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샤를로뜨가 주인없는 푸른 개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과 사랑 이야기. 선이 굵은 그림이 이야기의 맛을 더해주며, 주인공과 푸른 개 사이의 끈끈한 정이 군더더기 없이 잘 표현되어 있는 문학적으로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서경이도 아주 좋아하지만 서경이 아빠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널리 알려진 그림책은 아닙니다. 여러분, 푸른개를 보신 적이 있으세요? 정말 푸른색 개가 있는가는 잘 모르겠어요. (지난 여름에 춘천에서 열린 인형극제를 보러 갔는데 노란 펭귄이 나오는 인형극을 봤어요. 푸른개, 노란 펭귄 모두 정말 있는지 생물학자에게 물어봐야겠어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죠.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송파구 성내동에 있는 어린이책 전문서점 동화나라(416-2978)에서 하는 빛그림 이야기를 통해서입니다. 거기서는 매달 첫째 토요일과 일요일 2시와 4시에 빛그림으로 그림책을 공연합니다. 빛그림이란 쉽게 말해 그림책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상영하는 겁니다. 그런데 약간 입체적으로 하지요. 하루에 네 편의 그림책을 빛그림으로 공연합니다. 한 세 달 정도 다녔는데 거기서 많은 그림책을 알게 됐지요. 여러분도 한 번 가보세요. (요즘은 그림책 선정이 약간 불만스러워 안 가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갈수록 좀 선정적인 작품을 고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린이들이 얼른 보면 좋아하지만 오래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는 그림책말이에요.) 서점도 함께 있으니까 책 구경도 하시고요. 거기서 이 책을 한 번 공연했는데 당장 사서 서경이와 함께 봤습니다.

샤를로뜨라는 어린 소녀와 주인없는 푸른개의 우정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1989년 프랑스 어린이책 최고의 영예인 '토뎀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샤를로뜨는 집 앞에서 우연히 만난 푸른개와 사이 좋게 지내지만 엄마가 주인없는 개라고 못 만나게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샤를로뜨가 엄마와 함께 소풍을 갔다가 산 속에서 길을 잃게 됐는데 샤를로뜨가 무서운 숲 속의 유령으로부터 구해주고 무사히 집으로 데려다 준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엄마, 아빠는 푸른개가 집에서 함께 살도록 허락하지요. 그 과정이 아주 다니나믹하고 감동 깊습니다. 그러니까 기승전결 구조가 잘 드러나 있어요.

서경이는 이 책에 나오는 대화를 거의 외울 정도로 읽었습니다. 함께 차를 타고 갈 때는 책이 없어도 푸른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릅니다. 그럼 이 책에 나오는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가지요. 그림책으로서는 드물게 묵직한 유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두꺼운 터치가 감동적인 분위기를 더 자아내지요.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자러갈 시간이 되자 샤를로뜨는 푸른 개에게 물었다.

'너, 이제 어디 안 갈 거지. 나랑 같이 살 거지?'

푸른 개는 침대 옆에 엎으려 샤를로뜨 머리맡에 기대었다.

'맘 푹 놓고 자,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거야.'

샤를로뜨가 양지바른 문가에 앉아서 인형을 가지고 가만히 놀고 있을 때였다.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다가왔다. 털은 푸른색이고 눈은 꼭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초록색인 이상한 개였다. 샤를로뜨는 개를 한번 쓰다듬어 보았다.

'푸른 개네. 너, 집이 없니? 불쌍해 보인다.'

샤를로뜨는 초코빵을 푸른 개와 나누어 먹었다.

1989년 프랑스 어린이책 ‘토템’상을 수상한 작품. 굵은 붓으로 유화 물감을 듬뿍 발라 노랑과 파랑, 검정의 색채대비가 강렬하여 이국적 느낌이 두드러진다. 신비로운 푸른 색 털과 초록빛 눈동자의 떠돌이 푸른 개와 외로운 샤를로뜨와의 만남을 통해 동물과의 교감을 잘 보여준다.
--- 어린이도서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