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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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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 비채 | 2019년 04월 2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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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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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20g | 131*204*30mm
ISBN13 9788934995517
ISBN10 893499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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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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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같은 판관이 개별 사안에서 지혜를 발휘해 현명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재판의 원형적 모습일 것 같다. 하지만 솔로몬이 늘 옳은가? 만일 그가 미친다면? 아침에 부부싸움을 하고 나온다면? 솔로몬도 감정이 있는데, 미운 놈 오면 괜히 없던 죄도 뒤집어씌우고, 벌을 더 줄 수도 있지 않나? 아니, 솔로몬은 괜찮은 사람이니까 믿을 만하다고 치자. 그런 판사가 수십, 수백, 수천 명으로 늘어난다면, 그래도 다 개인의 인격을 믿고 맡겨야 할까? 그렇지 못하다. 인간은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절차를 만들어놓았다. --- p.20

판사 입장을 무작정 대변하려는 건 아니다. 합리적 의심이라고 하지만, 그 의심은 ‘상식적’이어야 한다. 상식적인 판단과 다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상식적이어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야 최소한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 --- p.35

판례에서 수없이 언급되는 ‘전체적, 종합적 고찰’은 다른 말로 하면 확률론이다.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는 살인사건의 재판에 종종 인용된다. 풀어보면, 각각의 증거들이 범죄를 입증할 개별 확률은 높지 않다 해도 그것들이 한 사건에 다 모일 확률은 얼마나 낮은가, 하는 의미가 되겠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면, 이 사건도 확률론으로 ‘일정한 정도’의 입증력을 보완해 판단하는 것이 영 무리한 일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법의 판단은 끝났다. 남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 p.119~120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필요한 입증 정도가 다르다. 민사재판에서는 원고와 피고 중 조금이라도 증거가 많은 쪽이 이긴다. 반면에 피고인 한 명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형사재판은, 열 명의 도둑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마라는 원칙하에 고도의 입증을 요구한다. 민사에선 51퍼센트의 증거로도 승소할 수 있지만, 형사에선 99퍼센트의 증거도 모자랄 때가 있다. 증거의 수준이 이 중간 지점에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결론이 갈릴 수 있는 것이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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