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슬픈 드라마가 많이 있었다. 어떤 원숭이는 생후 7일 만에 죽었다. 그런데 죽은 원숭이의 어미는 그 다음날도 탱탱하게 불은 젖꼭지를 죽은 새끼의 입에 물리고 있었다. 더운 계절이어서, 며칠만에 새끼원숭이의 몸은 부패하고 미라가 되어갔다. 그러나 어미 원숭이는 자신의 새끼를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보듬고, 매일 아침 먹이 주는 곳으로 데려왔다. 그러는 사이 2주일이 지나 팔과 다리가 없어지고 나중에는 탁구공 만한 두개골만 남았는데도, 어미원숭이는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이 어미 원숭이의 모습을 촬영하는 도중에 몇 번이나 파인더가 눈물로 흐려졌는지 모른다.
--- p.144-145
어느 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다이고로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왠지 평소와 거동이 달랐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뒤돌아보니, 다이고로가 기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개처럼 짧은 팔을 질질 끌면서 힘겹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다이고로는 스스로 기는 법을 익히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오려 했던 것입니다. '다이고로 ......'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려는 몸짓.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 다이고로를 향해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 p.53-54
식구들 모두 온몸이 근질거리고 빨간 습진이 났는데, 설마 다이고로에게 원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의사에게 동물을 키우느냐는 말을 듣고서야 알아챘습니다.
이런 이유로 약용 비누를 쓰게 되었는데, 다이고로를 씻기는 일은 꽤 힘들었습니다.
사실 이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마호였습니다. 다이고로를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고, 실제 내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다이고로는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호도 한창 응석을 부리고 싶어했습니다. 마호와 다이고로는 서로 나를 독점하려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눈물 자국을 보이며 자는 마호를 보니 가슴이 메었습니다.
내가 히로시마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어머니께서 "다이고로와 헤어지는 날이 오면, 너 도대체 어쩔 셈이니" 하며 걱정하셨습니다. 실제로 키워보니 다이고로도 내 자식과 똑같았습니다. 다이고로가 없어진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마호와 가즈요, 세이코가 다이고로와 지내면서 분명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p. 42
만약 다이고로가 무리 안에서 생활하는 원숭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다이고로의 감정 속에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이고로는 자신을 원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집의 막내로서 자신의 존재를 자부하고 있었다. 당연히 자존심도 있었다. 기쁜, 슬픔, 서운함, 질투,... 인간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원숭이는 이미 원숭이가 아니다. 뚜렷한 감정을 지닌 한 인간이다.
--- p.60-61
다이고로도 우리 가족과 살면서, 자신이 원숭이라기보다는 완전히 '인간'이라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마호가 거울을 보며 엄마놀이를 하는 것을 따라 하며, 자신도 실쭉 거울을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다이고로는 꺄악 하며 새된 소리를 질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우리와 함께 자란 다이고로는 자신도 인간인 줄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따라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 p.61-62
낮잠 잘 시간이 돼서 부르면 대개는 신이 나서 달려왔을 텐데, 누워서 기다리는 내 곁으로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베개 앞에 선 채 내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습니다. '왜 그래 다이고로, 낮잠 잘 시간이에요.'라고 말해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어느새 나는 잠이 들어버렸고, 한 시간 가량 자다가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다이고로는 아직도 내 얼굴을 보고 있었습니다.
--- p.118
기어다니게 되면서부터 다이고로의 팔꿈치가 많이 갈라져서 안쓰러워 보였다. 다이고로는 단순히 우리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늘 무엇에 도전했다. 우리가 다이고로와 함께 살지 못했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다이고로는 자신의 장애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았다. 나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 있을때 다이고로를 생각한다. 그리고 강해져야 한다. 무슨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새삼 다짐한다. (가즈요)
--- p.71-72
기쁨, 슬픔, 서운함, 질투....... 인간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원숭이는 이미 원숭이가 아니다. 뚜렷한 감정을 지닌 한 인간이다. 따라서 나는 다이고로가 2년 4개월이라는 짧은 인생에서 느꼈을 수 많은 감정을 상상해보면서, 실제 이렇게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 반드시 다이고로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장애를 갖고 태어나 어미원숭이에게 버림받고 깊은 숲 속에서 자연스레 죽어가는 새끼원숭이들, 이들과 다른 멋진 인생을 보낸 다이고로.
--- p.61
그래도 둘째 가즈요는 다이고로가 다른 원숭이와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다이고로는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사람에게 치근대지 않았으며, 팔다리의 기형이 평범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를 의지하듯이 쳐다보는 눈을 슬쩍 만지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가족 가운데 네 살배기 마호가 아무런 선입견과 사심 없이 다이고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마호는 장애라는 의미를 몰랐다. 팔다리가 없다는 게 뭔지도 몰랐으며, 눈앞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전부라고 생각했다. 마호에게 다이고로는 별다르지 않고 그 모습 자체가 다이고로라는 존재였던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에 좀 어색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멋진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이코)
--- p.24
~기형이니까 더럽다고 하는 말은 너무 지나친 표현입니다. 우리는 기형 원숭이를 키우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쪽 가족에도 아이가 둘 있었습니다. ~ 그들이 한 말을 두 아이는 과연 어떤 기분으로 받아들였을까요. 그 아이들도 다이고로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동물을 만났을 때, 더럽다는 감상밖에 할 수 없는 인간으로 성장하지는 않을까요?
--- p.71
~기형이니까 더럽다고 하는 말은 너무 지나친 표현입니다. 우리는 기형 원숭이를 키우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쪽 가족에도 아이가 둘 있었습니다. ~ 그들이 한 말을 두 아이는 과연 어떤 기분으로 받아들였을까요. 그 아이들도 다이고로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동물을 만났을 때, 더럽다는 감상밖에 할 수 없는 인간으로 성장하지는 않을까요?
---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