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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앉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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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00g | 128*200*30mm
ISBN13 9788932319513
ISBN10 893231951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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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본가에 사는 사람은 두 노인’이라는 인식이 오누이 사이에 무난히 공유되었다. 그렇게 되자 이야기는 빨라졌다. 누나와 의논한 결과, 순식간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가자’는 결론이 나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예순 살이 넘은 분은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당시 우리는 예순 살을 ‘이제 장시간 비행기도 탈 수 없는 몸’이라고 일방적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느 날 효도 재판이 열린다고 하면 ‘우리는 부모님을 모시고 하와이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주장할 수 있음에 안심하기도 했다.
---「아사이가(家) in 하와이」중에서

온갖 플레이로 팀에 폐를 끼친 나는 초조함 탓인지 평소의 판단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세터도 아니면서 두 번째 공을 전력으로 받으러 가다가 멤버에게 탁탁 부딪히기도 했다. 이미 투우다. 부딪힌 상대의 ‘엥……?’ 하는, 아주 혼란스러운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초면인 데다 나이도 더 많으니 그 누구도 나를 추궁하지 못했다. 내가 하찮은 실수를 할 때마다 “아이, 참, 방금과 같은 실수는 하지 말아야죠오!”라는 식으로 말해주면 나도 편할 텐데 ‘어, 저 사람 진짜 뭐지?’ 하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체육관 안에서 교환되었다. 굉장했다. 그날 내 실적은 그 밖에도 아주 많았지만, 끝도 없기 때문에 상세한 기술은 피한다. 피하지 않으면 눈물이 나고 말 것이다.
---「배구와 나 체육관 편」중에서

새까만 예복, 새하얀 넥타이, 새하얀 셔츠, 검은 구두, 이 네 가지 세트에서 새하얀 넥타이를 빼자마자 예복이 상복으로 돌변했다. 대단하다. 뇌 트레이닝 문제에서 흔히 나오는, 성냥개비로 만들어진 수식을 성립시키기 위해 하나만 이동하세요, 같은 느낌이다. 넥타이 하나만 뺐을 뿐인데 한여름의 결혼식이 장례식으로 변한 것이다. 친구들은 “결혼식에서 여흥을 할 사람이라기엔 죽음의 냄새가 너무 난다”, “남의 행복을 축하할 마음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등 남몰래 관혼상제의 혼과 상을 겸비해버린 나를 극성스럽게 비평했다.
---「패션 센스 외주 원년」중에서

R과 둘만 있게 되자 나는 “도중에 무전기로 들어온 주의 사항 기억해? 술 주문표에 사람 이름 쓰지 말라는 것 말이야” 하고 말을 꺼냈다. 있었지, 하고 쓴웃음을 짓는 R에게 “그거, 실은 나였어……” 하고 커밍아웃을 하자 R은 “뭐어?” 하며 어깨를 한 번 실룩거리고는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바보 같은 놈하고 같이 다니다니, 하는 마음의 소리가 확실히 들렸다. “하지만 실은 나도 넘어졌어. 게다가 뒤로 벌러덩…….” 뒤따르듯이 그렇게 말해온 R에게 나는 알고 있어, 하고 속으로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알고 있어, 하고 속으로 말했다.
---「어른으로 가는 첫걸음」중에서

진짜 밴드를 두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 없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새로운 자신을 만나볼 수 없다. 말할 수 있게 되고 걸을 수 있게 되고 등을 펴고 다리나 어깨 사이즈가 커진다?이처럼 무언가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수동적 성장기가 끝난 지금, 필요한지 아닌지는 일단 제쳐두고, 능동적으로 무언가의 첫 경험에 손을 뻗는 것에서만 자신의 윤곽은 변해간다.
---「능동적 성장기」중에서

나는 그로부터 한동안 팬티 안쪽에 푹신푹신한 수건을 넣은 채 사회생활을 했다. 피와 고름이 언제 흘러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낮에는 회사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무를 보았지만, 나는 수건으로 만든 수제 기저귀를 하고 있었다. 그건 꽤 두근두근한 일이었다. 좋게 말하면 자신이 마법사인 것을 숨기고 일상생활을 하는 만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나쁘게 말하면 변태가 된 기분이다.
---「항문기 전편」중에서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많은 예능인이 흥겹게 퀴즈를 풀고 있었다. 나는 그 영상을 보며 좌약을 집은 손가락을 몸의 중심으로 밀어 넣었다. 서둘러, 두 번째 약도 넣어야지, 얼른.
뽀롱.
무정하게도 첫 번째 좌약이 복압 때문에 다시 나와버렸다. 여분은 없다. 그러니 실패해서는 안 된다. “안 돼, 안 돼.” 나는 눈물어린 눈으로 재도전한다. 뽀롱. 뽀롱. 몇 번을 시도해도 밀려 나온다. 안 돼, 안 돼, 말 좀 들어, 제발.
---「항문기 중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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