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독특한 이름 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가진 밴드다.
홍대 앞에서 클럽 라이브 활동으로 시작한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적자이면서 영화음반의 수록곡인 <헤이,헤이,헤이>로 순위프로그램인 가요톱텐의 일위 후보곡까지 오른 경력을 갖고 있다. 그 이후 두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이름을 단 정규앨범에서는 순위 프로그램에 오를만한 스매쉬 히트곡은 나오지 않았고, 그럼에도 자우림의 앨범은 발표할 때마다 주목의 대상이 되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들은 절대로 사회적으로 급진적이라거나 이른바 '좌파 밴드'가 아니지만 이들의 곡은 종종 방송 금지곡이 되곤 하고, 심지어 한 라디오 방송국은 이들의 2집 앨범의 14곡 중 9곡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음악 외의 다른 활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가 싶지만, 보컬인 김윤아는 거리낌없이 라디오 DJ로, 또 케이블 TV의 VJ로 활동한다.
공연 때면 한두곡씩 하는 커버곡으로 크랜베리즈나 알라니스 모리셋의 곡들을 근사하게 연주하는가 하면 디스코시대의 유물인 YMCA같은 곡을 능청맞게 불러제끼기도 한다. 이런 종잡을 수 없는 이력.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발랄한 매력이 우리가 자우림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자우림은 김윤아 (vocal), 이선규 (guitar), 김진만 (bass), 구태훈 (drum)으로 이루어진 혼성 4인조 록밴드이다.
<헤이,헤이,헤이>의 히트에 이어 97년 11월에는 <일탈>, <밀랍천사>등을 수록한 1집 <퍼플 허트>를 발표, 98년 11월에는 2집 <연인>을 발표하고 수록곡 <미안해, 널 미워해>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98년 12월에는 존경해오던 선배 밴드인 산울림의 트리뷰트 앨범에 <아마 늦은 여름이었나봐>로 참여하기도 했다.
99년 9월에는 1,2집에 있던 곡들을 여러 방향으로 새롭게 편곡하고 <나비>라는 히트 곡을 낸 라는 3집이 발매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컬인 김윤아의 시원한 가창력과 서늘한 눈빛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를 자우림의 매력으로 꼽는다. 하지만 실제로 자우림의 음악은 보컬 비중에 못지않게 밴드비중이 큰 음악이다. 구태훈과 김진만이 연주해내는 탄탄한 리듬에 자기만의 색깔을 확연히 갖춘 기타 이선규,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다져온 팀웍이 바로 자우림의 큰 재산이다.
방송에서나 무대에서나 항상 도발적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김윤아에 비한다면 다른 멤버들은 뭔가 어눌한 듯 하지만 상대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서로가 앞으로 나갈 때와 뒤로 빠질 때를 절묘하게 집어낸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면 이들은 더 이상 네명의 멤버가 아니라 그저 자우림일 뿐이다. 자우림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데뷔한지 3년. 유난히 부침이 빠른 우리 가요계에서 멤버교체 한번 없이 자기 색깔을 지켜가는 밴드도 드물기에 어느새 자우림은 중견밴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우림의 음악세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