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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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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죽음보다 두렵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과 죽어버린 상태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마냥 침울했고, 너무도 아름다운 하늘과 땅 사이 존재하는 사람들은 일상의 무덤에서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시들어가는 삶의 유일한 구원이 꿈과 희망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답을 찾고 있었다. 비록 이곳이 매 순간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지옥이더라도, 이 고통의 끝에는 반드시 희망이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하며 버텨온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언젠가의 난 분명히 뚜렷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 그리고 이 욕구를 바탕으로 한 밝은 희망들. 그 꿈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면 나 역시 성장하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상의 존재를 더 우러러볼수록, 현실에 닿은 나는 고장이 나버리는 것을. 왜일까. 유난히 세상은 내게 가혹했고, 잔인했고, 외로웠다. 격렬하게 외친 고요한 발악은 그 어디에도 닿지 못했다. 내게 돌아오는 것은 오직 가슴 깊이 파고드는 고독함뿐이었다. 어쩌면 세상은 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곳이었다. 오래도록 찾아 헤매던 답의 한 조각을 찾아낸 기분이 들었다. 선한 자는 선함으로 괴롭게 하고, 악한 자는 악함으로 괴롭게 하니 내게 있어 이들 모두가 악마와 다를 바 없었다. 결국 내가 속한 이 세상 역시 진정으로 지옥과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이것으로 잠시나마 답을 찾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라는 못난 인간은 이 가시밭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더 굳게 결심을 다질수록 커지는 삶의 욕구는 옳은 선택의 기준을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고통으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가 눈 앞에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을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망설였다.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여전히 나는 삶을, 그 살아 숨쉬는 고통을 구걸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럼에도 살고 싶었나 보다. 속도 없이 마냥 좋았던 순간들. 하필이면 그토록 좋았고 나빴으며, 때론 적당했던 모든 날들이 아프도록 그리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이 삶은 죽을 만큼 아팠지만, 그뿐이었다. 내게는 선택권이 있었다. 원망스럽게도, 나락에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나만 몰랐던 비밀. 나는 매번 괴로워지길 선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버려진 삶으로 향하고 있었다.이 세상에 진실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발버둥칠수록 깊이 빠져드는 수렁에서 나를 구원해줄 손길, 그것이 어떤 이상향의 희망은 아닌 것 같았다. 무심코 치켜본 하늘은 너무도 맑고 아름다웠지만 그뿐이었다. 구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었다. 늘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었지만 멍청하게도 그저 보지 않으려 애썼던 손길. 그것은 ‘사람’, 그리고 ‘사랑’이었다. 참으로 간단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그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난 죽어버린 바다와 같았다. 어떤 것도 내보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롭게 고여만 있었다. 적당한 희망만 잃지 않는다면 혼자서도 웬만큼은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오로지 외로움과 고독만을 짊어지고서는 절대 견뎌낼 수 없는 곳이었다. 오히려 내가 자신했던 무기는, 다시금 내게로 돌아와 조금도 무뎌지지 않는 아픔을 남길 뿐이었다. 바보처럼 망가지는 줄도 모른 채 한참을 아파하고 나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게 필요했던 것, 죽은 나를 되살릴 희망은 고독이 아닌 사람이었음을. 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으려 애쓴 꼴이었다. 아무렴 그깟 답 좀 찾지 못하면 어떻다고. 그저 내 마음 가는 대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 수만 있다면 이젠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너무 쓸데없는 생각의 짐까지 짊어지고 살 필요는 없으니까. ‘지금 살아있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에 온전히 몸을 맡긴 채 새삼 언제 봐도 아름다운 하늘과 땅, 그 사이의 세상을 마음껏 즐겨보고 싶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더는 이 기쁨들을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내 삶은 진정으로 아름다웠고 행복한 것이었다고 말할 날이 오게 되기를 바래본다. 그렇게 내가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만 있다면,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보다 더 좋은 삶은 없지 않겠는가. - 공동저자 中 엄지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