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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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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미술관

: 미술이 개인과 사회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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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8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31쪽 | 416g | 152*210*20mm
ISBN13 9788961960922
ISBN10 89619609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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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자살」은 그리 잘 알려진 그림은 아니다. 그림 속 잘 차려입은 남자는 침실에서 막 권총 자살을 시도한 듯하다. 하얀 셔츠를 적신 피는 침대 밑 발치에 웅덩이를 만들어놓았고 벌어진 그의 입은 마지막 숨을 쉬기 위해 헐떡이고 있는 것 같다. 완전히 목숨이 끊기기 전,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일까? 비평가들의 말에 따르면 그림 속 희생자는 마네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한다. 마네의 무의식적인 소망과 열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고통에 쫓기다 자살에 이르다」중에서

베이컨의 작품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건 그 작품들이 ‘짐승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야만과 폭력이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 것, 우리 일상에 잠재돼 있다는 것, 우리가 인간이기 이전에 서로 먹고 먹히는 살덩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공포와 불안에서 허우적대다」중에서

한국의 여성 작가 고등어는 페미니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 초기작에서, 남성 언어의 흔적은 곳곳에 널려 있는 데 비해 여성들의 언어는 이 사회에서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말을 하는 여자」에서 보이듯 여성이 하는 말은 사실 여성을 소유한 남자의 말일 뿐이다. 우리 사회구조가 여성들을 남자의 팔에 끼워진 인형에 불과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 남성중심주의에 갇히다」중에서

「가족」을 그린 파울라 레고도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가족윤리의 폭력을 공개적으로 발설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 가족은 ‘사랑’으로 공고했기에,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없었을지 모른다. 대신 화가는 그림을 통해 이 폭력을 은유적이고 극적으로 제시했다. ---「가족, 서로를 옭아매다」중에서

게오르게 그로츠는 인간의 삶이 이처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거대한 위선 속의 사회를 또 인간 본성의 잔인하고 추악한 측면을 역겨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로츠는 잘 가꿔진 도덕과 규범까지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위선과 이중성을 폭로하다」중에서

2011년 봄, 연일 신문 지면을 떠들썩하게 한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며,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이것이었다. 아직 엄마 자궁 속에 있는 듯 눈도 못 뜬 태아들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기계에 둘러싸여 꼼짝도 못하고 있는 장면. 자궁 속에서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게 있어야 할 태아가 이미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끔찍한 영상. 바로 스위스 작가 H.R. 기거의 「바이오메카노이드 1」의 이미지였다. ---「자본주의, 폭력을 행사하다」중에서

그 잔인함은, 육식의 문제에 이르러 정점을 이룬다. 천성길의 「소시지 돼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키워지는 돼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알다시피 소시지란 으깨어 양념한 고기를 돼지 창자나 인공 케이싱에 채워 삶은 서양식 순대다. 천성길은 창자 속에 구겨 넣어져 몸 전체가 둥근 소시지가 되어버린 돼지를 우리 앞에 들이댄다.
---「동물에게 인간의 법칙을 강요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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