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는 순전한 그리스인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만큼 뛰어난 방식으로 정면 대결을 잘 이용했으며, 형제애의 이념을 위해 살육을 저질렀노라고 선언할 만큼 비범한 재치를 지니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군사적 천재였던 코르테스도 멕시코인들의 사회 계층을 조금씩 파고들다가 그들 문화권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정면 대결을 통해 그들을 학살한 다음 자신은 에스파냐의 왕, 그리스도의 영광, 서구 문명의 전진을 위해 그런 행위를 했노라고 선언한 바 있다. 알렉산드로스가 생각하는 전쟁의 전략이란 적을 물리치고, 전사자의 시신을 돌려받고, 전리품을 획득하고, 분쟁을 종식시키는 게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가르쳤듯이 적의 모든 전투 요원들을 죽이고, 문화 자체를 파괴해서 자신의 전제적인 지배에 다시는 대항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패배한 적을 끝까지 추격하고 파멸시키는 알렉산드로스의 혁명적인 방식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 pp.152∼153
코르테스의 콩키스타도르들은, 지식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16세기 유럽의 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과거에 무어, 이탈리아, 투르크와 싸운 경험을 가진 자들이었다. 요새 건설, 공성기, 전투 기술, 탄도학, 기병 작전에서부터 전장에서의 병참, 창검 전투, 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2천 년 동안 형성된 서구 군사학의 요체는 말 그대로 카스티야 병사 한 명이 수백 명의 멕시카인들을 상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에스파냐군은 적을 향해 대오를 이루고 단단한 규율로써 일제히 전진하며 집단 사격을 했다. 거의 매주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아 코르테스와 그의 가까운 조언자들 현명한 마르틴 로페스, 용감하고 헌신적인 산도발, 기민한 알바라도 은 기도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침착하게 서로 논의한 끝에 전술적이거나 기계적인 해법을 찾아내서 결국 수많은 인구가 사는 섬 도시로 진격해갈 수 있었다.
--- pp.354∼355