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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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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18g | 134*195*20mm
ISBN13 9788964653722
ISBN10 8964653726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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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기타무라 모리
1966년에 태어나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 사학 게이오기주쿠 대학교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에 닛케이홈 출판사에 입사해 2005년부터 2008년 봄까지 《닛케이 트렌디》의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는 일본 사이버대학교의 객원교수로 IT 마케팅론을 가르치면서 방송, 강연, 집필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공저로 《닛케이 트렌디 히트상품 항해기?일본인의 소비는 이렇게 변했다》(일본경제신문출판사, 2007년)를 냈다.
역자 : 이영빈
출판기획자이자 전문 번역가. 서울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고 SBS 아카데미 일본어 영상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프리랜서 영상 자막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책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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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 아내는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도 묻지 않았다. 표정을 살폈지만 별반 동요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별다른 말없이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더 불안했다.
“아직 다른 계획은 없어, 당분간 무직이야. 나 벌써 마흔이 넘었어. 다음 회사야 금방 구하겠지만….” 나는 쉴 새 없이 주절댔다.
아내는 내가 하는 말을 막았다. “다음 일자리 말이야, 1년 안에만 구해줘.” 그 말을 남기고 화장을 하러 세면대로 향했다. ---p.21

사표를 썼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진짜 이유는 알리지 않은 채 회사를 멋있게 정리하고 싶었다.
상사에게든 인사담당자에게든 내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솔직하게 말했다면, 장기 휴가를 받거나 부담이 적은 부서로 이동시켜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내 곳곳에서 “그렇게 유난을 떨면서 일 중독자로 살더니 망가졌다”고 수군댈 것이 뻔했다. 그런 식으로 비웃음을 당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유명 월간지의 잘 나가던 편집장인 채로 퇴직하고 싶었다. 이 와중에도 이런 걸 마음에 두는 인간이니까 몸에 이상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에 이상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더욱더 회사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p.21

“아이가 크는 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야. 같이 놀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해.”
그때마다 나는 “그래.”라고만 말하고 항상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아내는 늘 이렇게 말했다.
“좀 있으면 상대도 안 해줄걸? 지금 제대로 대화하지 않으면 나중에 당신이 아이를 혼낼 때, 들은 척도 안 할 거야.”
상대해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아주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섯 살이 될 무렵부터 아들은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p.68~69

하루하루의 삶은 조용했다. 휴대전화도 거의 울리지 않게 되었고, 수신되는 메일 수도 줄어들었다. 썰물처럼 빠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임을 실감했다. 그것이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아.”
“지금은 푹 쉴 것. 그래서 여유가 생기면 가사나 육아를 할 것. 그걸 지금의 일이라고 생각해.”
아내의 말에 “응, 그랬지.”라고 나는 대답했다. 의외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쉬는 것이 일이었다. 그래, 그것을 위해 퇴직한 것이었다. ---p.87

“아빠, 귀찮게 하지 마.”
아들에게 ‘귀찮다’고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고약한 말버릇, 나는 분노했다.
“지금 아빠한테 귀찮다고 했어? 그 말버릇은 뭐야?”
“싫어. 아빠 절로 가!” 아들이 갑자기 나를 발로 찼다.
“귀찮다고 하지 않나 발로 차지 않나, 이거 뭐야? 너무하는 거 아니야?”
“진짜 귀찮단 말이야.” 아들은 울면서 할아버지 방으로 도망쳤다.
정작 울고 싶은 건 나였다. 없는 돈에 호화로운 여행에도 데려가 줬는데 귀찮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 ---p.90~91

숨을 헐떡이며 아들이 테니스공을 가져왔다. 공을 건네받으면서 아들에게 말을 걸었다.
“공이 어디로 가는지 잘 아네.”
“아빠, 나는 여섯 살이니까 눈이 좋아.”
“그렇구나. 대단하네.”
“그리고 아빠는 마흔한 살이니까 뭐든 알고 있어서 좋아.”
뜻밖의 상황에서 아들이 나를 칭찬했다. 아들에게서 칭찬받은 것이 아마 처음인가.
“내가 뭐든 안다고?”
“응. 아빠는 다 알아.”
그렇게 대답하더니 쿨하게 돌아서서 코트 가운데로 쪼르르 달려갔다. ---p.126

“아빠, 괜찮은 거야?” 아이가 내 일로 걱정하고 있다. 나는 아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오늘은 괜찮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왜?” 아들은 아직 안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너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
“나랑 둘이 있으면 일곱 시간 안 멈춰도 괜찮아?”
“괜찮아.”
그러자 아들은 잠시 뜸을 들이다 선뜻 말했다.
“아빠는 나를 제일 좋아하는구나?” ---p.161

된장국을 먹지 못하니까 학교에 가지 않겠다. 이것이 등교 거부의 이유라니, 무언가 엄청난 비밀이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정이 아들의 입에서 흘러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된장국이었다.
책가방을 맨 아들이 길 위에 서 있다. 학교를 향한 자세로 아들은 눈물을 흘린다. 손바닥을 얼굴에 대고 눈물을 훔치고 있지만, 닦는 속도보다 더 빨리 눈물이 쏟아진다.
나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결단을 내렸다.
“오늘은 된장국을 안 먹어도 돼. 급식 시간이 되기 전에 아빠가 학교로 데리러 갈게. 친척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지금 아빠랑 시골에 가야 한다고 말을 꾸며 봐야겠어.”
아들의 부은 눈이 나의 얼굴을 본다.
“와 줄 거야? 정말?”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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