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구렁이는 각시한테 큰 가마솥에다 물을 끓여 달라고 했어.
구렁이는 끓인 물로 목욕을 다 하고 나서 허물을 벗고 훤한 새신랑이 되었어.
아침이 되니까 새신랑은 허물을 다시 쓰고 구렁이가 되었어.
구렁덩덩 신선비는 밤에는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되었다가, 아침에는 다시 허물을 쓰고 구렁이가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구렁덩덩 신선비가 말했어.

"나는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야 하오. 이 허물을 맡기고 갈 테니까 잘 간수하시오.
이 허물을 남한테 보이거나 불에 태우면 안 돼요. 만일 잃어버리든가 불에 태우면 우리는 다시는 만날 수가 없어요."

그러고는 서울로 떠났어.
각시는 그 허물을 동정 안에 넣어 두었어.

우리 겨레의 옛이야기 가운데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모았다. <버리데기>, <구렁덩덩 신선비>, <잉어색시>, <여우 누이>, <힘센 전강동이의 누나>다. 무속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이 읽기 좋도록 입말로 다듬어 놓은 점이 돋보인다. 줄거리도 옛이야기의 구조에 맞게 재구성했으며 그림도 좋다.
--- 어린이도서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