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레이슨 호손이라고 해. 우리 할아버지의 자산을 관리하는 댈러스 소재 로펌인 ‘맥나마라, 오르테가 앤 존스’를 대신해 여기 왔어.” 그레이슨의 창백한 눈동자가 날 똑바로 봤다. “우리 할아버진 이달 초에 돌아가셨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할아버지 존함은 토비아스 호손이야.” 그레이슨은 내 반응을 자세히 살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 반응 없는 날 살폈다고 해야 할까. “이름을 들으니 뭐 떠오르는 게 없니?” --- p.20 중에서
그는 미국에서 아홉 번째로 부유한 인물이고 텍사스주 최고 갑부다. 462억 달러. 순자산이 그만큼이다. 숫자가 너무 커서 실감이 안 났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 내게 뭔가를 남긴 이유를 궁금해하는 게 멈춰지고 얼마를 남겼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p.26 중에서
도어맨은 모두 턱시도를 입었다. 로비에는 샹들리에가 여섯 개나 달렸다. 근처에서는 한 여성이 1.5미터가 넘는 하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우린 이런 방에서 잘 형편이 안 돼요.” 알리사가 내게 아주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갔다. “넌 이 호텔의 소유주야.” --- p.59 중에서
귀가 멀 것 같은 메아리가 이어졌고 세상이 폭발했다. 껍질이 날아갔다. 내 몸도 뒤쪽으로 튕겨 나갔다. “엎드려!” 제임슨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 머릿속이 방금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난 피를 흘리는 중이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복 언니와 살고 있던 고등학생인 에이버리는 어느 날 호손이라는 사람이 재산을 남겨 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유언장 공개에 참여한다. 문제는 호손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호손이 전 재산인 462억 달러(약 55조 원)를 에이버리에게 상속했다는 것이다. 조건은 단 한 가지, 수수께끼가 가득한 호손의 저택에서 1년간 머물러야 한다는 것. 다만 이 거대한 저택에서 에이버리만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이곳에는 원래대로라면 재산을 상속받았어야 할 호손의 손자들과 그 가족들이 머물고 있다. 이들 가족 입장에서 보면 에이버리는 자신들에게 올 재산을 가로챈 꽃뱀이다. 이들과 1년간 동거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게다가 4명의 손자는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빠질 것이 없다. 젊은 남녀 간 로맨스가 일어날 틈이 있지만, 현재는 서로 경계하는 관계다. 하지만 상속을 받은 사람이든 상속을 못 받은 사람이든,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궁금증이 있다. “왜 생판 남인 에이버리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했을까?”호손은 이 수수께끼를 해결할 힌트를 저택 곳곳에 숨겨두었고, 네 명의 손자와 에이버리는 이제 공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얽힌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