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 베이스는 인간이 악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이한 악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속성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여기 좀 보세요. 저는 여기 우리 집에 사방 벽과 천장과 바닥에 방음판을 다 붙여 놓았습니다. 문은 이중으로 만들었고, 이중문 사이는 비어 있지 않도록 속을 꽉 채워 놓았습니다. 창틀의 틈을 완전히 밀봉시킨 창문에는 특수 이중 유리로 된 유리창을 끼워 놓았습니다. 비용이 무척 많이 들었지요. 그렇게 해서 방음 효과는 95퍼센트 이상 거둘 수 있게 됐습니다. 길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저는 사실 시내 한복판에 살고 있답니다. 믿기 어려우시죠? 잠깐만요......
--- p.27
어쨌든 소프라노는-지금 예를 들고 있는 겁니다- 콘트라베이스에 비추어서 생각해 볼 때, 인간의 목소리와 악기의 소리라는 점에서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서 이를테면... (중간생략) -그 성악가가 -참고로 말씀드리는 겁니다만-이름은 세라라는 여자인데, 정말 굉장한 여자입니다. 음악에 대해서 일가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느낄 수 있죠. 사실 음악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제가 뭔가 대단히 감동적이라고 느낄 때면, 언제나 그 성악가가 멋지게 음을 뽑아 올리곤 하더군요.
--- p.14-15
아니면 여러분들도 저처럼 손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계층에 소속되어 계시는 겁니까? 혹시 저 밖에서 지금 굴착기로 시멘트 바닥을 하루에 여덟 시간씩 뚫고 있는 인부들 가운데 오신 분은 안 계십니까? 아니면 쓰레기통이란 쓰레기통은 다 들고서 그것을 비우려고 쓰레기차에 엎어 버리는 일을 하루에 여덟 시간씩 하는 분들 가운데 오신 분은 안 계십니까?
--- p.94
그런데, 여러분, 저는 이런 상황에 종종 두려움을 느낍니다. 저는...저는...이렇듯 모든 것이 완벽한 이 집을 두고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여가 시간에는 -저에게는 사실 여가 시간이 많습니다.-바로 지금처럼, 두려움 때문에 집에 그냥 눌러앉아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이런 현상을 여러분께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까요? 뭔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고, 가위눌림 같은 것을 느끼며, 이런 안정된 생활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공포로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밀폐공포증이라든다, 고정된 직업을 가짐으로 해서 비롯된 정신이상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 p. 98
그런 까닭에 저는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인간 사회의 모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세계에서나 그 세계에서 쓰레기와 관련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기 마련이지요. 더구나 오케스트라의 세계는 인간 사회보다 더 나쁩니다. 왜냐하면 인간 사회에서는 -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 언젠가는 나도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내 밑의 벌레 같은 것들을 내려다 볼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 pp. 63- 64
......그렇지만 오케스트라에서는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는 냉엄한 능력별 계급제도, 옛날 옛적에 내려진 결정을 그대로 고수하는 잔인한 계급 제도, 재능에 따른 냉혹한 계급 제도, 진동음과 음의 빛깔에 따라 절대로 번복 불가능하기도 한 자연의 질서이며, 물리적인 계급별 차별화 제도 등이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절대로 오케스트라에는 들어가지 마십시오!......
<씁쓸하게 웃는다.>
......물론 이른바 위치 조정에 대한 회의가 있었던 적은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모임으로는 대략 백 50년 전에 있었던 앉는 자리 조정에 대한 회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당시 베버는 금관악기를 현악기 뒤에 두도록 하였는데, 그것은 대단한 혁명적 처사였습니다. 콘트라베이스에 대해서는 어떤 변동 사항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뒤에 앉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유지될 겁니다. 그러나 저는 불평하지 않습니다. 현실주의자인 저는 제가 발을 어디에다 뻗어야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제가 어디쯤에 소속된 사람인지는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미 다 배워서 알고 있다구요!......
--- p.65-66
......그렇지만 오케스트라에서는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는 냉엄한 능력별 계급제도, 옛날 옛적에 내려진 결정을 그대로 고수하는 잔인한 계급 제도, 재능에 따른 냉혹한 계급 제도, 진동음과 음의 빛깔에 따라 절대로 번복 불가능하기도 한 자연의 질서이며, 물리적인 계급별 차별화 제도 등이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절대로 오케스트라에는 들어가지 마십시오!......
<씁쓸하게 웃는다.>
......물론 이른바 위치 조정에 대한 회의가 있었던 적은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모임으로는 대략 백 50년 전에 있었던 앉는 자리 조정에 대한 회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당시 베버는 금관악기를 현악기 뒤에 두도록 하였는데, 그것은 대단한 혁명적 처사였습니다. 콘트라베이스에 대해서는 어떤 변동 사항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뒤에 앉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유지될 겁니다. 그러나 저는 불평하지 않습니다. 현실주의자인 저는 제가 발을 어디에다 뻗어야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제가 어디쯤에 소속된 사람인지는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미 다 배워서 알고 있다구요!......
--- p.6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