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 그림, 제품의 크로스오버,
미메시스와 노상호의 콜라보레이션, A-Book(Amplified book) 세트 동시 출간 바야흐로 복합 문화 콘텐츠의 세상이다. 출판사, 미술관, 문구 디자인 회사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미메시스에서는 책, 그림, 제품의 크로스오버, 미메시스와 노상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새로운 형태의 책을 동시에 출간했다. 노상호의 첫 책 『데일리 픽션』과 노상호 작품 중 4점을 담은 아이폰 케이스를 묶어 판매하는 A-Book(Amplified book)이 그것이다. 시장의 구조 안에서 책과 스마트폰은 매우 대립적인 관계이지만, 오히려 새로운 독자층의 확대 등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책에 담긴 콘텐츠를 내 손 안에서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저렴하고 접근성이 쉬운 일상의 물건이라 부담이 없다는 것이 독자에게 소구하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빨간 머리 그녀」 「마블링 소녀」 「인디언 걸」 「핑크 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그림들로 만들어진 케이스와 도서의 결합은 노상호 작가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 주고 있다. 여러 가지 색을 한데 섞어 경계가 모호하게 보이는 노상호 작가 특유의 마블링 기법, 우울함과 밝음 동시에 보여 주는 주제와 색감 등의 작품 자체의 매력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와 폭넓은 인맥으로 현대 미술 작가로는 다소 특이한 행보를 보이는 작가의 작업 방식 또한 A-Book에 녹아 있는 것이다. 현실과 허구는 한 끗 차이로 구분된다. 노상호의 작품 세계는 현실과 허구의 틈에서 탄생했다. 환상적이면서 현실적이고, 밝으면서도 우울하고,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그림과 이야기, 그게 노상호 작품의 매력이다. 노상호는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하고 일상의 모습을 촬영해 보관해 둔다. 시간이 지나, 현실의 사건들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이미지를 허구의 이야기와 엮는 작업을 한다. 이미지를 종이에 먹지로 대고 베껴 그리고, 「재가공된 이미지」를 토대로 자신의 일상의 경험, 혹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재해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매일의 허구 이야기가 「데일리 픽션」이다. 그는 매일 한 장, 한 개의 그림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의 작업 과정을 듣다 보면 불현 듯 스치는 누군가가 있다. 바로 노상호 작가가 인터뷰 때마다 언급하는 아티스트, 「헨리 다거」다. 불운의 천재 작가라고 불리는 그는 40여 년간 살았던 시카고의 한 초라한 아파트에서 81세의 나이로 홀로 세상을 떴다. 청소를 하러 방문한 집주인에게 주검으로 발견된 비운의 아티스트 집에서는 15,000페이지가 넘는 원고와 수백 점의 드로잉, 수채화, 콜라주 작품을 발견되었다. 한 번도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던 다거는 주워 온 책, 광고지, 잡지 등에 실린 그림은 먹지를 대고 베껴 그린 뒤 수채 물감으로 채색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그의 그림에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명랑함과 잔혹함, 방대함과 기묘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그가 만들어 낸 환상 세계의 주인이었다. 헨리 다거의 작품에 많은 영감을 받은 노상호는 다거의 작업 방식을 차용했다. 하지만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살며 독립되고 이해하기 힘든 환상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던 다거와는 달리, 노상호는 그가 만들어 낸 허구의 세계에 현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의 그림과 이야기 속에는 말랑말랑하고 간질간질한 젊은이들의 연애 이야기, 모든 게 불확실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의 세계, 명랑하고 잔혹한 환상의 동화가 공존하고 있다. 20대의 격렬하지만 소심했던 사랑과 이별, 불안정한 생활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가끔은 이 우울한 세계에 모든 걸 버리고 환상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그가 즐겨 쓰는 형광의 분홍색과 탁한 느낌의 짙은 녹색, 색과 형태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섞이는 마블링 기법의 그림은 우울한 듯 독특한 반전의 매력을 담은 그의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