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눈과 크루소의 눈으로 번갈아 이야기를 끌어가는 이 작품은 사람과 동물 사이의 균형 잡히고 성숙한 애정을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커스티는 올해(1930년) 여덟 살의 여자아이. 아버지는 선원으로 멀리 항해를 떠나 계시고, 늘 잔투정을 입에 달고 사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상에 먹고 자는 것 이상의 재미를 알지 못하는 다섯 살 난 남동생 앵거스와 함께 바닷가 절벽 위 하얀 집에 살고 있다.
거센 폭풍우가 몰아친 어느날 아침, 커스티는 바다가 토해 놓은 선물들을 구경하러 가족들과 함께 해안으로 나갔다가 바닷새들이 어떤 알을 쪼아먹으려 하는 것을 막고 그 알을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목욕탕 욕조에 물을 받아 몰래 알을 담가둔다. 밤새 알은 부화한다. 머리는 말 같고, 피부는 두꺼비 같고, 몸통은 거북같이 생긴 데다가 악어의 꼬리를 가진, 할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바다 괴물인 ‘워터호스(수마)’였던 것이다.
이후 크루소(난파자 ‘로빈슨 크루소’와 닮았다는 점에서, 엄마가 지어준 이름)는 집안의 자랑스런 중심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는 크루소를 보며 커스티는 뿌듯하고, 앵거스는 그 녀석이 괴력을 발휘하는 날을 상상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잔투정을 입에 달고 다니던 투덜이 할아버지도 크루소 돌보는 일에는 의욕적이고 보람을 느낀다. 커스티 가족들은 이 전설적 괴물을 무사히 키워내는 데 따르는 여러 난관들을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풀어나간다. 첫째는 크루소를 어디서 키우냐는 문제. 커스티 가족들이 크루소와 헤어지지 않을 수 있으면서, 크루소에게 적당한 활동 공간을 찾아야 했다. 목욕탕 욕조에서 뒤뜰의 연못으로, 어느 정도 자라서는 마을의 깊은 호수까지.
둘째는 크루소의 먹이 문제. 괴물의 식성에 따라가려면, 세 가족이 바다 낚시를 하루에 두 번씩 해도 부족할 정도. 그리고 크루소가 다 자라기 전에는 자연의 사나운 적들로부터도 보호해줘야 했다. 어느 날 새벽에는 습지에서 수달이, 한낮의 바다 낚시를 끝내고 돌아오던 길에는 하늘에서 백로가 크루소를 노리기도 했다. 겨울이 되자 이번에는 연못을 얼리는 추운 날씨가 크루소를 엄습하기도 했다.
커스티 가족들은 크루소가 자연의 적들을 어느 정도 혼자 감당해낼 만큼 자랐다고 보고, 추운 날시에도 물이 얼지 않는 깊은 호수로 크루소를 옮겼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바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문제! 커스티 가족은 크루소에게 그들 이외의 사람들 앞에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도록 호된 훈련을 시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나가는 여행객과 보트 낚시꾼과 전설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크로스를 영원히 감출 수는 없었다. 또한 크루소가 마을의 호수에 계속 머문다면 마을 사람들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크루소를 만난 지 3년이 되던 해, 가족들은 마침내 크루소를 넓은 바다 혹은 호수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먼저 영국 전도를 펼쳐 놓고 크루소를 돌려보낼 가장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 작업이 있었고, 다음은 집채만 한 괴물 크루소를 큰 호수까지 비밀리에 호송하는 문제로 가족은 머리를 맞댔다. 마침내 크루소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나자, 아버지는 선원답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낸 자신이 자랑스럽고 할아버지는 크루소를 제대로 된 장소에 돌려보낸 것에 안도했으며 커스티는 손으로 한뼘밖에 되지 않던 크루소가 저처럼 거대하게 자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앵거스는 그 순간 과자를 챙겨오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커스티 가족들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크로소는 이제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으며, 자유로웠다. 세상 사람들은 호수에서 때때로 크루소의 모습을 얼핏 볼 수 있겠지만, 오직 커스티 가족만이 그것이 전설적인 괴물 ‘워터호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