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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만나요
중고도서

꿈속에서 만나요

윤병모 역 | 세시 | 2001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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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4쪽 | 34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5982801
ISBN10 898598280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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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 알레르기는 정말로 심각했다. 이처럼 증상이 심각한 여자 알레르기는 마치 어머니 태내에서부터 생겨난 유전이 아닌가 하고 의사들도 믿기지 않는 듯 말하고 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반경 이 미터 이내의 원 안에는 어느 누구도 침입하지 못했다. 원 안에 여자가 들어오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눈물샘이 부어 눈물이 나고 출혈되었다. 여기저기에서 몸이 자꾸 가려워 손톱으로 긁었다. 손톱 자국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손톱을 다른 방향으로 두세 번 긁으면 마치 그물 모양처럼 자국이 생겼다. 또 머리도 가려웠다. 충분히 긁어 가려움이 없어지도록 했다. 머리털이 정말 많이 빠졌다. 재채기도 나오고 콧물도 나왔다. 목구멍이 부어올라 호흡마저 제대로 안 되었다. 목에서 마치 피리를 부는 것처럼 '북북-'하고 소리가 났다.

여자가 이 미터 이내의 원 안에 다가오면 재채기가 계속해 나왔다. 그래서 그것을 기회로 몸을 아예 살짝 숨겨버렸다.

하지만 이런 일은 지금도 단순한 추억거리였다. 왜냐하면 이미 여자 알레르기는 완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여자를 좋아했었다. 그래서 열심히 여자 알레르기 치료에 전념을 기울였다.

독자 여러분 중에는 나처럼 여자 알레르기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분들을 위해 오늘은 내가 어떻게 해서 그 심한 여자 알레르기 병을 치료했는가를 알려드리려고 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 매일 한 잔씩 술을 마시면 그 저항력이 생기는 것과 똑같은 방법이다.

내 경우는 우선 냄새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자 냄새 맡는 일부터 시도해보았다 친구들에게 부탁해 선풍기를 여자 등뒤에서 틀어놓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더욱 강하게 여자 냄새가 풍기도록 해보았다. 이렇게 해도 현기증이 일어나지 않으면 더욱 대담한 도전을 해보았다. 즉, 여자 냄새가 풍기는 공기를 비닐봉지에 듬뿍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코와 입에 대고 깊숙이 들이마셨다. 마치 불량 청소년이 본드 냄새를 흡입하는 것처럼. 맨 처음 시도했을 땐 한 번 들이마셔도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에 지지 않으려고 계속했다.

한 달 동안이나 이런 훈련이 계속되었다. 최종 단계에 돌입했을 때에는 불과 몇 밀리 이내에서 나는 여자 냄새도 겁내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냄새를 더 맡느라 코를 킁킁거렸다. 분명 여자 스커트에라도 얼굴을 집어넣으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노력의 대가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러나 냄새에 관해서는 자신이 좀 생겼으나, 문제는 여자의 접촉에 아직 자신이 없었다.

일단 시작해 보았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마치 햇볕에 심하게 탄 피부에 손끝이 조금 닿았을 때처럼 전신으로 고통이 퍼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경우와 똑같다. 이 원리로 치료를 시작해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가장 처음 접촉된 부분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구역질이라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냄새를 극복한 경험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연습을 반복했다. 드디어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내 여자 손도 잡을 수 있었다. 또 포옹도 했다. 나체로 포옹도 했다. 그 이상 더 심한 것도 여러 가지 해보았다. 그때마다 '이래서는 안 되지'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다시 싫어졌다. 알레르기 증상이 도졌다. 여자가 이 미터 이내의 원 안에 들어오면 경찰까지 부르기도 했다.
--- p.22
1월 23일 오후, 산보를 하고 있던 마이켈은 공원 연못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수영을 하고 있는 여자 하나를 발견했다.

'이봐요, 아가씨. 이렇게 추운 계절에 감기 안걸려요?'

'무슨 말이에요, 엉뚱하게-.'

그 아가씨가 말했다.

'오늘은 8월 4일이에요.'

마이켈은 코트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달력을 봤다. 분명히 그날은 8월 4일이었다.
--- p.144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어쩌다 가끔 사람들에게서 『꿈속에서 만나요』라는 대담집을 냈다면서요?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꿈속에서 만나요』는 대담집이 아니고, 그렇다고 뭐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도 어려운 책이다. 더구나 잡다한 원고를 모아놓은 잡문집도 아니다. 이 책은 단편집도 아니고 에세이집도 아니다. 아마 굳이 말하자면 이상한 형식으로 된 묘한 소설이라고나 할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책을 내게 된 발단부터가 묘한 일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영어로 된 단어들을 죽 나열해 놓고 거기에다 이야기나 에세이를 써내려갔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글이 되었다. 영어로 된 말들이 범람하고 있는 현재, 이 세상에는 스스로 굴러가는 거대한 지하발전소가 있다. 그 가운데에서 이 책은 완성되었고, 햇빛을 보게 되었다.

『꿈속에서 만나요』라는 타이틀은 이토이 씨가 붙였다. 정확한 의미는 나도 잘 모른다. 아마 '잠자기 전에 읽어보세요'라는 의미인 것 같다. 또한 나와 이토이 씨가 꿈속에서 만나려고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모를 일이다. 하여튼 타이틀에서부터 속 내용에 이르기까지 모두 신비로운 책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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