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만은 늘 '우리 세대'의 막스 베버였다. (…) 막스 베버와 마이클 만, 두 사상가는 긴 역사적 반경 속에서 방대한 실증적 증거들을 흡수하고 압축하는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점도 있는데 (…) 첫째, 베버가 권력을 경제적 · 정치적 · 이데올로기적 형태로 나누어 그 유명한 3부 체계로 구분했다면, 마이클 만은 여기에 군사권력의 자율성을 더하여 4부 체계로 발전시켰다. 둘째, 베버도 여러 문명권을 폭넓게 연구하면서 놀라운 연구 업적을 남겼지만, 마이클 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세 번째 차이는 기준의 차이다. 마이클 만은 우리 시대의 역사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우리 시대에 더 밀접한 가치들에 기반을 두고 저술했다.
---「서문」
저는 지금 근대 초기 ‘유럽의 기적’을 여는 데에 유럽 작은 나라들 간의 군비 경쟁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 덕분에 유럽인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 다른 많은 지역을 정복할 수 있었습니다. (…) 그러나 결국 자신들의 군사주의 때문에 유럽인과 일본인들은 20세기 들어 지정학적으로 몰락하게 됩니다. 제1 · 2차 세계 대전, 핵무기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는 무기 기술 개발로 인해 일반적 사회 발전에서 군사 경쟁이 차지하던 역할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군사적 케인스주의는 한국 전쟁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들에게 내전을 통한 전후 성장이란 건 그냥 나쁜 뉴스였을 뿐입니다. 고맙게도 이것은 1990년대 들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쟁은 두 개의 악 중에 덜 나쁜 것을 골라야 하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더 이상 어떠한 긍정적인 것도 주지 못합니다.
--- 「군사주의는 완전히 사라졌는가?」
미국의 힘이 지배적인 시기는 단계별로 있었습니다. 첫째로 20세기 초엽 미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위였습니다. 제2차 산업 혁명의 본고장은 미국이었고 독일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3위 였고요. 이후 20세기 내내 우리는 본질적으로 그 시절에 개발한 기술들을 써먹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때 이후 그 정도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기술 혁명은 아직 없습니다. (…)
둘째, 갑자기 미국의 힘이 엄청나게 커진 이유는 제2차 세계 대전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은 1930년대 후반에 세계 GDP의 약 15퍼센트를 차지했는데, 1950년이 되면 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하게 됩니다. 바로 전쟁 덕분이었죠.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본토는 전혀 파괴되지 않았던 만큼 희생을 거의 치르지 않고 거둔 전쟁의 승리 덕분이었습니다.
셋째, 미국의 사회 복지 제도가 최소한밖에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교육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겁니다. 교육 분야에서 미국은 항상 선두 그룹입니다. 미국은 19세기에 초등 교육을, 20세기 전반기에는 중등 교육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과 한국 전쟁, 스푸트니크호39 발사 이후에는 대학 교육 분야에서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발전합니다. 이는 당연히 미국의 연구 개발 역량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여전히 미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 「미국의 미래」
당신의 질문은 왜 그렇게 철저히 파괴적인 전쟁을 했냐는 거죠? 이 문제는 잠시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두 번의 세계 대전 위기는 관련 과정들이 전형적이었고, 두 번의 주요 경제위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다소 비이성적인 이유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는 틀에 박힌 형식의 인과 관계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 너무 이성적인 요소로만 해석하는데요, 저는 그 전쟁이 외교의 디폴트 모드였다고 표현합니다. 정상적인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때 그 대안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겁니다. (…)
어쨌든 핵심은 강대국들이 상대방의 반응을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각국의 권력 형태가 서로 달라서 그러기도 했고, 국내적 동기들이 지정학적 동기들과 뒤엉켜서 그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의 특정 논리들은 지금도 작동 중입니다. 다른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논리들과 결합하고 또 우연한 사건들이 더해지면서 나타나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만반의 준비가 되어 전쟁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감정들이 끼어들어 결정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체면을 잃으면 안 돼. 뒤로 물러설 수 없어’, 그러다 결국 ‘용기를 보여 주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어!’라고 느끼게 되죠. 남자 어린이들이 남성성을 과시하려고 놀이터에서 싸우는 것과 똑같습니다.
물론 다른 부조리도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쟁에서 양쪽은 서로 자신이 승리할 거라고 봅니다. 이것이 전쟁의 기본적인 부조리죠. 불가능한 얘기니까요.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패배하게 되어 있습니다.
--- 「우연의 20세기 필연의 21세기」
지금 우리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산업화 시기 내내 장기적으로 진행된 결과물이며, 앞으로 반세기 동안 꾸준히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과 사회 과학자들이 장기적인 미래 변화를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은 과거에 비해 특이한 일입니다. 이렇게 계속 변하면 유례없는 대규모의 재난이 집중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
이는 인류가 세상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유일한 위기입니다. 그래서 탄소 배출 완화 대책을 실행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집단적 경제력을 키운 인류의 성공 그 자체가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다니 끔찍한 모순입니다. 문명의 힘이 최고조에 달했고 경제 성장이 전 세계로 확산되려는 이 시기에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 「다가오는 최대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