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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먹는 전화

잔소리 먹는 전화

개나리문고-02이동
류미정 글 / 이현정 그림 | 봄마중 | 2022년 04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18건 | 판매지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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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96쪽 | 260g | 165*225*8mm
ISBN13 9791197805127
ISBN10 1197805125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다연! 너 숙제 다 했어?”
퇴근을 하고 돌아온 엄마 목소리에 가시가 백 개는 박힌 듯해요.
“다연아, 오늘 하루도 잘 지냈니? 엄마 없이 혼자서 지낸다고 심심했지?”
이렇게 다정하게 말해 주면 얼마나 좋아요. 하지만 엄마는 구두를 벗기 바쁘게 내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불러요.
--- p. 8

“또 무슨 일 있었지? 할머니가 음식을 많이 하는 날, 너희 집에 꼭 무슨 일 있었잖아.”
역시 눈치가 빠른 채원이에요.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했어요. 한참 내 이야기를 듣던 채원이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어요.
“너희 엄마 지금 오춘기야!”
의사 선생님이 환자의 병명을 말해 주듯, 채원이가 말했어요.
“뭐? 오, 오춘기? 우리 엄마 이름은 오춘기가 아니고, 오춘희야!”
--- p. 18

“자, 오늘은 특별히 만들기 수업을 해 볼까? 세상에 단 한 번만 만들 수 있는 마법의 만들기 수업이야.”
마법이라는 말에 나는 얼른 자리에 앉았어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하율이도 잡아서 앉혔지요.
“마법의 만들기라서 한 번 해 보려는 거예요. 시시하면 그냥 갈 거예요.”
--- p. 30

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서 종이컵 전화기를 들고 나왔어요. 그러고는 엄마 손에 스티커가 스며든 종이컵을 쥐여 줬어요. 실이 팽팽해지도록 나는 뒤로 물러섰지요.
“엄, 엄마! 거기에 대고 말해.”
--- p. 40

“다연아, 오늘 엄마가 회사에서 많이 힘들었어. 아니 회사에 들어간 순간부터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어. 오래 쉬었다 다시 나갔더니, 회사 사람들이 엄마를 인정해 주지 않아. 몇 배로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네.”
엄마가 많이 힘들대요. 힘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사람들에게 무시까지 당한다니까 마음이 아팠어요.
나도 그 기분을 잘 알거든요.
--- p. 44

“자녀가 가장 예쁠 때는 언제인가요?”
엄마가 질문을 대신 읽는데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요.
“언제나 예쁘지.”
엄마는 영혼 없는 대답을 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뱉어내는 말에 토할 뻔했어요. 언제나 예쁘다면서 맨날 잔소리를 하잖아요. 내가 눈썹을 찌푸리자 엄마가 내 눈을 피하면서 말했어요.
“예쁘니까 잘하라고 잔소리하는 거야.”
--- p. 59

수업을 마치고 채원이와 함께 나왔어요. 태권도장에 가는 길에 채원이에게 종이컵 전화기를 보여 줬어요. 그러고는 종이컵 전화기의 마법도 함께 말해 줬지요. 이 전화기만 있으면 승수 오빠의 진짜 마음을 들을 수 있다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걸 나 보고 믿으라고?”
“믿어야 해. 믿지 않으면 절대로 들리지 않을 거야.”
--- p. 71

“엄마 눈에는 다연이가 제일 예뻐.”
눈을 끔벅였어요. 우리 엄마가 맞나 싶었지요. 칭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던 엄마가 지금 나 보고 예쁘다고 한 거예요.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손가락을 귓구멍에 넣고 돌렸어요.
“다연아, 고마워. 네가 해 준 말 듣고 엄마가 용기를 얻었어. 역시 우리 딸밖에 없다니까.”
--- p. 83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알쏭달쏭한 말로 나를 어지럽게 만들어요. 아무래도 마법사 학교에서는 알쏭달쏭 말 배우기 시간이 있나 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알쏭달쏭한 말만 골라서 하겠어요?
“이번에는 진짜 비밀을 지켜야 해. 알았지?”
“쉿! 나만 아는 비밀이에요.”
--- p. 9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수상한 선생님과 함께 만든, 솔직한 마음을 들려주는 마법의 전화기

다연이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늘 가시가 백 개는 박힌 것처럼 뾰족하다. 숙제는 다 했는지, 현관의 신발은 왜 이렇게 벗어놓는지, 말버릇은 왜 그런지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회사를 다니면서 부쩍 심해진 것 같다. 할머니는 엄마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거라며 늘 엄마 편만 든다. 옆집 친구 채원이는 그런 엄마가 오춘기라며, 일종의 중 2병과 비슷한 거라고 설명하지만 다연이는 이해가 안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학원에서 원장 선생님 대신 낯선 선생님과 만들기 수업을 한다. 임시 선생님은 유치원생들도 안 할 것 같은 종이 전화기를 만들자고 하면서 그냥 전화기가 아니고 마법의 전화기라고 설명한다. 분홍색 스티커가 붙은 예쁜 전화기가 정말 마음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인지 믿을 수는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또 잔소리를 늘어놓으려고 하자 다연이는 급하게 엄마에게 전화기를 내민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화기에서는 엄마의 진짜 마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를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회사에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다연이도 마음이 아팠다. 이상한 것은, 같이 전화기를 만들었던 하율이는 전화기로 전혀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혹시 이 전화기는 나에게만 마법이 통하는 것일까?

신이 난 다연이는 마법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된다는 임시 선생님의 말을 잊은 채, 태권도장에서 마음에 드는 오빠를 만났다는 채원이에게 전화기의 비밀을 알려주고 오빠의 마음을 알아보라고 권한다. 채원이는 마법의 전화기로 오빠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만 전화기에 붙어 있던 스티커가 사라지고 더 이상 전화기는 마법을 부리지 못하게 된다.

가족사진을 찍는 날, 엄마와 채원이 그리고 할머니는 사진관으로 향한다. 그런데 가만 보니 사진사가 그날 미술학원에 있던 임시 선생님이었다. 전화기의 마법이 사라졌다며 울먹이는 다연이에게 사진사는 가족들 모르게 속삭인다. 스티커가 사라진 전화기가 이제부터 진짜 마법을 부릴 거라고. 다연이는 그제야 웃으며 전화기의 비밀을 꼭 지키기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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