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은 너무나 무거운데, 마음은 텅 빈 것만 같아.”왕따 문제에 맞서는 환상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
『책가방』은 왕따를 당하지만 털어놓지 못하고 마음의 짐으로 지고 있던 주인공 리스가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 짐을 덜어 내는 내용의 그림책이다. 리스는 매일 아침 자신의 가방에 친구들과 놀기 위한 줄넘기와 킥보드 등을 담는다. 하지만 리스의 세 친구는 리스의 애정에 보답하지 않는다. 그들은 비밀 놀이에 리스를 끼워 주지 않고, 심지어 리스의 점심을 뺏어 먹기도 한다. 매일 리스의 가방은 점점 무거워져서 결국 리스는 가방에 깔리고 만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친구들이 가방에 든 짐들을 하나씩 빼내며 ‘가방 비우기 축제’가 벌어진다.
『책가방』은 여러 따돌림의 상황을 보여 주며 간과될 수 있는 피해 어린이들의 두려움과 외로움, 수치심 같은 슬픔의 감정에 주목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아이들이 매일 메는 책가방을 ‘마음’에, 상처와 슬픔, 두려움을 ‘짐’에 비유한다. 그리고 마음의 짐이 커져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상황을 계속해서 커지는 가방으로, 모두가 각자의 상처와 어려움을 버리는 과정은 ‘가방 비우기 축제’로 표현한다. 이처럼 따돌림과 그에 맞서는 상황을 환상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극복과 용서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낙서가 지우개를 만났을 때』 등에서 공동 작업을 해 온 리오나와 마르쿠스 콤비는 이번에도 함께 글과 그림을 만들었다. 두 작가는 전문가, 교사, 피해자 등 학교 폭력의 목격자들의 사연을 듣고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책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모든 따돌림의 상황을 반영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이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하는 좋은 예가 되기를 바랐다.
또한 어린이책 편집자이자 번역가인 문주선은 부모로, 성인으로서 세상 모든 어린이의 가방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늘 살피는 어른이 되려는 마음을 담아 책을 번역하였다. 특히 따돌림 문제가 워낙 심각한 이슈인만큼, 번역 과정에서 종결된 옛날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현장감을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얘들아, 우리 모두 자기 가방에 들어 있는 걸 꺼내서 버리자!”
‘용기’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이들의 먹먹하고 벅찬 성장담
리스의 부모는 항상 바쁘다. 할머니와 아기를 돌보느라 리스를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리스는 바쁜 부모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혼자서 방에 틀어박힌다. 친구들 때문에 힘들고 무서워도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은 리스를 괴롭히던 친구들도 비슷하다. 아빠의 병, 엄마의 슬픔, 자신을 안아 주지 않는 부모 때문에 그들의 가방은 다른 친구들이 깜짝 놀랄 만큼 크다.
『책가방』의 등장인물 가엘은 반쯤 숨어서 리스의 상황을 계속해서 걱정하며 지켜본다. 그리고 최악의 순간에 용기를 내어 리스에게 손을 내민다. 가엘의 도움으로 리스는 용기를 내어 친구들에게 자신의 슬픔과 부끄러움을 이야기하고, 리스를 괴롭히던 세 친구들 역시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던 자신의 가방을 친구들 앞에 비로소 꺼내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가엘은 친구들에게 각자의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서 버리자고 제안한다.
이처럼 아이들이 마음속에 숨겨 둔 용기를 꺼내어 어른 때문에 생긴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는 과정에서 『책가방』은 독자에게 먹먹하고도 벅찬 감정을 선사한다. 특별히 양육자와 교육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 우리 아이의 상태는 어떤지, 아이들의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짐을 덜어 내려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반성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말 미안해.”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 그 뒤의 진심을 읽는 마음
가방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두었던 소피의 사정을 들은 아이들은 모두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리스는 그런 아이들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가방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 던진 후 소피는 리스에게 다가와 종이 한 장을 건넨다. 그것이 뭐냐고 묻는 리스에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이라고 한다. 종이에는 “정말 미안해.”라는 말이 적혀 있다.
소피의 가방에는 자신을 방치하는 부모에 대한 분노와 슬픔, 사랑받고 싶은 희망, 답답한 자신의 감정 때문에 화풀이 대상이 된 리스에 대한 미안함, 멈추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 같은 것들이 더 들어 있었을 것이다.
소피뿐 아니라 리스에게도, 가엘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마음속에 숨겨 두고 끝내 하지 못한 한마디가 있을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용기를 내서 그 한마디를 꺼내야 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자신을 더 신경 써 달라고, 나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고, 내가 정말 잘못했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여기에서 나아가 우리가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대방의 진심을 읽으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는 덜 싸우고 덜 아프게 되지 않을까. 사랑하고 이해하는 데에 시간을 더 쓰게 되지 않을까.
이야기 내내 무표정, 혹은 힘들어하는 표정만 보여 주던 리스는 가방을 비우고 사과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가면서 드디어 웃는 표정을 보여 준다. 그 표정에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문제가 또 생기겠지만, 이렇게 함께한다면 결국 그것을 극복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의 책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두에게 『책가방』은 쨍한 색감의 그림처럼 고민과 걱정을 선명하게 덜어 내는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왕따 문제에 맞서는 환상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
_ YSTP(Yo Soy tu Profe, 스페인 대표 교육포털) 추천 도서
― 동시대의 이야기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양육자와 교육자들의 섬세한 관심과 감지를 요청한다. 다양한 괴롭힘과 따돌림의 상황을 자세히 제시하고, 간과될 수 있는 피해 어린이들의 두려움과 외로움, 수치심 같은 슬픔의 감정에 주목한다.
_ Anika entre libros(스페인 최대의 도서 리뷰 포털) 서평
― 공격자 뒤에는 자신의 문제를 전달하는 방법을 모르는 피해자가 있다. 문제를 전달하는 방법은 결국 양육자나 교육자 혹은 동료의 세심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_ EFE통신(스페인 연합통신)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