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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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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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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7쪽 | 34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812019
ISBN10 898281201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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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바나야' '그러니' '방에서 바다가 보여' '아름다울 거야, 사진에서 보았어' 전화속의 목소리는 회선이 불량한 때문인지, 아주 멀리 들렸다. 아카가와 미에코라는 존재가 정말로 멀리 느껴졌다. '난 여기가 마음에 들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입을 다물어 버렸다 할말이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다음에 둘이 함께 오자, 라고 마랗고 싶었지만, 일본은 너무 멀고, 하바나의 하늘과 바다는 너무 푸르러, 그런말을 하는 것이 하찮게 생각되었다. 오고 싶으면 오면 된다, 정말로 오고 싶은 놈은 올 것이다, 하바나의 하늘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쿠바는 결코 인간이 인간에게 응석을 부릴 수 없게 한다.
--- p.69
나는 십대 말에 이미 성공을 거두었고, 이십 년 정도 작곡과 연주를 계속해왔는데, 사십을 눈앞에 두고 시간의 뒤틀림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의 뒤틀림. 이것을 설명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면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에서 풍겨오는 토스트와 마멀레이드의 냄새를 맡고, 안녕 하고 아침 인사를 한다. 그 때 소리의 배열과 앙상블이 불현듯 떠오른다. 떠오른다고 하기보다는 떠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신디사이저의 키보드가 점멸하고 내가 당연히 두들겨야 할 컴퓨터 자판기의 키가 뇌를 압박한다. 그것은 눈깜짝할 사이의 일로 키친, 토스트, 마멀레이드라는 시간축과는 다른 어떤 것이다.

Walk on the Wilde Side 중에서
--- p.3,18,158-159.
그후, 몇 번이나 히스테리를 부렸지만 나는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 가벼운 히스테리는 게임 같은 것이다. 그래서 늘 마지막에는 격렬한 섹스로 장식된다. 그녀와 헤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사디스틱한 기분으로 히스테리 후의 섹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역시 아카가와 미에코의 그 매력적인 손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히스테리성 여자를 셋 정도 안아보았지만, 아카가와 미에코만큼 자극적인 섹스로 이어지는 여자는 없었다.

격렬한 섹스를 하기 위해 일부러 히스테리를 가장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나에게 심한 욕을 퍼부은 다음, 울먹이며, 제발 용서해줘요, 나를 버리지 마세요, 하고 애원하면서 마조히스틱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자신의 스타킹으로 목을 조름녀서 오르가슴 상태에서 이대로 죽게 해달라고 애원할 때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그 어떤 섹스보다 자극적이었다.
--- p.105
공격을 퍼붓는 동안, 아카가와 미에코는 나를 '당신'이라고 불렀다. 두 달 전부터 요이치라고 불렀고, 그전에는 사쿠라이 씨라고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카가와 미에코가 나를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불유쾌했고 불안했다. 화가 나는 순간 상대를 부르는 호칭을 바꾸는 것이 히스테리의 일종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스테리에 빠진 사람은 상대에게 절대적인 '배상'을 요구하는 법이다. 아카가와 미에코는 나에게 배상을 요구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당신'이라 부름으로써 일시적으로 나를 다른 인격체로 다루려 하고 있는 것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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