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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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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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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294g | 115*205*30mm
ISBN13 9788937439742
ISBN10 893743974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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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문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세희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 시대 청년들이 마주하는 삶의 고단함과 고민을 단단한 문장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수록했습니다. 첫 소설집은 언제나 반가운데, 작가의 다음 책을 빨리 읽고 싶을 뿐입니다. 믿고 읽는 목록에 작가를 추가하는 즐거움을 전해준 책. - 소설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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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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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린 씨는, 사무실에서 노골적으로 찬밥 취급을 받았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일을 잘 못한다고 평가되는 것, 그것도 첫 직장에서 일을 잘 못한다고 낙인찍히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 반년 사이에 그녀의 얼굴은 놀랄 만큼 달라졌다. 내성적이지만 때로 굉장히 발랄하게 웃는 해맑은 사람이었는데, 자꾸 눈치만 살폈다. 회의에서도 의견을 내지 못했다. 팀장이 진행 상황을 물어보면 당황하며 대답조차 우물쭈물했다. 그녀는 업무뿐 아니라 모든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자신감을 잃었다. ---「가만한 나날」중에서

보드 위에 벌떡 일어설 때의 감각을 떠올리려 애썼다. 처음에는 눈물이 고일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몰입했다. 단계별로 감각을 하나하나 되살려 냈다. 마치 보드와 한 몸이 된 것처럼 가슴과 아랫배와 허벅지를 붙이고 납작 엎드려 있을 때, 멀리서 파도가 다가올 때의 조짐과 흥분과 망설임, 난 일어날 수 없어, 이건 불가능해, 그러나 물살이 보드의 뒤쪽을 둥실 들어 올리자 눈을 질끈 감고 벌떡 일어났을 때.
(……) 그 느낌을 미려는 기억했다. 다음 순간에는 물 위를 미끄러지고 있었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속력이 점점 느려졌다. 흔들리는 물 아래로 땅이, 물결의 흐름대로 무늬가 새겨진 부드러운 모랫바닥이 투명하게 비쳤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얕은 잠」중에서

김태영은 똑똑했지만, 혼자 하는 일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학자나 마라토너처럼. 사무실의 일상적인 잡담에 끼지 못했고, 전화 응대하는 걸 특히 어려워했다. 두 달이 넘어갈 즈음, 상미는 자신이 그를 제치고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걸 거의 확신했다. 부장으로부터 슬쩍 암시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도 상미는 그를 싫어하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 그렇다고 해서 상미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한 건 아니었다. 상미가 실제로 한 일은 아주 작은 것?말 한마디, 비웃듯 입을 꽉 다무는 표정 같은?이었다. 평형대에서 균형을 잃고 허우적대는 사람을 미는 손가락 하나 같은 것.
---「감정 연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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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출산도 마다하고 이른바 ‘소확행’에 매혹돼 있는 지금-여기 청년들의 삶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왔는가. 그들 내면에 어지럽게 번져 있는 파문들, 그 얼룩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김세희는 이 소설집에 실린 여덟 개의 원형적 서사를 발굴해 냈다. 이 서사들은 피상적 청년 관련 담론의 사각지대를 비추면서, 그들 삶의 진상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그들 고유의 심리적?윤리적 중핵을 가리켜 보인다. 이 소설집이 세심히 관찰하는 그들에게서 나는 나와 내 또래 친구들의 얼굴을 자주 발견했고, 그때마다 독서를 중단한 채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우리의 ‘첫’들이 어떤 특수한 사정과 맥락 안에서 체험되는지를 진지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이야기를, 나는 꽤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 신샛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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