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에 앉아 잠든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00/02/17 허은순(purpleiris@channeli.net)
프랑스 작가인 미셸 게의 그림책입니다. 겉 표지에서 아이는 유모차에 앉아 무언가 아쉬운 듯이 뒤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뭐를 보는 걸까하고 뒷표지를 펼쳐보니, 동물들이 숲 속으로 들어가고 있네요. 재미있는 그림책들은 대부분 면지도 재미있습니다. 앞부분 면지에 보면, 엄마는 잔디에 엎드려 책을 보고 있고, 아이는 유모차에 앉아 자고 있습니다. 이미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 때 나비가 날아옵니다. 그리고 제목화면으로 넘기면 나비가 아이를 깨웁니다.(아이가 나비 때문에 잠을 깬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깨어난 아이는 유모차에 나비, 개구리, 거위, 고양이, 여우, 곰을 차례로 태워줍니다. 그런데, 나비는 개구리가 겁나서 도망가고, 개구리는 거위가 겁나서 도망가고, 거위는 고양이가 겁나서 도망가고... 이런 식으로 유모차를 타는 동물들이 차례로 바뀝니다. 그러는 중에 아이가 깜빡 졸음을 못 이겨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동물들이 전부 없어져서 앙앙 울지요. 그 때 모두 슬슬 나타납니다. 동물들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이런 구도는 아이들 그림책에서 아주 흔하게 나오는 것이죠. 어쨌든 동물들이 다시 나와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엄마를 찾으러 갑니다. 서로 서로 겁나 피했던 동물들이 아까 와는 달리 서로 모두 친구처럼 유모차를 밀어줍니다. 그리곤 엄마 옆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이 부분에서 아이는 유모차에서 떨어집니다. 즉 잠에서 깹니다. 앞부분 면지에서 아이가 분명히 잠이 들어있다고 이야기 했었죠? 그리고 아이는 다시 엄마와 유모차를 타고 산책을 가고, 아이는 뒤를 돌아보며 동물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합니다. 아이가 동물들을 만나는 것이 꿈속이었다면 어떻게 인사를 할 수 있냐고 물으시면 안돼요, 돼요, 돼요... 판타지 동화는 그럴 수 있어요.
미셸 게는 독창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들로 된 그림책을 많이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우리 나라 창작동화 그림책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특별하게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 아니고, 주제가 뚜렷해서 누구나 한 눈에 그 주제를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행동이나 심리상태 또는 어떠한 상황 그 자체만을 표현한 그림책들은 많지가 않거든요. 이 책 정말 괜찮습니다. 한 창 유모차 타는 또래 아이들에게 읽혀 주세요. 그리고 유모차를 태우고 나들이를 떠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