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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모두에게, 편지를 쓰려고 해 … 5
정화에게, 고마워 … 10 현우에게, 눈을 피할 틈새가 계속 공존해야해 … 11 옥례에게, 애초에 나에겐 실수하지 않을 능력 따윈 없어 … 15 은미에게, 낯설지만 존중받고 있단 것들은 다 우리가 원하던 시스템들이었어 … 20 혜경에게, 내가 안전함을 느끼려면 내 주변도 안전해야 하는 게 당연하니까 … 28 성원에게, 정책의 방향이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 35 이뉴에게, 번역이 되지 않는 말을 생각해 … 43 명근에게, 자신이 흐뭇할 때 … 50 혜림에게, 비혼의 삶이 고립을 의미하는 건 아닐 거야 … 56 RM에게, 내가 쓰는 2만원에 100, 1000을 곱하는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어 … 61 태진에게, 뽐내지 않는 집에서 살고 싶어 … 67 수연에게, 환대받는 일이 가까운 커피숍에만 들어가도 되는 거라면 … 73 은실에게, 감정에 솔직해지려면 미리 이별을 생각하는 이중성을 우리는 알고 있지 … 79 수진에게, 나의 행복이 곧 도시의 행복을 결정하기도 하지 … 85 정원에게, 은유가 통하지 않을 때 … 89 B에게, 우리가 의자에 함께 앉는 사이였다면 … 92 성혜에게, 우리는 보상 없는 도움을 주며 살고 있을까 … 102 현정에게, 오늘 나를 위해 뭐했지 … 110 여름에게, 내가 어딘가에 쓰이지 않는 존재여도 쓸모 있다고 말해주겠니 … 113 마리앤에게, 너와의 대화는 여행하는 기분이야 … 116 앙헬에게, 비상구를 확보하는 그 마음에 대해 … 122 민영에게,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 125 성미에게, 여기는 지금 지속가능한 환경, 선택하는 죽음, 젠더 그리고 AI … 129 나오며 - 다시 모두에게, 편지를 부치려고 해 … 134 부록 사진 … 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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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소설가들은 국가 감시의 눈을 피할 틈새를 다시 종이로 된 책, 잡지, 신문에서 찾았데. 정부를 비판하거나 체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맘껏 펼치면서도 자신을 철저히 숨길 수 있는 세상이 필요했던 거지. 누군가에겐 오프라인이 절박한 거야.
--- p.13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인건비를 높여 외식은 비싸지만, 생존에 필요한 필수품에는 가격을 낮추면서 삶의 질을 정의하기도 해요. 이런 걸 보면 사회 속에서 한 개인의 삶의 질은 고품질 저비용을 위한 합의의 싸움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봤어요. --- p.16 누군가와의 갈등 끝에 가보니 나는 자존감, 사람에 대한 신뢰, 실수해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잃었더라고요. 상대방은 무엇을 잃었을까요. 사실 애초에 저에겐 실수하지 않을 능력 따윈 없었어요. 어쩌면 관계가 파탄 난 건 내 실수 때문만도 그 친구의 험한 말 때문만도 아니라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서로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해보려는 태도를 계속 외면한 것이 진짜 문제였죠. --- p.18 벌써 이 외딴 나라에서 배움은 시작된 걸지도 모르겠어요. 짐작하건대 첫날에 마주한 도시의 풍경들, 숙소 옆 바다, 스치듯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작은 실마리를 줄지도 모르겠어요. 여기서 우연히 스며드는 힘을 믿어보려고요.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우연의 힘으로 제가 어떤 배움을 익힐지 기대해주세요. --- p.19 우리는 우리 존재 자체만으로 우아하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분위기를 언제 경험해볼 수 있을까? 이젠 더 이상 90점 이상을 맞아야만 친구들과 놀게 해주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서로를 읽기 위한 대화가 기본이 되는 교육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소 학대 받았다고 여기는 우리의 놀이 없는 10대 시절을 다시는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해. --- p.27 '다양한 상황을 겪는 인간을 위한 설계라니.' 고맙더라. 공공공간이라는 게 이래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소외됨 없이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게 공공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사실 한국에선 많은 부분이 그저 다수를 생각한 디자인이 많아. 화장실만 봐도 그렇지. 공공기관 중에서 성 중립 화장실이 있는 곳을 난 아직까지 본 적이 없어. 어쩌면 다수를 생각하여 고려한 것을 우리는 공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 p. 29 비혼은 사실 삶의 태도이기도 하지만 생존의 문제와도 바로 연결되는 거니까. 어차피 어딜 가도 힘든 게 조직인 거 돈이라도 많이 벌어서 홀로 서기에 두려움 없는 방향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30대 중반을 넘기고 지금까지 네 번 이직을 해본 나 역시 일을 통해서 자아실현과 성취감을 느낀 직장이 없었어. 그래서 네 번째 직장에서는 아예 생각의 방향을 바꿨어. 빌어먹지 않고 스스로 살 수 있는 정도만 관통해서 벌자고. 다만 회사 밖에서 번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고, 좋은 활동을 하며 매일을 살아보자고 다짐했어. 실제로 지금은 밖에서 할 것들이 나의 희망이자 행복이 됐어. 이 사회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게 너무 많아서 내 모험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합리화로 이중생활을 누리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어. 나도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게 너에게 위안이 좀 될 지 모르겠다. --- p.56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전시를 보러 다니는 일에 그토록 신중히 고민해야 하는 이유를 아직도 난 잘 모르겠어. 누구는 전시비용 2만원에 곱하기 100, 1000을 하면서 그 나이 대에 얼마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을 하기도 해. 남준아, 너는 이제 앞으로 들어볼 수 없는 말이 되었겠지만 애매하게 생활임금 언저리에서 월급을 벌고 있는 나와 같은 30대들에겐 아주 자주 듣는 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존중하지 않는 잣대로 평가하는 말을 듣는 일이 넘쳐나. 보통의 사람들이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고, 백이나 천을 곱하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이 좀 단단해야해. 혹은 딴 생각을 자주해야 해.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리는 연습 같은 거. 주로 네가 부르는 랩을 자음, 모음 떼어가며 한 쪽 귀로 흘리고 있어. --- p.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