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은 할 수 없이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서자, 좀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스칼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좀 머뭇머뭇거리던 프랑수와가 파스칼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
'안녕.'
둘은 잠시 아무 말도 안 하고 신발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발끝으로 땅바닥의 흙을 짓이겨 파내면서. 그러다가 프랑수아가 말했다.
'근데, 너네 엄마 안 돌아가셨더라?'
그래서 파스칼이 대답했다.
'응, 사실은 아니야.'
그러고 보니 간단한 문제였다. 사실은 엄마가 돌아가신 게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 p.69-70
파스칼 엄마는 심장암으로 돌아가실 뻔했는데 자동차 사고로 마리가 깨져서 죽은 어떤 여자의 심장을 이식해서 살아났다고. 어쩌면 심장 이식 수술 때문에 마음이 변해서 파스칼 아빠 말고 딴 사람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 p.71.
수업 시간 내내 선생님은 파스칼에게 한 번도 말을 시키지 않으셨다. 파스칼 자리가 있는 줄 쪽으로는 한 번도 지나가지 않으셨다. 파스칼을 잘 쳐다보지도 못하셨다. 늘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파스칼은 마음이 편치는 못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하고 생각할 때마다 답답하고 더운 거 같았다. 배도 아픈 것 같고, 다리에 쥐가 나는 것도 같았다.
선생님께 다시 말씀드리고 싶었다. '선생님, 말이 잘못 나왔어요. 사실은 엄마가 돌아가신 게 아니에요'. 하고 손을 들려고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손이 바윗덩어리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지는 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 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