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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그리고 2003년 4월
‘팬질’의 서막 7년 뒤에 만나요 종이 백합 꽃다발 어리석은 이의 날 홍콩의 야경은 기억처럼 빛나지 않았다 푸퉁화, 광둥어 그리고 영어 한원서점 소파에 앉아 이 모든 영광을 꺼거에게 후영미 애게게? 아이 꺼거! 열일곱 번의 춘하추동 소심한 성덕의 사랑은 여전히 진행형 |
영화의 완성도나 상징성으로 보자면 〈영웅본색 1〉이 월등하게 더 훌륭할지도 모른다. 하 지만 〈영웅본색 2〉에서 총에 맞은 아걸이 죽어가며 방금 아이를 낳은 아내와 통화하는 장면은 너무나 애틋하고 슬펐다. 마지막 순간 지어준 아이의 이름, “송호… 연….” 나도 혼자 그 이름을 얼마나 따라 불렀는지.
--- p.22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경호원들이 나타나더니 눈이 부시게 하얀 슈트를 갖춰 입은 꺼거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사람 등 뒤에서 빛이 난다는 게 무엇인지 처음 알았다. 순정만화에나 나올 법한 그 뽀얗고 환한 후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꺼거가 입은 흰 슈트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말 그대로 콩깍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p.50 유난히 검은색이 많이 칠해진 신문의 헤드라인.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쓴 ‘장국영’ 세 글자가 엄청난 크기로 클로즈업됐다.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울지 않아도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장 국 영. 이 이름 하나로 그해 참 많은 사람이 울었다. TV, 라디오, 잡지, 신문, 어디에서나 꺼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생애가, 그의 영화가, 그의 음악이 그리고 그의 죽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 p.65-66 대학원 졸업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문득 나의 인생 목표가 통번역대학원 진학까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통역사가 되려면 통번역대학원을 가야 하는 줄 알고 정한 목표였다. 여차저차 진학까지는 했으나 막상 졸업할 시기가 되자 과연 통역사로 살아가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무리 일방적인 약속이었다지만 나는 약속을 지켰는데, 정작 약속을 한 상대가 없었다. 통역을 해주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사라졌다.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인생의 방향을 잃은 듯했다. --- p.75 춘하추동.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열일곱 번 지났다. 지금도 여전히 생각한다.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세월을 함께 살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세상의 이런저런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때가 좋았지, 세상 참 많이 바뀌었어라며 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 p.153 솔직히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무던해진 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매년 4월과 9월에는, 날 좋은 봄과 가을의 시작 즈음에는, 잠시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 친구이자 동지를 만나는 느낌으로 꺼거의 이름을 떠올린다. --- p.163 |
시간이 흘렀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워지는 아련한 마음의 온기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2020년 봄, 저자는 사스가 덮쳤던 2003년 베이징에서의 시간들을 떠올린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행렬을 보면서 그 봄의 더없이 슬펐던 순간도 떠올린다. 그리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아무튼 시리즈’를 발견한다. 좋아하는 한 가지에 대해서 쓴 책이라…. 그렇다면 장국영이다. 2003년 4월 1일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에 대해서, 장국영을 사랑해온 시간들, 그렇게 쌓인 ‘나’의 시간들에 대해서, 그렇게 저자는 『아무튼, 장국영』을 쓰기 시작한다. 스타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 전설이라는 말도 참 잘 어울리는 사람, 그래서일까, 그렇게 별이 되고 전설이 된 장국영. 그가 떠난 지 이제 20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팬들은 아직도 그를 기리고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저자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우연히 본 영화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 넘는 ‘꺼거’ 사랑을 이어온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좋아한다는 것, 그리워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아련한 마음의 온기가 스며들 것이다. 〈주말의 명화〉에서 장국영 팬덤 논문을 쓰기까지, 오랜 사랑의 연대기 어느 날 〈주말의 명화〉에서 본 〈천녀유혼〉, 다음 날 바로 비디오를 빌려서 본 〈영웅본색 2〉, 그렇게 장국영에 빠져들었다. 백합을 좋아한다기에 종이 백합을 접고, 〈패왕별희〉 속 주인공들의 인형을 만들고, 엉터리 중국어로 편지를 쓴다. 또 사인회, 시사회, 공개방송, 숙소, 공항…. 그의 내한 스케줄에 맞춰 열심히 쫓아다니고, 그날의 일들을 학급 모둠일기에 남기고, 또 그걸 지금껏 고이 간직한다. 그의 통역사가 되겠다는 꿈으로 중국어를 전공하고,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한다. 그 약속을 지킬 수는 없게 되었지만 박사논문 ‘감사의 말’에 장국영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장국영 팬덤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지금도 ‘aigege’ ‘leslie love’라는 이메일 계정을 쓰면서 장국영 사랑을 이어간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싱그럽고 설레는 마음부터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누군가를 잃고, 그럼에도 좋아하는 마음을 놓지 않아 더 단단해지고 깊어진 마음까지. 이 책은 장국영이라는 ‘월드스타’의 일대기를 좇거나 예술 세계를 탐닉하기보다는, 그렇게 무언가를 오래도록 좋아한 마음, 성장통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여전히 함께 한다면 장국영의 팬들을 ‘영미(?迷)’라고 하고 특히 장국영 사후에 그를 좋아하게 된 팬들을 ‘후영미(后?迷)’라 부른다. 온오프라인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도 상대적으로 젊은 주링허우(90년대생), 링링허우(00년대생)이다. 저자는 “부족할 것 없어 보이지만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남의 시선보다 스스로가 중요하다는 꺼거의 메시지가 마치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위로인 듯 느껴지는 모양”이라고 해석한다. 저자 또한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꺼거의 노랫말, “I Am What I Am 我永?都???的我(나는 영원히 이런 나를 사랑할 거야)”를 소개하며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라고 당부한다. 책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고백한다. 장국영은 “이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공고한 성곽”이라고, “유난스럽지 않지만 늘 그렇게 그곳에 자리하는 나만의 아지트”라고. 그래서 때로는 “春夏秋冬??好, ?若?在?(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여전히 함께 한다면)” 하고 그리워하면서도, “4월과 9월에는, 날 좋은 봄과 가을의 시작 즈음에는, 잠시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 친구이자 동지를 만나는 느낌으로 꺼거의 이름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