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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고도서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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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38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1949720
ISBN10 89919497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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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빗물 고인 거리에 철벅거리며 엎어진 내게 일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버렸던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지요.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 저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리고 그의 죽음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그러나 그것 역시 진실이었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할 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이별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걸어가고 싶습니다.
--- 본문 중에서
예술가라는 존재들은 낚싯대의 찌처럼 춤을 추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물속에서 물고기가 1밀리미터쯤 미끼를 잡아당기면, 혼자서 그 열 배 스무 배로 춤을 추어서 겨우 물고기가 1밀리미터쯤 잡아당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그 우스꽝스러운, 대개는 그 빛깔이 화려한 그 찌 같은 존재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알고도 피하고 모르고도 피하고 무서워서도 피하는, 생의 가지가지 모든 고통들이 실은 인생의 주요 질료하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마치 혼자서만 세상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것같이 외로운 때 너만 그러는 것은 아니야, 하고 다가가는 그런 존재들이 바로 예술가들이라는 것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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