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가 있는 생활
이 집의 주역은 툇마루이다. 나도 남편도 아마 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의 기후와 풍토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툇마루라는 공간은, 지금은 오히려 드문 것이 되었지만, 나는 그 희소성에 이끌려 이 집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리모델링 당시에 건축가가 툇마루의 처마를 늘리는 것이 좋겠다고 강하게 주장하여, 이전의 길이에 약 60㎝를 더해주었다. 그로 인해 조용히 비가 내리는 날에는 창문을 열고 집 안에서 정원을 바라보거나, 처마 밑에 벤치를 놓을 수도 있게 되었다. 해가 높이 떠 있을 때에는 처마가 강한 햇살을 가려 주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실내가 매우 시원하다.
없다고 곤란한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존재함으로써 매일매일의 생활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툇마루이다. 북유럽의 램프를 달고 그 밑에 의자와 작은 테이블을 놓아 두면, 왠지 집 안에 단골 카페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 느끼고 있는 삶의 만족감에서 이 마루의 존재는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한다. -22p. [House1. 우리 집] 중에서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아내와 행동하는 남편
요코 씨의 머릿속에는 ‘언젠가 가게를 연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쌓아온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에, 집 건축은 설계사가 아닌 공사 의뢰자가 주도권을 쥔 형태로 진행되었다. 특히 가게와 자택에서 겸용할 주방은 업체용 기기의 조달부터 배치 지시까지 요코 씨가 도맡아서 했다고 한다. 이러한 집 건축 과정에 대해 슈지 씨는 “예를 들어 벽에 대해 결정할 때, 요코의 머리 속에는 ‘학교의 벽 같이 조금 까슬까슬하면서 약간 습기를 머금은 듯한 느낌’이라는, 표현은 막연하지만 본인에게는 명확한 이미지가 이미 자리잡고 있었어요. -66p. [House 4. 혼마 씨의 집] 중에서
‘좋아하는 질감’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
지인의 도움으로 건축가를 소개받긴 했지만, 전적으로 일임한 부분은 없었다. 방 배치부터 구석구석의 디테일까지 구체적으로 요청하여 도면에 반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예산이기도 하고, 아무튼 심플하게 만든 집이야. 다만 벽은 하얀색, 바닥은 천연 나무, 배수 공간엔 작은 타일이라는 것만은 미리 정해두었지.”라고 하가네는 말했고, 그 포인트들을 고수한 덕분에 집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과 욕실에 타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목수가 여러 차례 “추울 거예요.”, “청소하기가 힘들어요.”라고 경고(?)했지만, 두 사람은 본인들의 취향을 고수했다. 벽의 경우, 회반죽이 비싸서 예산상으로 무리라는 난관에 부딪혔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페인트도 괜찮으니까 칠해달라고 의지를 관철한 것은 배워야 할 자세이다. 하가네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니까 분명 ‘좋아하는 질감’에 대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명확하게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현혹되지 않았을 것이다. -99p. [House 6. 겐 씨와 하가네의 집]
반지 대신 받은 펠리컨 체어
안채의 2층에 있는 부부의 방으로 가보았다. 그 공간의 주역도 역시나 의자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에 남을 명작으로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핀 율의 펠리컨 체어가 특별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이 의자는 마리코 씨가 히로유키 씨에게 약혼 반지 대신 갖고 싶다고 요청해서 받은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잡지에서 이 의자를 보고, 몸을 크게 감싸는 듯한 모양과 애교가 느껴지는 다리의 디자인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후에 덴마크로 여행을 갔고, 실제로 앉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상상 이상의 쾌적함에 감동했죠.”
그러나 결혼 상대가 히로유키 씨가 아니었다면, 마리코 씨는 결혼 약속의 증표로 그 의자를 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지는 히로유키 씨가 가구 만드는 일을 할 때 방해가 되고, 자신도 보석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니, 그 대신에 두 사람이 좋아하는 가구를 들여놓으면 어떨까 하는 그녀의 훌륭한 발상은, 히로유키 씨가 4살 연하인 아내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23p. [House 8. 이시카와 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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