게 윤해는 잠에 빠져버렸다. 정운은 옆 자리에 앉아 잠이든 윤해를 힐끔힐끔 훔쳐보며 피식 웃었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입까지 헤 벌리고 목은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자세를 다시 잡아주고 싶었지만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의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탓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쉽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정운은 갓길에 잠시 차를 세워 시트를 뒤로 넘긴 후, 고개를 반듯이 잡아주고 윤해가 깊이 잘 수 있는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주었다.
다시 차를 출발 시킨 정운은 라디오를 끄고 USB를 꽂았다. 윤해가 가장 좋아해서,
이젠 정운도 좋아하게 된 라이오넬 리치의 ‘HELLO’.
정운은 윤해가 깰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창틀에 팔꿈치를 얹고 왼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사랑한다는 그 말이 자꾸만 입 안에서 맴돌았다. 그 말을 해주려고 정신없이 용산역에 달려가 ktx를 타고 대전까지 내려왔으면서도,
정작 그 말은 꺼내지 못했다. 분위기가 좀 잡히면 이야길 하려 했는데, 차마 동물들 앞에서 어린이가 되어버린 윤해에게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훗.”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광고계의 블루칩 김윤해 대표. 똑 부러지고 리더십 넘치는 그 김윤해도
가끔은 천생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 오늘 같이 동물원을 다녀오는 날이나, 바다를 가거나, 오빠 윤재와 티격태격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어쩌면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귀한 윤해의 모습은 정운을 늘 기분 좋게 만들었다.
구김살 없이 자라줘서 너무 고맙고, 씩씩해서 더 고맙고.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를 만들려던 계획도,
하루 종일 대전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피곤에 찌는 윤해가 곤히 잠 들어버리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사랑한다는 말을 수 백 번도 더 해주려고 마음먹었는데, 타이밍이 영 엉망이었다.
정운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왼손으로 핸들을 쥐곤 오른손을 뻗어 윤해의 손을 잡았다.
자그마한 윤해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춘 정운은 가슴속에 오랜 시간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려고 숨을 골랐다.

“눈 보면서 얘기 해주고 싶었는데, 마음이 바래지기 전에 말해주고 싶어서.”
정운은 윤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진 윤해의 얼굴이 아이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상처 같은 건 받아보지 않은 것처럼, 아픈 기억 따윈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내가……, 널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어.”
어떤 마음이 변해서 사랑이 된 건지 모르겠다. 그저 지금 윤해에게 느끼는 마음이 사랑이란 것밖에는.
처음 서점에 불쑥 나타나 대성통곡을 하던 윤해를 보며 느꼈던 호기심이 사랑이 된 건지,
책을 뒤집어 꽂아놓고 가는 윤해를 보며 내일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사랑이 된 건지,
상처받은 얼굴로 나타나 윤해의 편이 되고 싶었던 그 날 그 마음이 사랑이 된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1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서로에게 서로가 전부인 것처럼 지내왔던 날들 중 어느 한 날부터 시작되었을
이 몽글몽글하고 말랑말랑한 감정덩어리가 가슴 전부를 차지해 버려 잘라내곤 살 수 없게 되어버렸을 땐,
이미 윤해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었을 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항상 네가 보고 싶고, 밥을 먹을 때도, 책을 읽을 때도, 환하게 불이 켜진 네 사무실을 볼 때도,
심지어는 널 보고 있는 순간에도 네가 보고 싶어. 완전 미친놈인 거지.”
윤해를 생각하며 하루를 열고, 하루를 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요즘, 정운은 매일 매일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나만을 위한 선물.

“……나도.”
갑자기 들려온 윤해의 대답에 정운의 고개가 휙 하니 돌아갔다. 윤해는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어 정운은 잡고 있던 윤해의 손을 슬쩍 끌어 당겨보았다.

“김윤해…….”
“네가 너무 좋아. 하루 종일 고정운 생각만 할 정도로. 비워내고 다양한 생각들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너 때문에 요즘 그게 안 돼. 나 이러다간 이 일 못 할지도 몰라. 그럼 네가 나 먹여 살려.”
윤해가 천천히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시선을 맞췄다. 정면과 윤해를 번갈아 바라보던 정운은 핸들을 거칠게 틀어
그냥 지나치려 했던 휴게소로 차를 진입시켰다. 저녁시간대에 맞물려 휴게소 주차장엔 차가 한 가득이었지만
정운은 오밀조밀 차가 주차된 곳에서 가장 먼 곳에 차를 세웠다.
정운의 성급한 두 손이 윤해의 작은 얼굴을 감쌌다.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숨을 내쉬던 정운이 망설임 없이 윤해의 도톰한 입술을 집어 삼켰다.
조급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 입맞춤에 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윤해가 크게 숨을 뱉어냈지만 이내 정운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정운은 윤해의 등을 손으로 감싸 안고 제 가슴 쪽으로 바짝 끌어안았다.
두 사람이 뱉어낸 거친 숨으로 가득 찬 차 안은 한낮보다도 뜨거웠고, 열대야보다도 끈적했다.
정운의 커다란 손이 윤해의 가는 팔과 등을 쓸어내릴 때마다 애틋함이 묻어났고
정운의 목덜미에 단단히 깍지를 낀 윤해는 나지막한 한숨 소리를 흘리며 정운을 맥도 못 추게 만들었다.

“하아…….”
건넨 만큼 되돌아온 윤해의 리액션에 불이 붙은 정운은 기로에 서서 곰곰이 생각했다.
어느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인가에 대해 부지런히 경우의 수를 만들어내던 정운은 이내 결심을 굳힌 듯 입맞춤을 마무리 했다.

“휴우……, 서울까진 가보자.”
정운은 고개를 가로저어 스멀스멀 끓어오르는 마음들을 털어낸 후 차를 출발 시켰다. 일단 어디든 도착을 해야 했다.
그곳이 집이 됐든, 서점이 됐든, 사무실이 됐든 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성급한 마음에 핸들을 바짝 움켜쥔 정운은 옆에서 배시시 웃어대는 윤해를 못 본 척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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